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가 정부로부터 '노조 아님'을 통보받은지 1달이 지났다. 전교조, 정부, 전문가, 국제단체까지 나서 법리적 문제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전교조는 당분간 노조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전교조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집행정지 결정이 '법외 노조'결정에 대한 미봉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교조는 탄생부터 줄곧 한국 사회와 한국의 교육 문제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기 때문이다. 전교조를 둘러싼 '참교육'과 '이념편향수업'이라는 두 시각 속엔 사회의 다양한 모습이 응축되어 있다. 이번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도 이러한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살펴봐야 옳다. 고함20은 전교조를 바라보는데 도움이 될 더 큰 밑그림을 4회에 걸쳐 준비했다. 


보수 세력이 전교조를 난타하고 있다. 새누리당부터 대한민국 어버이연합과 보수국민연합, 재향군인회 등 대표적 보수시민단체, 각종 보수성향의 학부모단체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보수진영이 전교조 해체를 부르짖는다. 1989년 ‘참교육’을 모토로 창설되어 지금껏 촌지 근절, 교사 처우 개선, 학생 인권 개선, 부패사학 감시 등의 활동을 해오며 교육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한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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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종북이다?

전교조를 비난하는 세력은 전교조가 변질되었다고 말한다. 설립 당시 내세운 ‘참교육’의 뜻에도 공감하고, 촌지 근절 등 전교조가 그동안 이룬 성과도 인정하지만 지금은 그저 종북집단 · 이익집단화 되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전교조는 종북집단이라는 굴레가 자주 씌워진다. 운동권 출신의 교사들이 학생에게 주체사상을 교육하고, 친북·반미성향의 교육으로 학생을 세뇌시킨다는 비난을 받는다.

보수단체의 지속적 종북매도에 전교조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은 보수단체가 전교조를 종북세력으로 부르는 행위를 명예훼손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교조가 북한 추종이나 주체사상 신봉을 기조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전교조의 사회적 지위와 기대되는 역할에 비춰볼 때 정당한 비판의 수준을 넘은 모멸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판결은 처음이 아니다. 2012년에도 전교조가 보수 시민단체인 반국가교육척결연합, 서울자유교원연합, 뉴라이트 학부모연합 관계자를 상대로 건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전교조에 대한 종북몰이를 근거 없는 비방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들 보수단체가 사용한 ‘주체사상 세뇌하는 종북집단 전교조’라는 표현에 대해 “전교조 등이 주체사상을 교육하고 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에 비춰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면서 전교조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했다고 판결했다.


참교육 실천 강령 13조 : 우리는 참교육을 가로막는 제도와 관행에 맞서 투쟁한다.

각종 사회 이슈에 참여하는 모습도 보수 세력의 심기를 건든다. 전교조는 ‘우리는 참교육을 가로막는 제도와 관행에 맞서 투쟁한다’는 강령에 따라 참교육을 저해한다고 판단되는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전교조의 투쟁은 무상급식과 일제고사 반대 등 교육관련 이슈를 넘어 철도민영화, 광우병, 이라크 파병반대,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 같은 범사회적 이슈까지 포괄하기에 보수 세력에겐 곱게 보일 리 없다.

전교조의 사회참여는 전교조에게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그동안의 활발한 대외활동 덕에 법외노조 사태 당시 전교조는 진보진영 전체를 포괄하는 지원군을 얻었지만, 10만 명에 육박했던 조합원이 6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 데에는 활발한 정치참여에 대한 조합원의 거부감이 커진 탓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교조를 반대하는 이들은 교사의 정치참여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명시한 헌법 7조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헌법 외에도 국내에서는 정치자금법, 정당법, 국가공무원법, 교원노조법 등을 통해 교사의 정치참여를 금지한다. 전교조는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 제한이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신청을 하였다. 정치중립성과 표현의 자유 중 무엇이 우선하는 지는 끝없는 논란거리다.


전교조는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한다?

보수진영은 전교조가 교육정책을 자신들 입맛대로 좌지우지한다고 불평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전교조는 무상급식과 일제고사 폐지, 사립학교 비리 근절 등 교육관련 정책에 특히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교육관련 정책을 전교조의 눈치를 봐가면서 시행해야 하는 교육부에게 전교조는 눈엣가시다. 전교조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고용노동부에게 법외노조화 조치를 촉구한 주체도 교육부였다. 전교조를 배제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교육부의 의도는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 직후 전교조에 보낸 팩스에서 그동안 체결한 단체협약이 효력을 상실했음을 통보한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단협에 포함되었던 야자 규제와 0교시 금지, 강제 보충수업 금지 조항 등이 사라지면서 교육계의 시계가 1989년 이전으로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었다. 법원이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집행정지하면서 최악의 위기는 피했지만, 전교조를 제외하면 교육계에서 교육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가 전무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찔한 순간이었다.


전교조가 사학재단을 감시한다

사립학교에서 재단과 교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제대로 된 감시수단과 견제가 없으니 각종 인사전횡과 비리가 난무한다. 각 학교의 교사들이 운영하는 전교조 분회를 바탕으로 그동안 이들 사학재단을 감시해온 유일한 단체가 전교조다. 각종 징계와 해직까지 감수하면서 용감히 내부비리를 고발해온 전교조 교사들 탓에 사학재단은 골머리를 앓았다. 즉 전교조가 사라지면 가장 이득을 볼 대상은 사학재단이다.

전교조가 전체 보수진영의 공격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학재단을 견제하는 일은 보수 세력 전체를 건드리는 일과 같다. 전교조는 사립학교를 견제하고, 이는 사립학교 이사(장) 출신이 많은 새누리당을 견제하는 꼴이며, 새누리당이 이에 맞서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주도하면 보수 세력 전체가 전교조를 공격하게 된다. 2005년 열린우리당이 비리척결과 족벌사학 규제를 목적으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추진하려 하자 한나라당이 장외로 나와 촛불시위를 벌인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도 전교조가 될 수 있다

전교조를 반대하는 논리는 전교조만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어떤 단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처럼 빈약한 논리로 전교조를 무리하게 해체시키려는 시도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시민단체와 진보진영을 탄압하려는 전초로 여겨진다. 교직원 노동단체에 가해진 탄압에 그토록 많은 시민과 단체가 들고 일어난 이유다. 우리가 전교조 사태를 묵인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도 전교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