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대학에선 교육환경의 차이를 근거로 각 전공마다 다르게 등록금을 책정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학교의 경우 별다른 이유 없이 상대적으로 높은 등록금을 내는 경우가 있어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과에 재학생중인 김혜민씨는 이번학기에 412만원의 등록금을 납부했다. 이 금액은 아동가족학과가 소속된 생활과학대의 다른 전공 학생이 내는 등록금과 같은 액수다. 아동가족, 의류환경, 실내건축, 생활디자인, 식품영양 전공이 있는 생활과학대의 등록금은 인문사회 계열과 자연공학 계열의 중간 수준이다. 이들 학과의 등록금이 인문사회계열 보다 높은 이유는 이론수업 이외에도 실험/실습을 추가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생활과학대 전반으로 보면 높게 책정된 등록금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류환경, 생활디자인, 실내건축, 식품영양 전공의 경우 실험/실습 과목이 전체 교육과정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실내건축 전공의 경우 14년 1학기에 개설된 17개의 전공과목 중 6개의 과목이 이론교육과 함께 실습을 함께 진행하는 과목이다. ‘환경디자인스튜디오’ 과목은 중간고사 이후 수업을 3D모델링, 도면, 투시도, 모형 작업 등 실습위주로 진행한다. 평가 항목에도 설계프로젝트가 50%를 차지한다. 

생활과학대 내의 다른 전공과 달리 김씨가 다니는 아동가족 전공은 실습과목이 없다. 이번 1학기에 개설된 강의도 모두 아동학과 가족학에 관련된 이론 수업이다. 커리큘럼에 있는 대부분의 과목 또한 실습보단 이론 중심의 수업을 진행한다. 간혹 실습이 있는 과목도 있으나 다른 전공의 수업과는 달리 실습이 수업의 중심이 아니다. 

이전까진 졸업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연세대학교 부설 어린이생활지도연구원에서 실습을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 있었지만 지금은 폐지된 상태다. 보육교사자격증을 따기 위해선 보육실습을 나가야 하지만 이 또한 원하는 학생에 한해 선택적으로 이수가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아직까지 학생회 차원의 집단적인 문제제기도 학교측의 뚜렷한 해명도 없는것이 현실이다. 김 씨도 친구들과 개인적으로 불만을 이야기해본 적은 있지만 그 이상의 논의가 진전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불만은 많아도 다들 어쩌겠어 하는 생각으로 다니는 게 아닐까 싶다. 내 자신도 그렇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는 박예진(가명)씨도 비슷한 이유로 더 많은 등록금을 내고있다. 박씨가 다니는 언론정보전공은 사회과학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소속으로 광고홍보학 전공과 방송영상학 전공이 함께 있다. 언론홍보영상학부 소속 학생들은 매년 770만원 가량의 등록금을 납부한다. 이는 같은 사회과학대 내의 사회과학부 소속 전공 학생이 내는 720만원에 비해 50만원 높은 금액이다. 

박씨는 방송영상학 전공의 경우 방송장비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등록금이 높을 수 있지만 언론홍보영상학부 내의 다른 전공까지 등록금이 높을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언론정보학 전공의 경우 기사제작과 전자편집출판 과목을 이수하기 위해 컴퓨터 실습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고가의 장비를 다루는 수업은 거의 없다. 반면 방송영상학과 전공 학생들은 방송용 카메라와 스튜디오, 편집실 등의 장비를 사용한다. 

박씨는 등록금 책정과정의 비민주적 방식과 학교측의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등록금이 어느정도 인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확히 어떤 액수가 적당하다라곤 말을 못하겠지만, 적어도 학생들과 협의가 있다거나 등록금 책정 방식에 대한 정보 정도는 공개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과의 김혜민씨는 본교의 사회과학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등록금을 인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연세대 아동가족학과의 김혜민씨는 “과에서 배우는 아동학과 가족학이라는 학문이 사회학과 사회복지학 또는 교육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과학대 수준의 등록금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간된 서강대학교 교지서강 64호엔 서강대학교 자연과학대 수학과 학생이 자신의 전공에 책정된 등록금의 불합리함을 끈질기게 취재한 한 편의 글이 실렸다. 김혜지 편집위원은 ‘수학과 학생도 계산 못 하는 수학과 등록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실험을 하지 않는 수학과가 왜 자연과학대 내의 다른 생명과학과, 화학과, 물리학과 학생들과 같은 등록금을 내야만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학교측에 문제를 제기한다. 교육환경을 비교하며 높게 책정된 등록금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없던 김 편집위원은 학교측에 등록금 책정의 이유를 묻기 위해 여러차례 문의를 했지만 결국 답변을 듣는데 실패한다. 김 편집위원은 글을 마치면서 다음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취재를 하면서 가장 놀랐던 건 대학이, 대학생이 주인공이고 ‘갑'이어야 할 대학이, 알고 보니 우리들 머리 꼭대기에 있는 슈퍼 ‘갑'이었더라는 점이었다. (중략) 내 이름 걸고 낸 돈인데 이놈의 학교는 내 돈을 일일이 어디다 썼는지 영수증 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중략) 본교 학생으로서 학교 측에 ‘찍'소리라도 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글이었지만 ‘겨우' 이런 글 하나 쓰는 것 조차 막막했으며,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