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마이뉴스>의 한 신입기자의 인터뷰가 큰 호응을 얻었다. 신입기자는 고향인 포항을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대선개입 지시’에 관한 돌직구 질문을 던졌는데, 이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퍼지면서 ‘이 시대의 진정한 언론인’이라며 응원을 보내는 댓글이 쏟아진 것이다. 

신입 기자에 대한 놀라운 반응은 반대로 기존언론에 대한 냉혹한 비판이기도 하다. 한때 언론인지망생이 가고 싶은 언론사 1순위였던 MBC의 추락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언론들이 정부 비판 보도를 축소‧묵인하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이에 대항한 많은 언론인들은 해직 혹은 보직이동을 당한 채 제대로 된 복직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는 다른 언론인에 대한, 국민에 대한 정부의 경고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권력과 자본의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은 진보 언론들은 그만큼 재정난에 허덕이곤 한다. 대안언론이라 떠오른 팟캐스트는 국민의 후원으로 이뤄지는 형편이다.

언론이 행해야 할 제1의 역할이라 함은 진실을 알려 권력부패를 막고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감시자’, ‘파수꾼’의 역할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존재하는 언론은 때때로 자본의 논리가 앞세워지기도 한다. 나아가 자본과 정부가 밀착한 현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언론은 자본과 권력의 논리에 너무나 쉽게 흔들리는, 말 그대로 풍전등화의 상태가 된다. 현재의 한국 언론이 이를 아주 잘 증명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과 자본이 밀접하게 닿으면서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언론이 얼마나 본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언론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중심축을 잡을 수 없는 것이 문제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재허가‧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방송사들의 경우 그 영향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애초 방통위는 방송사들의 공정성‧ 공익성 등을 위해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맡고 있지만, 심사 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정부와 여당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면서 정부의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닿고 있다. 공영 언론사들의 사장 선임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보인다. YTN, KBS, MBC, 연합 등 정부의 입맛에 맞춰 공영 언론사의 사장 자리도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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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에서 비판의 지점을 다시 봐야 한다. 많은 이들이 언론의 제 역할을 저버린 언론사만 손가락질하지만, 그 방향은 보다 더 위로 향해야 한다. 물론 언론인이 지녀야 할 기본 소양을 뒤로한 채 침묵을 고수하는 언론에게 면죄부를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언론사 국장 및 사장과 임원진에게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이 없다고 욕한들 어떤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지 의문이다. 이미 이들에게 언론인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 단지 언론사를 경영하는 철저한 자본가일 뿐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이다. 아니, 대통령이 지닌 무소불위의 권한이다.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촛불을 바꿀 수 없다면, 바람이 촛불에게 닿을 수 없게 단단한 벽을 치는 수밖에 없다. 언론사의 중심을 흔들 수 없도록 대통령과 언론 사이에 연결된 구조적인 끈을 차단시키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흔히들 일어나는 언론사의 편파보도는 좀 더 언론사의 지배구조라는 구조적인 면에서 지적할 필요가 있다. 언론을 향해 뻗어있는 검은 팔과 다리를 잘라내도록 전면적인 구조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더 나아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 끊임없이 외쳐야 한다. 구조적인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정권에 따라 언론은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언론의 추락은 민주주의 파괴의 지름길이다. 민주주의의 파괴는 국민의 권리 파괴다.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자본을 빌미로 권력을 휘두르는 정권을, 그리고 그에 맞춰 춤을 추는 언론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