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학생들 간의 부조리가 한 신입생의 폭로로 밝혀졌다. 서울시립대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광장’에 게시된 이 글에는 개강 전 신입생 환영행사인 새내기배움터에서 신입생들이 마주한 각종 부조리가 낱낱이 묘사되었다. 해당 게시물은 ‘광장’과 디시인사이드 서울시립대 갤러리에서 재학생을 중심으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서울시립대학교 총학생회장은 ‘광장’ 운영자와 함께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산폭격



대학 입학의 설렘을 안고 새내기배움터에 참여한 신입생들이 마주한 건 12,13학번 학생들이 ‘원산폭격(바닥에 머리를 박는 자세)’을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신입생들은 처음 보는 선배에게 “놀러왔냐, 씨x새끼들아?”라는 욕설을 들어야 했고, 행사 내내 기합과 욕설, 폭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선후배 사이에서는 ‘압존법’을 써야하고 술을 받을 때는 ‘관등성명’을 대야 하는 등 위계질서도 엄격했다.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대학교 첫 행사에서 신입생들은 “겁에 질린 채로 정자세로 앉아 벌벌 떨어야 했다”고 작성자는 전했다. 대답하는 목소리가 작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면 전원이 ‘엎드려 뻗쳐’있어야 했고, “내말이 x(성기)같냐, 귀에 x박았냐”라는 욕설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토목공학과 회장은 신입생들에게 “과 특성상 위계질서와 군대문화가 어느정도 필요하고, 지금까지 죽 이렇게 해왔으니 여학생들은 어색할 수도 있지만 적응해라”라며 이런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작성자는 글에서 “도대체 ‘학문’인 토목공학에 위계질서와 군대식 문화가 왜 필요합니까?”라고 되물었다.

논란을 일으킨 신입생의 글. 시립대광장 갈무리



토목공학과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서울시립대 사태는 전보다 파장이 커지는 분위기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재학생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며, “토목공학과를 서울시립대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아이디 'ae181'를 쓰는 한 재학생은 “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것이 배운 사람들이 할 행동인가요? 타 대학의 문제라고만 여겼었는데 주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게 너무 충격적입니다. 저 역시 개선을 촉구하고 싶습니다. 이래서 누가 시립대 토목과를 가려 하겠습니까??”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토목공학과 고학번으로 추정되는 한 회원이 게시판에 각종 부조리를 정당화하는 듯한 해명글을 올리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아이디 ‘지나가던 시대인’은 해명글을 읽고 “도대체 왜 기합을 준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죠”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위 게시물에 대한 재학생의 격앙된 반응



부조리를 폭로한 신입생은 글의 말미에 이러한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건의안을 제시했다. ▲ 선배와 후배는 선임과 후임처럼 상명하복해야하는 명령체계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것을 인지하고, 선배와 후배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 ▲압존법이나 복장 등에 대해서는 본인의 자유에 맡길 것 ▲후배에게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언어 폭력은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격적 모독을 금하고 비속어 사용을 자제할 것 ▲단체기합 등 얼차려 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금지하고, 연대책임을 지우는 등의 비민주적인 처사를 그만둘 것 ▲술을 강권하지 않으며, 압박적인 분위기를 만들지 않을 것 ▲각종 행사 등에 강제로 참여하게 하지 않으며, 행사 불참 처리는 각 학번의 과대를 통해 할 수 있도록 할 것

‘광장’의 운영자는 게시물을 공개하며 “이 글에 대해 총학생회장과 논의하였으며, 총학생회장은 토목공학과 새내기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토목공학과와 접촉할 것을 약속 해 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토목공학과 관계자는 "신입생이 그런 글을 올렸다는 건 들었지만 아직 과 차원에서 이렇다할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