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한다. 대학생의 제 1대 고민, 바로 등록금에 대한 이야기는 중언하고, 부언하고, 첨언하더라도 부족하다. 학자금 대출이라는 ‘간편한’ 제도는 몇 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 대학 계좌에 등록금을 납부할 수 있게 만들었다. 덕분에 평소에 자신이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에 육박하는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대학생활을 한다. 그러다 매달 납부하라는 대출금 이자를 확인할 때에 잠시나마 내가 빚쟁이라는 사실을 되새긴다. 대출금 이자가 매년 끝없이 오르는 대학 등록금을 대신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지난달 대학교육연구소는 1990년과 비교했을 때, 현재 대학 등록금은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대학 등록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보고서에서 해당 기간 대학 등록금은 물가 상승률의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실질 부담률은 1.7배로 역시 2배 가까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등록금은 어째서 “왜 때문에”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상외하며 증가하는 것인가.

ⓒ 대학교육연구소

 
대학은 그동안 학생들이 납부한 등록금의 사용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영상의 비밀’을 공개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학의 주장이었다. 한 예로, 연세대는 적립금 자금의 운용과 펀드 활용 내용, 등록금 인상의 근거를 공개하라는 참여연대 측의 요구를 2009년부터 ‘영업기밀’을 근거로 거부해왔다. 이후 연세대는 ‘2013년 등록금 수입 대학’ 1위에 이름을 올렸고, 교육부의 특별 감사 결과 교직원의 연금 및 보험료로 학생 등록금 524억 원 이상을 사용하는 등의 문제도 쉴 새 없이 불거졌다.

다행히 지난달 28일 대법원은 연세대를 상대로 등록금 인상의 근거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참여연대의 청구소송에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등록금 인상의 이유를 ‘영업기밀’로 여기던 연세대를 비롯한 대학들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제 대학은 등록금을 기밀로 숨길 수 없게 됐다. 소송을 제기한 참여연대와 더불어 연세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각종 학생회와 시민단체가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인상의 이유를 따져 묻는다면, 이제 대학은 답을 해야 한다.

학생을 ‘소비자’로 취급하는 오늘날의 대학이 대학 등록금을 ‘영업 기밀’로 비공개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물론 학생을 ‘소비자’로 보는 시선 자체에도 동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 근거를 공개하는 것을 ‘이익 침해’라 말하는 대학에게, 학생은 소비자 그 이상이 아니다. 문제는 소비자로 전락한 학생들의 반응이다. 학생이 대학의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그 이상의 존재임을 주장하지도 않았다. 하물며,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 조차 소홀했다. 학생들의 무대응, 무관심이 지금의 대학 등록금을 방조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