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규제를 풀어서 투자와 고용을 활성화하자는 해묵은 논리다. 이 흐름을 타고 교육부분의 규제를 풀고 외국대학을 유치하면 9만개의 청년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언론이 나타났다. 매일경제는 16일자 기사를 통해 "교육서비스 규제 풀면 청년 일자리 9만여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으로 9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긴다니 과연 믿을만한 이야기일까. 

[매일경제] 美대학 유치, 한국 8년…싱가포르 6개월

한국경제연구원은 정부가 교육 서비스 규제를 풀어 외국 교육기관을 유치할 경우 2020년까지 9만300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교육ㆍ의료ㆍ법률ㆍ콘텐츠 등 4개 분야만 규제를 완화해도 2020년까지 청년 일자리가 35만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략)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려면 서비스업 규제를 최대한 풀어 `양질의 전문직 일자리`를 많이 양산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기사가 주장의 근거로 인용한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 부분이 과장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3년 9월 ‘규제개선을 통한 글로벌 교육서비스산업 시장 창조의 경제적 효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서문에 이 연구의 목적이 “외국교육기관 및 해외유학생 국내유치를 위한 규제개선 방안”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규제완화의 “경제적 파급효과의 규모를 추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규제철폐를 통해 2020년까지 일자리 9만 3천 개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보고서의 마지막 장에 실려있다.

먼저 2020년까지 외국대학을 다닐 재학생 수가 지나치게 과장됐다. 보고서가 2020년에 외국대학에 다닐 것으로 예상하는 학생의 수는 총 7만 9천 명 정도. 한국으로 유학 오는 외국인 유학생 4만 9천 명과 외국으로 유학가는 한국인 유학생의 대체수요 3만 명을 합한 숫자다. 외국인 유학생은 2020년까지 총 20만 명으로 증가해 이중 일부인 4만 9천 명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대학에 진학한다고 가정했다. 


국내 대학으로 유학을 오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 11년 8만 9천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12년 8만 6천 명, 13년 8만 5천 명으로 되려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외국인 유학생은 2000년대 초중반 까지 중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세계금융위기의 여파, 외국인 유학생 관리감독 강화, 중국인 해외유학의 다변화 등으로 이전과 같은 급격한 증가세는 한 풀 꺽였다. 정체상태인 외국인 유학생 규모가 6년 간 두배 반 이상 증가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한국에서 외국대학으로 유학가는 수요 일부를 흡수한다는 계획 또한 마찬가지로 11년 이후 감소상태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 추세를 감안하면 그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긴 매한가지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계산하는 공식의 핵심이 되는 재학생 추정치부터 엉망인 셈이다.

외국대학의 어두운 전망은 미래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설립된 외국대학마저 정원을 못 채우고 운영되고 있거나 폐교 수순을 밟고 있다. 광양시 경제자유구역 내에 설립된 네덜란드 국제무역대학은 이미 지난해 5월 교육부에 폐교신청을 했다. 이 학교는 한국에 지난 08년 처음으로 한국에서 신입생을 받은 외국대학이기도 하다.

외국대학의 정원 미달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달 초 한국대학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자리잡은 한국뉴욕주립대와 한국조지메이슨대의 올해 신입생은 각각 44명, 34명에 불과하다. 두 대학이 교육부로부터 배정받은 올해 입학 정원은 각각 100명과 160명으로 정원의 절반조차 채우지 못했다. 정원이 100명인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컴퓨터과학 석사과정에  단 2명의 학생만 등록한 경우도 있다.

한국경제원구원의 보고서는 기존 3개 학교(2013년 9월 기준)에 유치 추진 중인 11개 학교와 최소 5개 이상의 학교가 더 세워진다는 것을 가정을 근거로 경제효과와 고용유발효과를 계산했다. 이미 3개의 학교 중 네덜란드 국제무역대학은 폐교신청을 했다. 문을 열었던 외국대학마저 배당된 정원을 채우지 못하거나 폐교하는 상황에서 현재 진행중인 경제자유구역 내 해외대학 유치가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될지 미지수다. 

심지어 이들 외국대학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적지 않은 돈까지 지원받고 있다. 네덜란드 국제무역대학은 설립 당시 전라남도와 광양시, 해양수산부로부터 5년간 설립과 운영비로 총 48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학교는 재정 지원이 끝나는 13년 교육부에 폐교신청을 했다. 지난해 10월 한국대학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의 투자활성화와 외국 유학생 대체등을 기대하며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 대학에게 지원한 금액은 총 189억 원에 달한다. 

기사가 인용한 보고서의 추정치는 지나치게 과장되었고 외국대학의 부실한 운영상태는 여러차례 언론을 통해 지적된 바 있다. 규제완화가 곧 외국대학을 유치하고 이것이 곧 일자리창출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도식을 머리속에서 지워야한다. 일자리창출을 핑계로 외국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수백억의 세금을 낭비하진 않을까 걱정된다. 대학설립을 경제적 투자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시각을 접어둘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