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가 정부로부터 '노조 아님'을 통보받은지 한 달이 지났다. 전교조, 정부, 전문가, 국제단체까지 나서 법리적 문제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전교조는 당분간 노조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전교조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집행정지 결정이 '법외 노조'결정에 대한 미봉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교조는 탄생부터 줄곧 한국 사회와 한국의 교육 문제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기 때문이다. 전교조를 둘러싼 '참교육'과 '이념편향수업'이라는 두 시각 속엔 사회의 다양한 모습이 응축되어 있다. 이번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도 이러한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살펴봐야 옳다. 고함20은 전교조를 바라보는데 도움이 될 더 큰 밑그림을 4회에 걸쳐 준비했다. 

우리나라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교육 현안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전교조는 체벌, 일제고사, 교원평가제에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 불량 학생과 부적격 교사 등 고삐 풀린 교육 현장에 관한 뉴스가 연일 화제에 오르내리는 요즘, 교육 현장통제를 위한 제도에 반대하는 전교조는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전교조는 정말 현실적 고려 없이 이상에 충실한 비판만을 일삼는 것일까. 전교조가 공식입장을 밝힌 보도 자료를 중심으로 전교조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보았다.

ⓒ 연합뉴스


체벌 금지가 곧 교권 추락 아냐
교사 입장서 체벌 대안 선호도 조사

전교조가 대중의 눈 밖에 난 대표적 사안은 체벌 반대이다. 2012년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체벌 금지가 실시되었다. 전교조는 체벌 금지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여론의 반향은 컸다. 2013년 한국 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79%가 교육적 체벌에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벌 금지가 교권을 추락시키고 공교육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 체벌 금지 이후 소위 ‘막장 청소년’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체벌금지를 지지한 전교조에 화살이 향했다. ‘전교조의 공교육 붕괴 획책인 전면 체벌 금지를 막지 못하면 교권은 끝없이 추락할 것(BienDodosae)’ 등 전교조를 문책하는 의견이 눈에 띄었다. 

전교조의 체벌 반대는 공교육 붕괴를 염려하지 않은 것일까. 여론의 부정적 시각과 달리 전교조는 체벌 반대와 동시에 대안 역시 제시했다. 전교조는 2010년 7월 23일 보도 자료를 통해 체벌 대신 교육 환경 개선을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할 것을 주장했다. 전교조는 문제 해결의 핵심은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의미 있게 하고, 바람직한 학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지원 시스템의 확립이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체벌을 대체할 교육 환경 조성 방법으로 상담교사와 사회복지사 배치, 학교 내 갈등 해소를 위한 기구 마련 등을 제시했다.

전교조가 교권 추락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사실과 달랐다. 전교조는 여러 가지 체벌 대안에 대한 교사 선호도를 조사해 교사의 입장을 반영하려는 시도를 했다. 전교조의 조사에 따르면 ‘학생인권과 교권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학교생활규정 마련’이 98.6%의 찬성으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학급 당 학생 수 감축’이 97.2%, ‘전문 상담교사의 확대 배치와 운영의 내실화’가 94. 6%로 뒤를 이었다. ‘성찰 교실 운영’,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줄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벌’ 등의 규정 마련 역시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에 반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상벌점제는 37.4%가 반대해 교사 입장에서 실효성이 없음이 드러났다. 전교조가 교권 추락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편견과 달리 전교조는 교사가 선호하는 학생 지도 방법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현재 시행 중인 상벌점제에 대한 교사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려 했다.


일제고사 반대하면 학력 저하 방치인가
일제고사, 표집조사로 대체 가능
판별보다 '지원 중심' 교육 지향하는 것

전교조의 일제고사 반대는 학력 저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4월 23일, 교육부는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 중학교 평가 과목 축소를 골자로 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전교조는 ‘일제고사 방식의 진단평가를 즉각 폐기하라’는 보도 자료를 통해 당국의 계획을 비판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엔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이상주의에 휘말려 학업을 포기하는 건 아닌지 직접 경험해보시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지테씨),’ ‘전교조 선생님도 학습 부진아가 부진을 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셔야 합니다. 전교조 선생님은 교과부의 정책에 반대해서는 안 됩니다(물보라)’ 등 전교조를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음에도 전교조가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교조는 ‘일제고사 평가방식,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를 통해 일제고사 반대는 불필요한 시험을 늘리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일제고사, 무엇이 문제인가’ 논의에서 일부 학교를 선정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는 표집조사로도 학업성취도의 변화 추이 및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시험이 많아지면 교육과정이 시험 중심으로 가기 마련’이라고 밝히며 일제고사 실시가 경쟁 일변도의 교육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것을 비판했다. 

시험을 통해 학습 부진아를 판별하지 않는다고 해서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전교조는 ‘일제 식 학력평가에 대한 대안’ 논의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판별보다 원인 진단 및 지원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전교조의 보도 자료에 의하면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발생 원인은 크게 빈곤, 동기부족, 장애, 위기가정 4가지이다. 전교조는 정확한 기초학력 미달 원인에 맞춰 지원책을 세워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원책으로 학력 미달 추정 학생 대상 검사 및 면담 실시를 제시해 지원 중심의 교육 방향을 구체화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 말하는 전교조도 밥그릇 앞에서 달라진다?

교원 평가제 반대는 경쟁적 평가주의에 대한 반대

전교조의 교원평가제에 대한 반대는 더욱 큰 오해를 받는다. 참교육 교육계의 여러 사안에 대해 비판했으면서 정작 자신들을 향한 비판은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론은 ‘전교조도 결국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집단’이라는 비난을 쏟아낸다. 그러나 전교조는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교원을 줄 세우는 평가 방식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전교조는 2013년 3월 27일 보도 자료를 통해 현재 실시되는 교원평가제를 비판했다. 교육부는 2013 교원능력개발평가계획 시행 기본계획을 통해 5단계 객관식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교원 평가 방식을 제시했다. 전북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은 서술형만으로 교원 평가를 진행해왔다. 이번 교육부 계획을 기점으로 객관식 평가 병행은 의무 사항이 되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서술형은 양념이고 무게 중심은 객관식 체크리스트로 옮겨졌다”고 비판했다. 객관식 문항의 합산 점수에 따라 교원이 서열화 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전교조는 경쟁적 평가 방식의 여파로 불필요한 평가 기준이 늘어나게 되는 것을 우려했다. 전교조는 ‘교원에 대한 평가가 줄 세우기식 경쟁을 통해서 진행되면 교원의 업무를 평가할 기준을 억지로 만들 수밖에 없고 대학진학률, 취업률, 학생상담실적, 보충수업 및 수업지도 실적 등 계량화할 근거를 억지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5단계 객관식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을 대체할 방법으로 현장 자율 연수의 활성화를 주장했다. 교원 간의 교과학습 동아리, 학급 운영 소모임, 학교폭력 연구모임 등 자발적 평가 체계 운영을 통해 교원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교원평가제에 대한 반대는 경쟁적 평가주의에 대한 반대이기도 하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교원평가제에 대한 반대는 일제고사로 대표되는 수직적 서열평가와 성과급으로 표현되는 평가제도, 학교평가로 대표되는 학교 서열화 정책, 이 세 가지가 맞물려 있는 경쟁적 평가제도에 대한 반대 투쟁”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것을 깨뜨리지 않으면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들은 줄어들지 않고, 학교도 정상화되지 않는다”며 교원평가제 반대가 우리사회에 만연한 경쟁 위주의 교육 문화에 대한 반대임을 밝혔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 전교조는 ‘반골’ 이미지가 강해졌다. 체벌 반대, 일제고사 반대, 교원평가제 반대 등 모든 교육 정책을 실시할 때마다 어깃장을 놓는 것 같다. 그러나 전교조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무조건적인 반대만을 외치는 것이 아니며 현실적 방안 역시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교조는 교사가 선호하는 체벌의 대안, 일제고사를 대체할 수 있는 표집조사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판별이 아닌 지원 중심의 학생 및 교원 평가를 주장해 경쟁 일변도에서 벗어난 새로운 교육 방향을 제안했다. 전교조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은 거두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한번쯤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