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거치지 않고 성인이 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20대’라는 기간에는 개인의 한 평생의 씨앗이 담겨있다. 20대의 내가 무엇을 생각했고, 무엇을 말했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쌓이고 얽혀 미래의 나를 만든다.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정치인들의 ‘씨앗’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기 위해, 그들의 20대를 돋보기로 들여다본다.
그 두 번째 인물은, 또 한 번의 위기에 직면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다.
ⓒ 연합뉴스
김한길의 글이 김한길을 대변한다
김한길 대표의 아버지는 유신정권시절 유일한 혁신정당이던 통일사회당의 대표였다. 때문에 대학시절에도 그는 중앙정보부의 삼엄한 감시를 받았고, 때문에 그는 대학시절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이었다고 한다. 대학교 동기인 송영석 도서출판 해냄 대표는 "그의 흑석동 산꼭대기 집에 처음 갔을 때 방안 가득 쌓인 엄청난 책 무더기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대단한 독서량이었다."고 회상했다. 창작활동도 왕성했다. 20대에 발표한 '병정일기'와 '대학일기', 그를 등단하게 했던 소설 '바람과 박제', 30대 시절 발표한 '미국일기'와 연간 삼백만 부가 넘게 팔렸던 베스트셀러이자 그의 대표작 '여자의 남자'까지 그의 글에는 김한길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 병정일기 中
김한길이 처음 발표한 글은 '병정일기'다. 자신이 겪은 군생활을 담담한 어투로 풀어낸 '병정일기'는 당시의 군대를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한 글로 평가 받았다. 작가 한수산은 '병정일기'를 두고 "우리는 6·25 이후 수십 년간 이만한 병영문학을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역 후 발표한 '대학일기'에는 전역 후 그의 대학생활이 담겨있으며 지금의 대학생들도 공감할만한 고뇌와 사색을 찾아볼 수 있다. 청년 김한길은 글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지만 동시에 그의 글 탓에 우리나라를 떠나야 했다. 중앙정보부가 '병정일기' 를 트집잡아 그를 탄압했기 때문이다. 군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이유였다.
미국에서 김한길은 낮에는 햄버거 가게에서, 밤에는 주유소에서 일하며 힘든 삶을 이어간다. 이런 와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일기는 '미국일기'란 이름으로 발표된다. 김한길은 이후 미국에서 한국일보 미주지사 기자와 중앙일보 미주지사 사장을 역임하며 그가 가진 글의 힘을 인정받는다.
- 김한길, 대학일기 中
젊은 시절 김한길의 다독과 다작은 그가 87년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다. 그의 소설 '여자의 남자'는 베스트셀러가 됐고, 유명 토크쇼를 진행했으며, 방송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어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되며 본격적인 정치인생을 시작한다. 김한길은 지역연고도 없고, 고등학교나 대학인맥, 운동권 계파조차 없다. 이런 그가 청와대 수석과 장관, 국회의원을 두루 거쳐 민주당 대표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그의 다독과 다작, 여기에서 비롯한 필력과 언변에서 찾을 수 있다.
김한길의 필력과 언변은 통찰력으로 이어지고, 이후 그의 정치인생을 성공으로 이끈다. 1997년 대선 당시 김한길은 57회에 달했던 TV대선토론을 총지휘하며 DJ의 신뢰를 얻는다. 방송경력과 작가 출신의 표현력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는 15대 대선에서는 DJ의 이미지메이킹을 총괄했고, 16대 대선에서도 기획특보 겸 미디어 선거본부장으로서 당선에 큰 공을 세운다.
당시 노무현 당선자의 주변 참모는 "김한길의 브리핑은 예술이다. 복잡한 상황도 간결하게 정리해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하며, 여기저기에서 올라오는 변변치 않은 아이디어도 그의 손을 거치면 근사하게 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과거 “그는 매우 깊이 있고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며 “같은 사안도 뛰어난 분석력을 바탕으로 조각이 아닌 전체로 이해하여, 그 인과관계와 사회적 의미까지 입체적으로 밝혀낸다. '역시 작가 출신은 다르다’고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그를 표현했다. 두 명의 대통령을 당선시킨 김한길은 이후 꾸준히 성공적인 정치인생을 보낸다.
- 미국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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