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홍익대 청소노동자 ‘집단 해고 사건’이 터지자 언론과 SNS는 온통 ‘청소노동자’와 관련된 이슈로 뒤덮였다. 많은 이들이 해고 청소노동자의 투쟁에 동참했으며, 각종 성금과 지원물품이 홍대 정문으로 속속들이 도착했다. 이러한 투쟁의 결과로 홍대 청소노동자들은 전원 고용승계와 시급 4,450원의 노사협상안 타결을 얻어냈다.

그러나 몇 개월 뒤 홍익대학교 측은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 장기간 점거농성을 벌여 학교에 손해를 입혔다"며 청소노동자 6명에게 3억 원에 가까운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여론의 관심이 사그라진 사이 또 한 번의 ‘해고’를 감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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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된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의 발언은 지난날 홍대 측이 청소노동자들에게 가했던 ‘또 한 번의 상처’를 상기시킨다. 지난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갔다. 당시 김태흠 의원은 "청소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이 되면 노동 3권이 보장된다"며 “툭 하면 파업할 텐데 어떻게 관리하려고 그러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직접 고용’은 모든 청소노동자의 바람이다. 현재의 ‘간접 고용’ 형태의 계약은 고용회사와 국회 어느쪽도 불리한 노동환경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회 청소노동자들은 2011년 노조를 설립해 국회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해왔다.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또한 지난 6일, 이 사안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한 바 있기 때문에 청소 노동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청소노동자들로서는 이번 운영위원회에서의 의견 조율이 정규직 전환에 작은 지푸라기가 되었을 터였다.

이러한 간절한 마음은 운영위원회의가 끝나고 나오는 김태흠 의원 앞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침묵시위를 하는 모습으로 발현됐다. 논란이 된 김태흠 의원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청소 노동자의 사진은 현재 청소노동자가 처해있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국회 청소노동자들뿐만이 아니다. 청소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행태는 여론의 관심이 잠재워진 사이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다. 홍익대학교 측은 계속해서 청소노동자들에 대해 법원 소송을 감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도 “오줌을 자주 싸니까 물 마시지 마라”, "10만원을 내야 쉬게 해주겠다"는 등의 모욕적 언사와 함께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사례를 겪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 속에서 ‘해고’라는 무기는 이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정당화 하는 수단이 되었다. 


'청소노동자는 노동 3권이 필요 없다'는 말은 곧 '비정규직은 노동 3권이 없어도 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법을 만드는 자리에 있는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 이어진 김태흠 의원의 “파업이 일어날 경우 관리 측면에서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라는 해명성 발언은 김 의원에게 ‘인권’보다 그저 ‘효율’이 중요시됨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변명 이상이 되지 못한다. 공직자의 발언들이 청소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의 험난한 길의 '예고편'으로 보여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