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해냈다. 지난 17일 OECD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은 눈부신 두 개의 항목에서 1위를 석권했다. 시정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여정"을 언급했다. 그 길 위에서 한국은 노인 빈곤율 부문과 노인 빈곤율 상승폭 부문에서 말 그대로 위대한 지표를 남겼다. OECD 국가 노인 빈곤율 1위,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시대'에 노인은 없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의 한 장면. 그런데 한국에 진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듯 하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7.2%다(2010년 기준). 국민들이 뭐든 일단 비교 대상 국가로 삼고 보는 일본이 19.4%, 경제 위기에 허덕이고 있다는 스페인은 12.5%인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OECD 노인 빈곤율 평균이라는 12.4%는 가뿐히 넘는다.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면 항상 ‘대안’으로 제시되곤 하는 프랑스, 독일, 미국은 차례대로 5.4%, 10.5%, 14.6%라고 한다. 노인 빈곤율에 있어서 한국은 타국과의 비교 자체를 거부하는 정도인 셈이다.

노인 빈곤율 상승폭 역시 한국이 최고다. 조사기간 동안 노인 빈곤율이 상승한 OECD 국가는 5개국이 전부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1위라는 ‘쾌거’를 얻었다. 노령화 문제의 선두에 있다고 알려진 일본은 2.3% 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한국은 2.6% 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뿐만 아니다. 기초노령연금 수령액은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의 57.1에 불과하다. 덕분에 한국의 노인은 청년보다 경제 활동을 많이 하는 유일한 존재가 됐다. 21.8%는 병치레를 겪지만 국가의 지원은 형편없다. 결국, 노인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중 32를 기록했다. 이렇게 형편없는 지표들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3위 밖에 못했으니 얼마나 아쉬운가.

생각해보면 이런 지표들은 당연한 결과다.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 제도를 기획해 온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양심의 문제”라면서 사임했다. 본인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제도로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겠느냐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폐지를 팔아 ‘간신히’ 유지하던 노인들의 생계를, 박근혜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통해 ‘간단히’ 붕괴할 요량이다. 재활용 폐품의 세액공제율을 반액 축소하는 내용이 남겨진 세법 개정안은, 폐지를 파는 노인들의 소득의 ‘반토막’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했다. 시정연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물불 가리지 않는 ‘깔때기’로 점철됐다. 다 열심히 노력하고 잘 하려고 했단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유독 “행복”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박 대통령의 꿈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 모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이고, 대통령에 출마한 이유는 “국민이 행복해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노인을 포함한' 국민의 꿈은 다른 것이 아니다. 제발 본인의 '꿈'을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언행일치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