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말이면 대학 캠퍼스는 학생회 선거로 떠들썩하다.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대학부터 법적 분쟁이 일어난 대학까지, 다양한 화젯거리를 낳은 2013년도 학생회 선거는 어느덧 마무리되어 간다. 그중에는 학생회의 구성에 대학본부가 개입하는 일도 발생했다. 조직 폭력배가 총학생회를 장악했던 구미대학교와 김천대학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구미대에서는 총학생회장을 총장이 임명하게 됐고, 김천대에서는 총학생회 구성 자체를 하지 않게 됐다. 이렇듯 학생회 구성에 대놓고 개입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쩨쩨한 방법으로 교묘하게 개입하는 대학도 있다.

중앙대학교에서는 학교본부의 개입으로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가 무산됐다. 인문대 학생회장 후보자 김창인씨의 후보자 자격을 학교본부에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거나, 평균 평점이 2.0 이하인 학생은 학생회장 후보자 자격이 없다는 학칙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학생자치기구인 총학생회 및 단과대 학생회는 학생회칙에 근거하여 구성된다. 학칙을 들먹이며 학생회장 후보 자격을 제한하는 학교본부의 개입은 정당하지 않으며, 학생자치 탄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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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도 학칙을 근거로 학생회장 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심지어 중앙대 학생이 제기한 소송에서 나온 판결이었다. 중앙대 인문대 학생회장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다가 징계를 받았던 노영수씨는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하지 못했다. 인문대 학생회장 김창인씨의 후보 자격을 제한한 학칙의 존재를 미리 알았기 때문이다. 노영수씨는 총학생회선거 후보자격 확인 소송에서 승소하진 못했지만, “총학생회 후보자 출마자격은 총학생회에서 결정할 문제다”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중앙대 학교본부의 학생회장 후보 제한은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을 찍어내려는 옹졸한 행위다. 중앙대 독립언론 ‘잠망경’의 보도에 따르면, 중앙대 학교본부에서는 김창인씨가 후보자 등록을 하기도 전에 선거에 출마하지 말 것을 권했다. 인문대 학생회장으로 당선되면, 학생자치활동에 필요한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협박도 이어졌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부당한 개입에 맞서며 선거를 강행하자, 학교본부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 학생들을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선거를 무산시키는 데 성공한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김창인씨의 당선을 막겠다는 학교본부의 의지가 극명히 드러난다.

학생자치기구인 학생회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단일 후보만 출마하는 학생회 선거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경선으로 이뤄지는 학생회 선거에서도 여러 후보 간의 경쟁보다 선거 성사 투표율을 넘어서는 것이 관건이 됐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전자 투표까지 도입했지만, 최종 투표율이 31.6%에 그치며 선거 성사 기준인 50%를 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본부가 계속해서 선거에 개입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학생회는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않은 김천대, 총학생회장을 총장이 임명하는 구미대의 사례는 어두운 미래를 알리는 서막일 수도 있다. 학교본부의 학생회 선거 개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