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서울시립대 자연과학관에서 시사 IN의 문화팀장 고재열 기자의 강연회가 열렸다. 이번 강연회의 주인공인 고재열 기자는 기자들 가운데에서도 인터넷 매체를 잘 이용하기로 유명하다. 그가 운영하는 <고재열의 독설닷컴>이라는 블로그는 Daum 티스토리 우수블로그에 선정되었고 그의 트위터는 기자 중에서는 가장 많은 수인 26000여명의 팔로워를 확보하기도 했다. 고재열은 또한 이슈메이커다. 자신의 블로그를 과감하게 ‘알기 쉬운 이명박 사용설명서’라고 말하면서 현 정권의 언론 탄압을 ‘까는 것’도 그렇고 넷 상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을 비하하는 시를 올려 따가운 눈총을 받은 것도 그렇다. 언론 자유와 여성 비하가 공존하는 기자, 그가 바로 고재열이다. 그런 그가 강연을 하고 그 주제가 ‘기자로서의 삶과 기자가 되기 위한 삶‘이다. 기자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 앞에서 그가 강연한 내용을 살핀다.


1. 기자로서의 삶 - 언론 자유는 자본으로부터의 자유

 강연이 시작되었을 때 그는 다짜고짜 영상부터 보여줬다. 영상은 시사저널 파업이 발생한 원인과 그 결과를 다룬 지식채널e였다. 경영자 측은 대기업 인사 관련 기사를 기자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삭제하고 만다. 언론 자유를 외치며 기자들은 파업에 돌입했으나 그들에게 남은 것은 주류언론이 만들어낸 시민들의 무관심뿐이었다. 주류 언론들은 대부분 그 대기업의 광고료로 살아간다. 고재열 기자가 상금을 타기 위해 퀴즈쇼까지 출연할 정도로 어떻게든 파업사태를 이어가려했으나 결국 경제적 문제와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파업사태는 기자들 전원 사표로 마무리된다. 영상이 끝난 후 고재열 기자는 말한다. “지금부터는 언론에게 있어서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보다 자본으로부터의 자유가 훨씬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기사를 삭제했던 경영진도, 그들의 이야기를 실어주지 않은 주류언론도 결국 자본의 논리에 종속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시대에서 언론의 자유란 권력보다는 자본과의 투쟁에서 그 존재의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2. 기자가 되기 위한 삶 - 소셜 미디어의 활용

 고재열 기자는 블로그와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는 기자답게 앞으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쪽으로 언론의 모습이 바뀔 것이라고 예견했다. 기존언론은 기자가 이슈를 생산하고 생산된 이슈는 오프라인으로 유통된다. 또한 어떤 이슈가 발생했다면 일간지에서는 다음 날에, 주간지에서는 다음 주에 알릴 수밖에 없다. 반면에 소셜 미디어 시대의 언론은 기자가 이슈를 만드는 이슈메이커가 아니라 이미 대중들이 생산한 이슈를 가공하는 이슈코디네이터가 될 것이다. 가공된 이슈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고 정해진 시간에만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대중들에게 보여질 것이다. 이것이 그가 말한 앞으로의 언론의 모습이다. 따라서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하며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기자와 언론은 새로운 시장환경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고재열 기자의 트위터 화면



다음은 질의응답시간에 있었던 일문일답.

Q. 자신의 블로그에 치마를 누르는 행동을 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시를 올리셨는데 왜 그러신거죠?
A. 앞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계단을 올라가면서 치마를 가렸는데 나를 잠재적인 성추행범으로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그게 실제로 보이는 것도 아니고 패션의 기본은 자신감인데 그렇게 전전긍긍할 것은 아니지 않나. 블로그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데 블로그는 나의 개인적 공간이다. 이에 관한 개념은 확실히 해야한다.

Q. 기자적 글쓰기란 무엇인가요?
A. 장님이 코끼리의 모습을 만질 때, 만지는 부위마다 모양이 달라서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가 없다. 이 때, 기자적 글쓰기란 코끼리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면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때, 전달의 명료성과 감동을 주는 재미가 중요하다.

Q. 기자하면 술을 많이 먹는 직업인데, 기자가 되면 억지로 술을 먹어야 되나요?
A. 기자는 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억지로 술을 마시는 건 아니고 어려운 상대를 만날 때 분위기를 완화시킬 목적으로 주로 마신다.

Q. 기자가 되는 데에도 영어 성적이 필요하나요?
A. 특파원 같이 영어 실력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사람만 영어실력을 키우면 그만이다. 그리고 기자는 능력을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Q. 지역 신문의 경우 술자리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진 않나요?
A. 진상만 피우지 않는다면 지역 신문이라고 해서 특별히 차별을 겪진 않는다.

Q. 단순 정보전달만 하는 저널리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한식 요리사가 김치 잘 만드는 것과 같다. 빠르고 정확한 사실 전달 능력은 기자의 기본이다.

Q. 나이가 들어서도 현장에서 뛸 수 있나요? 그리고 뛴다면 그건 승진 경쟁에서 밀려난 건가요?
A. 사실 나이든 기자가 현장에서 뛴다는 건 우리 언론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 만일 그게 가능해서 현장에서 뛰는 것과 건물 안에서 편하게 일하는 것 사이를 고민한다면 그것은 행복한 고민이다. 그 정도로 현장에서 뛰는 것은 미덕으로 인정해준다.

Q. 시사 저널 사태일 때 문화부기자이면서도 정치적 행동을 취한 이유는 무엇이죠? 또 문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요?
A. 경영진이 기자에게 있어서 기본적인 것도 보장해주지 못하면 안 된다. 또 정치, 사회, 문화는 커피, 프림, 계피가루와 같은 것이다. 즉, 지극히 당연한 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