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입학과 졸업도 축하하지 못합니까?”

24일 고려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인 ‘사람과 사람’이 입학과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걸어둔 현수막이 도난당했다. 사람과 사람 측 SNS (페이스북)에 따르면 누군가에 의해 날카로운 물건으로 잘린 현수막 끈의 잔해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고려대학교에서는 최근 9개월 동안 세 차례의 테러가 발생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해 열린 ‘5.18 사진전’과 ‘안녕하십니까’ 물결 속에서 자필로 쓰인 이샛별씨의 대자보를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이 훼손했다. 또한 2012년부터 2년간 진행돼 온 시간강사 문제 해결을 위한 농성 텐트도 신원 미상의 사람에 의해 부서졌다. 여기에 성소수자 동아리의 현수막 도난사건까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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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레즈비언 바이 트랜스젠더의 졸업 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도난 이전 현수막의 모습 ⓒ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람’측은 이러한 연이은 테러들이 ‘혐오를 표한할 자유’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혐오와 비합리적인 차별은 결코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섭될 수 없다”며 “사회적 약자들이 어렵게 낸 목소리에 대해 무차별적인 테러를 가하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행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측은 현재 현수막을 다시 주문하고 학내외 단체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요청한 상태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현재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와 사람을 생각하는 인권*법률 공동체 두런두런을 포함해서 20개 넘는 단체들이 지지와 연대 성명을 보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SNS를 통해 “이번 일과 같은 테러와 폭력 협박에 노출되어 있는 성소수자분들이 이러한 위협을 걱정하지 않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적고 학우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같은 날 이화여대 성소수자 동아리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의 현수막도 훼손됐다. 관계자들은 호모포비아들의 계획적인 동시 행동일 가능성을 염려하며 가해자의 신원을 최대한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목격자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