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2(이하 패떴2)가 굴욕적인 종영을 맞게 되었다. 지난 주말 종영 기사가 하나 둘 났으나, 제작진 측은 시간대 변경 등을 이야기하며 종영은 없다고 해 제대로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유재석이 진행할 ‘런닝 맨’이 이미 첫 촬영을 마친데다가, 골드미스가 간다의 후속작 역시 ‘영웅호걸’로 정해지면서 패떴2의 종영은 확실시되었다. 시청률 부진으로 인해 프로그램이 조기 종영하는 것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지만, 패떴2는 마지막 방송 녹화조차 생략된 채 급작스레 마치며 ‘굴욕’을 겪는 특이한 기록을 남기게 됐다. 패떴2는 어쩌다 이런 황당한 퇴장을 맞게 되었을까.

 사실 패떴2는 화제거리가 상당히 많아 초반에는 오히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패밀리가 떴다의 시즌2라는 점, 아이돌․개그맨/개그우먼․연기자 등 다양한 조합의 출연진이 등장하는 점, 전작과 차별화된 포맷을 예고한 점, 지난 연말부터 엮였던 윤아-택연이 함께 나온다는 점 등 이유도 다양했다. 패떴1이 대본 문제, 상황 조작 등 불미스러운 이야기에 휩쓸렸던 것을 의식한 듯, 제작진은 ‘리얼 버라이어티’임을 강조했고, 농촌에서 일손을 도우며 게임하고 밥 짓는 포맷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억지 러브라인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아 걱정하던 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방향 없이 흔들리는 포맷

 패떴2 제작진은 방영 전 인터뷰에서 시즌1처럼 할머니, 할아버지가 달력에 해야 할 일을 써 놓고 미션처럼 수행하는 부분은 폐지하고, 동시에 공익적인 요소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시청자들이 지적했던 ‘반복되는 포맷의 식상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보였다. 1회에 등장한 가장 제도도 그 중 하나였다. 투표로 결정된 가장의 선택에 따라 패밀리의 활동이 달라지는 수 있는데, 이를테면 머무를 숙소나 저녁 식사거리를 결정하는 데 가장의 판단이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첫 주 오리엔테이션에서는 택연이 가장을 맡아 여러 활동을 할 때 최종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1인 가장 체제는 2인 체제로 바뀌어 대결 구도로 갔고, 4월 방영분부터는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다.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순위를 선정해 낮은 순위인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그대로였다. 장기자랑 꼴찌 2명이 설거지를 맡아 한다든가, 기상이 가장 늦은 사람이 식사재료를 준비할 때 가장 힘든 과제를 맡았다. 공익성 부분은 약간의 시도는 있었으나 매우 미미했다. 곰배령 홍보 CF, 산낙지 홍보 CF를 찍은 적이 있지만 프로그램의 전체를 좌우할 만큼 비중이 크지 않았다. ‘패밀리야 부탁해’라는 코너에서 마을 주민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전작과의 차별성이 돋보이지는 못했다.


 게스트만 웃긴다? VS 게스트 왜 나오나?

 패떴2는 초기에 게스트 섭외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단독 MC가 없는 7인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게스트들이 급 등장했다. 5월 2일 친한친구 특집, 5월 16일 군부대 위문 공연 특집에는 게스트가 대거 출연해 이목을 끌었다. 특히 시청률 때문에 고전하고 있던 중 소녀시대가 나왔던 5월 23일 편은 시청률이 반짝 상승하기도 했다.

 패떴2 멤버들이 각자의 예능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많았는데 심지어는 게스트들만 웃긴다는 냉정한 소리가 나오기 일쑤였다. ‘김희철, 장동민만 웃기더라’, ‘기존 멤버들보다 어떻게 게스트가 더 재미있을 수 있는 거냐’, ‘패떴2 안 봤는데 원더걸스 나와서 이번에 처음 볼 예정’ 등 패떴2에게는 굴욕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결국 고군분투해 웃음을 선사했던 김희철, 장동민은 고정 멤버가 되었으나 합류한 지 채 1달도 되지 않아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불운을 맞았다.

 게스트로 나와서 주목을 받았던 멤버도 있지만, 오히려 '이럴 거면 왜 게스트로 불렀나?' 하는 불평이 나온 경우도 있었다. 2주 간의 짧은 국내 활동을 했던 원더걸스는 첫 예능 녹화로 '패떴2'를 택했는데 방송 분량도 적고 그들이 중심이 되어 내용이 전개되지 않았다. 원더걸스를 보기 위해 패떴2를 시청한 많은 이들이 실망한 건 당연했다. 또 지난주(6월 27일) 방영분에서도 가인과 니콜, 신현준 등이 충분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해 분량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억지 러브라인, 왜 버리지 못했나?

 SBS 예능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 중 하나가 러브라인이다. 방영 초반 팀워크를 무너뜨리는 X맨을 찾는 데 주력한 'X맨을 찾아라'는 회를 거듭할수록 청춘남녀를 엮는 데 혈안이 되었고, 강호동이 진행했던 '연애편지'는 아예 짝짓기에 초점을 맞춘 연애 버라이어티로 방영된 바 있다. 물론 이때의 러브라인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X맨은 '김종국-윤은혜' 커플의 열애설 불씨를 제공해 그 재미를 톡톡히 보았다. 더구나 X맨은 MC들의 농담 반 진담 반 진행과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긴 했으나, 아무 사심도 없어 보이는 둘을 마구 엮는 무리는 하지 않았다. 패떴1의 경우도 억지 러브라인으로 비난받기 시작한 건 종영 무렵이었다. 새로 합류한 김종국의 캐릭터가 약했는지 이효리, 박예진과의 조작 스캔들을 하나의 컨셉으로 밀었던 것. 대본이 존재한다든가, 우연인 줄 알았던 상황이 실은 조작된 것이라든가 하는 불미스런 의혹이 겹치기도 했으나 억지 러브라인 역시 시청자들이 패떴1을 외면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패떴2는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억지 러브라인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미 지난 해 시상식 무대를 함께 한 이후 '사이가 수상하다'는 눈길을 받는 윤아-택연이 함께 출연하는데 당연히(?) 그런 뉘앙스가 풍기지 않겠느냐 하는 반응이었다. 특히나 열애설에 민감한 아이돌 가수끼리의 조합이었기에 시청자들의 귀추가 주목됐는데, 제작진은 '억지 러브라인을 만들 의도가 없다'며 주변의 예상을 일축했다. 확실히 초반에는 장난 삼아, 혹은 농담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만 있었고 그 비중도 그리 크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5월 원더걸스 편을 기점으로 '지나치다'는 지적과 비판에 직면했다. 수학여행 편 중 즉석미팅에서 커플 연결이 있었는데, 윤아-택연 라인에 치중해 내용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첫 선택, 매력 발산, 택연의 향수 선물, 클럽 즉석만남 재연, 최종 선택까지 철저히 둘에 맞춘 내용이 전파를 탔다. 가족들이 다함께 TV를 보는 시간대에 상반신 탈의를 하는 모습, "처음이자 마지막인 성년의 날 나와 함께 해줬으면 좋겠" 등의 과한 멘트는 결코 환영받을 수 없었다. 해당 방영분이 나간 직후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다음주에도 윤아-택연 커플 라인은 계속되어 논란이 되었다.



 패떴2의 실패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겠으나, 제작진의 '무대뽀 정신'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반응이다. 애초에 재미를 유발할 만한 포맷을 정해두지 않고 아이돌의 인기에 기대어 서둘러 시작한 점, 시청자들의 반응과 늘 상반된 행보를 보인 점, 방영 전의 발언과 전혀 일관되지 않은 프로그램의 흐름 등 비판받을 부분이 무척 많았다. 물론 각자의 캐릭터 확보도 하지 못한 채 프로그램에서 겉돌았던 출연진 역시 패떴2의 실패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KBS '남자의 자격'과 '1박 2일'이라는 대항마가 있긴 했으나 패떴2는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고정팬을 확보할 기회가 분명 있었다. MBC의 일요 6시 예능이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분발했다면 이런 굴욕스러운 조기종영을 맞는 것까지는 피할 수 있었을 테다. 월드컵 단독중계라는 독특한 상황 탓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말 없이 결방되었다가 이어 급작스럽게 끝맺게 된 패떴2. 한 자리 수 시청률이지만 그간 패떴2를 보았던 시청자들에게 폐지를 알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방향성 없이 흔들렸던 패떴2이 떠나야 할 때는 지금이 맞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