주간 TV업다운은 고함20 기자들의 날카로운 눈으로 지난 한 주간 방영된 TV프로그램을 비평하는 연재입니다. 재밌고, 참신하고, 감각 있는 프로그램에겐 UP을, 재미없고, 지루하고, 편향적인 프로그램에겐 DOWN을 날립니다. 공중파부터 케이블까지, 예능부터 다큐멘터리까지 장르와 채널에 구애받지 않는 무자비한 칭찬과 비판을 하겠습니다.



[이번주 UP]  SBS <금요일엔 수다다> (11월 8일 방송분)

왁자지껄한 수다, 하지만 품격을 잃진 않는

두 남자가 들려주는 새벽녘의 수다는 유쾌하다. <금요일은 수다다(이하 수다다)>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다다>는 수다만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오마주 하면서도, 결코 품격을 잃지 않는 독특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수다다>는 꽤 늦은 방영 시간대(금요일 오전 1시)에도 불구하고 1프로 이상의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고정 시청층, 즉 매니아 층이 생긴 것이다. 이것은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과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역량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입체적 모습으로 프로그램의 매력을 배가시키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김태훈 특유의 세속적/풍류적 이미지야 이미 대중들에게 통념화 작업이 끝났다고 보여지는 반면, 프로그램 곳곳에서 드러나는 이동진의 숨겨져 있던 일탈성은 <수다다>라는 소동극의 매력을 포맷이 아닌 이동진이라는 개인으로 환원시키는데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다. 지성적이고, 고지식할 것 같은 이미지의 붕괴 속에서 언뜻언뜻 노정되는 특유의 오덕(?)스러움과 음란함(?)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반전의 재미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는 때때로 프로그램의 전반을 이끌어 가는 김태훈의 존재감을 압도 할 만큼 치명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태훈 또한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방송인’이고, 그 자세가 철저하게 배어 있는 사람이다. 이동진의 자세가 ‘프로’적 아마츄어라면, 김태훈은 몇 개의 고정 TV 프로그램과 라디오 DJ를 맡을 정도로 이미 프로의 세계에 진입한지 오래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진의 돌출적인 공세를 능숙한 신소리로 받아치는 김태훈의 노련함은, 프로그램에 묘한 긴장감을 생성하는 동시에 서로가 꽤나 어울리는 조합임을 환기시켜준다. 바로 여기서 둘의 앙상블에 묵직한 질량이 부여된다. 조화롭다는 수사가 가능해지며, 그렇게 사이좋게 둘은 영화를 들려주고, 읽어준다.

영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부터 골방에 박혀 킬킬 댈 법한 유치한 이야기들까지, 이 중년의 두 남성이 시시콜콜 떠들어대는 수다는 결코 얄밉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수다의 외연을 가졌지만, 그렇다고 품격까지 포기하진 않는 깐깐함 때문이다. 영화와 음악에 대한 해박한 정보를 들려주는 것 또한 <수다다>가 간과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수다’라는 다분히 예능적인 단어를 차용하고도, 자꾸만 이 프로그램이 예능과 교양 사이의 어디쯤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이 오묘함은 바로 <수다다>를 롱런시키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관전포인트 : 이따금씩 터져나오는 이동진 평론가와 김태훈 칼럼니스트의 만담. 둘은 마치 부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주 DOWN]  KBS 해피투게더3 (11월 14일 방송분)

무안하고, 또 무안하다

시도는 좋았다.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 같이 요새 흥하고 있는 시청자 참여형 프로그램을 연출해보겠다는 야심까지도 좋았다. 근데 문제는 정작 시청자들의 아마추어리즘이 아닌, 게스트를 배려하지 않는 무안함과 이상한 구성에서 발생했다.

미스에이의 수지, 페이, 에이핑크의 은지, 걸스데이의 민아. 시쳇말로 근래 가장 ‘핫’한 걸그룹 멤버들이 총출동한 자리였다. 프로그램에도 나왔듯이, 이번 회는 지난 2011년 이후로 연출직에서 물러났던 정희섭 PD(섭PD)의 복귀작이기도 했다. 마치 자축포라도 쏘듯, 화려한 게스트들로 중무장한 지난 14일 <해피 투게더3>는 눈이 호강했던 만큼 아쉬움도 컸던 한 회였다.

일단 삼촌팬이라 통칭되는, 30~40대 정도의 경제력이 있는 남성팬들을 스튜디오 초대함으로써 과연 무엇을 얻고자 했는가에 대한 근본적 궁금증이다. 프로그램이 의도했던 것은 무엇일까? 걸그룹을 만나기 위해 달려온 뭇 남성들의 순수한 열정에 대한 비호? 혹은 그런 사람들을 희화화함으로써 유도할 수 있는 우회적 비판? 아무리 생각해봐도, 프로그램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수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삼촌팬들을 몇몇 선택받은 자들로 대유하여 그들의 판타지를 대리만족시키려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노래 불러주기, 삼행시, 누가누가 더 열혈 팬인가 자랑하기. 이런 식의 구성은 ‘당당하기 때문에 삼촌 팬이라고 주변사람들에게 얘기할 수 있다’는 노광균 씨의 자신감마저 무안하게 만든다.  

둘째는 게스트가 느꼈을 무안함이다. 미스에이의 페이는 프로그램 초반 한국어 말실수 에피소드를 이후로 좀처럼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다(못한다). 페이가 등장할 때는 리액션 샷 혹은 풀샷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함께 즐겁자’는 뜻의 <해피 투게더>라는 프로그램 이름이 꽤나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사실 이런 종류의 차별 혹은 타자화는 예능의 꽤 흔한 레퍼토리 중 하나다. 그런 요소가 재미를 위해 쓰일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번 <해피 투게더>의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초대한 팬의 ‘수’부터 다름의 이유가 설명된다. 조금 격하게 표현하자면 이번 <해피 투게더>는 페이를 단순히 병풍쯤으로 가져다 쓰고 있는 듯하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페이가 이번 출연으로 ‘페이’나 제대로 받았을지 궁금할 정도다. 만약 제대로 못 받았다면 그건 페이 때문이 아닌 제작진의 이상한 섭외와 구성 탓에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번 14일자 <해피 투게더>는 여러모로 배려가 많이 부족했던 한 회였다. <해피 투게더>는 목요일 밤을 주름잡았던 KBS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부디 자축포가 헛발질이 되지 않길 바란다.

관전포인트 : 애써 웃음짓는 페이의 표정. 내가 다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