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예술지원사업>은 '서울문화재단'에서 유망예술가를 발굴하고 그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연극 부문, 다원예술 부문, 전통기반창작예술 부문, 무용 부문, 음악/사운드아트 부문, 시각예술 부문 등 총 6개 분야의 작품을 심사하여 선정하고 있다. 이중 연극 부문 선정작이 2월 중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차례로 공연된다.

2014년 유망예술지원사업 연극 분야 선정작은 <닫힌 문>, <청춘인터뷰>, <먼지섬>의 3개 작품이다. <닫힌 문>은 우리 사회의 ‘닫힌 문’들로 인한 소외와 좌절을, <청춘인터뷰>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초년생 배우들의 실제 삶을, <먼지섬>은 '인간은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소재로 하여 공연될 예정이다.


ⓒ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2014 수다연극_청춘인터뷰>는 ‘유망 예술인 초청공연 시리즈’에서 가장 흥미를 끌었던 작품이었다. 가장 먼저 ‘디바이징 씨어터(Devising Theatre)'라는 형식을 사용해서 20, 30대 배우들과 주제의 선정부터 모든 것을 함께 만드는 제작 방식을 썼다는 점이 그랬고, 두 번째로 ’수다연극(Talk Theatre)‘이라는 틀을 통해 주어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역할에서부터 더 발전된 배우들의 새로운 역할이 기대되었기 때문이었다.

무대는 아주 단순했다. 소품은 9개의 책상과 의자가 전부였고,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오로지 9명의 배우들의 ‘이야기’ 뿐. 배우들은 자신의 일상적 생활(요즘 하는 운동 등)부터 연기를 하며 겪었던 경험과 연기로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한 고찰로 차츰차츰 논의의 범위를 확장해나간다. 경력 1년차부터 8년차까지, 그리고 나이로 따진다면 26살에서 34살까지 다양한 배우들은 각자의 삶의 결만큼이나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배우의 개성에 따라 어떤 에피소드는 한 사람씩 돌아가며 독백처럼 쓸쓸하게 읊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모든 배우가 동원된 한 편의 활극으로 표현되곤 했다. 꽁트 식의 재현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인터뷰의 중간 중간에 ‘맛’을 넣어주는 즐거운 요소였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극이 전반적으로 ‘토크쇼’의 형태를 띠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연출가가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통상의 극과 달리 이번 <청춘인터뷰>에서는 연출가가 직접 토크쇼의 MC역을 맡아 배우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역을 맡았다. 미리 짜인 질문 속에서 연기는 완전히 즉흥적이지도, 완전히 정교하지도 못한 채 애매하게 남았다. 배우가 하나의 에피소드를 대답하고 나면, 별다른 곁가지 없이 주제가 마무리되는 식이었다.

디바이징 씨어터라는 기법을 이용해 배우를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만큼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어떤 표현을 의도했는가보다 어떻게 전달되느냐라고 생각한다. 연출가는 브로셔에서 ‘수다연극’의 취지를 “관객들은 배우들이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배우라면 말의 표현보다는 행동의 표현에 더 무게를 둬야 하지 않았을까? 배우 개개인의 스토리보다도 오히려 즉흥적으로 삽입되곤 했던 활극들이 더 인상적이었던 이유다.

‘인터뷰’의 형식을 가졌을 뿐 관객과의 교류는 전혀 없었다는 점 역시 '토크쇼'의 형식으로서 안고갈 수밖에 없었던 숙제였던 것 같다. 연출가가 묻지 않은 질문에 대한 공백은 관객의 추측으로 채울 수 밖에 없었다. 배우는 무대 밖을 향해 편하게 말을 던지는 데 그쳤다. 배우 간에 진행되는 자연스러운 대화에 관객이 보다 쉽게 공감하며 배우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될 수 있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모든 상황은 무대 안에서 완결된다. 관객은 무대 밖에서 수동적인 구경꾼으로 남겨졌다.

인터미션을 포함해 120분간 진행된 긴 공연 동안 많은 '이야기'들이 제시됐지만 배우라는 공통점말고 등장인물들을 묶을 수 있던 '테마'는 찾기가 어려웠다. 소수로 이루어진 독백이나 2인극이 아닌, 9명의 배우가 동원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극은 어째서 이 '청춘'들을 인터뷰하는가? <청춘인터뷰>는 "2014년을 맞아 나는 배우로서 어떠한 결심을 했는지"에 대한 배우 각자의 선언으로 마무리된다. ‘청춘’이라는 말은 강력하지만 진부하다. 개인의 갈등과 고민, 그리고 희망을 충분히 하나의 담론으로 묶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결국 각자의 포부를 선언하는 것으로 퍼져 나가버린 결말에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