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 공약에 많은 이들이 희망에 찼고, 어느 한 동성애 커플의 무척이나 당연한 결혼식은 또 많은 이들을 벅차게 했다. 그렇게 지난 한해의 순간은 희망과 열망으로 뒤덮였지만 동성애 커플의 '혼인신고서'는 여전히 접수되지 않았으며 박근혜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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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지난 12월 29일, 또 한 명의 장애인이 세상을 떠났다. 장애등급 3급 지체장애인이던 이모씨가 휴대용 가스버너로 한약을 데우는 중 발생한 사고가 원인이었다. 현재의 장애등급제는 장애등급 3급 혹은 4급이라는 이유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신청조차 못 하게 하고 있다. 일상에서의 고통을 심사하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서류상의 기준이 장애등급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증명될 뿐이다. 2013년은, 장애등급심사에서 조금이라도 낮은 등급이 나올까 많은 장애인이 불안해하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장애등급제라는 벽뿐만이 아니다. 버스 출입문의 여전히 높은 턱 또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처해있는 일상생활에서의 고통이 어떠한지를 가늠하게 한다.

이렇듯 장애인에 대한 불합리한 복지와 개선되지 않는 환경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차이를 '차별'로 존재하게끔 만든다. 미래의 자식을 생각하며 비장애인 아이를 바라는 평범한 인간의 마음은 사회에서의 장애인의 지위가 어떠한지를 반증한다. 비장애인아이를 바라는 세상이 아닌 그 모든 아이들이 구분되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가 끝나는 2017년에 맞춰 장애등급을 단순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장애등급제를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1년 전 폐지를 단언했던 정부의 말이 얼마나 믿음을 줄는지는 모를 일이다. 또, 장애등급을 단순화하는 것 또한 장애등급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로 비쳐 우려된다.

정부의 희망고문 속에서 장애인 단체의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위한 농성이 500일째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등급제폐지는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향한 첫걸음일 테다. 이렇게 또다시, 2014년에도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