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부터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어느샌가 우리는 온갖 매체를 통해 범람하는 문화를 그저 수용할 뿐인 삶에 익숙해져 있다. 대체 이 많은 콘텐츠 속에서 '20대의 문화'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이 있긴 한 것일까?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창조자로서, 20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문화예술'이라는 것에 참여하고 있는 것일까? 고함20은 <예술in 20> 기획을 통해 '예술을 수용하는 데에 길들여진 20대'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창조하는 20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려 한다.

그 두 번째 주인공, 박의서씨는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음악과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고 있는 26세의 기타리스트다. 많은 10대들이 수능이라는 관문을 거쳐 자신의 전공을 찾아나가지만, 그는 또래들보다 한 발 먼저 꿈을 찾아 발걸음을 내딛은 사람 중의 하나다.

 

ⓒ 무대에서 연주 중인 박의서(26세)씨

 

Q. 가장 처음 클래식 기타를 접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A. 처음 (클래식 기타를) 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10살 때, 아버지로부터 처음 배우기 시작했죠. 아버지가 회사에서 클래식기타 동아리를 하셨거든요. 중학교 때까지는 학원만 다니고 고등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방향을 바꾸어서 “음악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했어요.

Q. 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건가요?
A. 고등학교 때 보충학습이다 야간자율학습이다 다들 똑같은 생활을 하잖아요. 그런데 남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는 게 저랑 안 맞는다고 생각을 해서.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어요. 어차피 한 번 살다 갈 인생, 특별한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웃음).
중학교 때 (학원) 선생님이 전공을 시켜도 괜찮겠다고 얘기를 하셨었어요. 그런데 그때 부모님이 반대를 하셨고, 저도 음악 쪽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 것 같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문계에 갔었던 거예요. (음악을 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을 때도, 부모님이 “음악해서 어떻게 살려고 하냐”고 말씀하셨는데 계속 설득을 했죠. 결국 선화예고 시험을 쳐서 입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전공을 하기 시작했어요.

Q. 왜 클래식 기타인가요?
A. (기타를 접해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겠지만, 따뜻한 음색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세 자체가 기타를 품에 끌어안고 치니까 음의 진동이 몸으로 직접 느껴진다는 점도 정말 좋아요. 저 혼자만으로 멜로디와 반주를 모두 할 수 있는 화성악기니까, 반주자 없이도 음악이 되고요. 그게 가장 큰 매력이죠. (같은 화성악기라도) 피아노랑은 달리 가지고 다니기도 간편하고. 피아노는 가지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또 클래식 기타라고 해서 클래식 곡만 치는 것도 아니거든요. 세미 클래식 같은 것도 치고, 통기타처럼 노래 부르면서 치기도 하고. (저의) 음악 취향 자체가 고전 클래식보다는 퓨전하거나 크로스 오버 된 음악을 좋아하다보니까 그런 기타의 자유로움에도 매력을 많이 느끼죠.

Q.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A. 클래식 기타 곡 중에는 바하의 샤콘느를 되게 좋아하고, 롤랑 디옹 음악들을 좋아해요. 롤랑 디옹의 곡은 연주도 많이 하고. 고전 곡들 보다는 현대 곡들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재즈나 핑거스타일, 토미 임마뉴엘, 코타로 오시오 같은. 대중 가수들 중에서는 제이슨 므라즈라든지 브루노 마스를 좋아하고, 하드한 락 밴드들도 좋아해요. 트로트만 빼고 다 듣는 것 같아요.

* 클래식 기타 곡 중, 롤랑 디옹의 'Tango en skai'  

Q.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시네요. 클래식 기타 말고 다른 분야에 흥미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A. 원래 실용음악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예고 졸업한 후에는 그쪽으로 가려고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그동안 클래식 기타만 해왔기 때문에 실용음악 쪽으로는 갈 수 있는 학교가 제한이 되더라구요.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장르니까. 새로 준비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그러다보니까 그냥 이걸(클래식 기타)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클래식 예술을 하는 대학을 들어오게 된 것 같아요. 하나의 길로 가다보니까 점점 좋아지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도 (실용음악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어서 가끔 타악기 하는 애들이랑 심심할 때 맞춰보기도 하고 그래요. 밴드 동아리도 잠깐 했었고요.

Q.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A. 손톱이 약해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요. (기타리스트가) 손톱이 얇다는 것은 다른 악기로 치자면 바이올린을 켜는데 활 털이 다 빠진 활로 연주하는 것이고, 성악으로 예를 들면 감기에 걸렸는데 연습을 하는 것과 같은 거라서요. 무리하게 연습을 하다가 연주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손톱이 갈린다거나 찢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부담감도 생기고, 이루고 싶은 목표치가 있는데 그걸 마음껏 못한다는 점이 스트레스죠.
그리고 아무래도 같은 종목을 계속 하다보니까 (컨디션의) 기복이 있는 편인데, (집중이) 안 될 때는 정말 안 돼요. 내가 이걸 왜 했지 싶기도 하고.

Q. 그런 생각은 어떻게 극복하나요?
A.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연습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연습에만 몰두한 것 같아요. 정말 너무너무 안 될 때는 음악을 듣는다든지, 친구를 만난다든지, 기분 전환을 하죠. 다른 대학생들과 다르지 않아요.

Q. 보통 하루에 얼마나 연습을 하세요?
A. 하루 평균 세네시간 이상은 치고 있어요. 기본적인 스케일이나 테크닉을 포함해서 좋아하는 곡이랑 실기곡 위주로, 많으면 대여섯시간 정도 쳐요. 다른 전공생들이 도서관 가는 것처럼 저희는 연습실을 가는 거죠, 뭐(웃음).

Q. 나에게 연주란?
A. 나에게 연주란... 삶의 한 부분이다. 제게 연주는, 음악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기회인 것 같아요. 음악도 일종의 언어라고 하잖아요. 사람에게 자기 어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저는 음악을 하니까 연주를 들어주는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연주를 통해 제 전부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연주라는 행위로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는 것이 가장 좋죠.

 * 클래식 기타로 연주한 퓨전 플라멩코 기타곡, 'Seville' 

Q. 졸업을 앞두고 계시는데, ‘20대’로서 가지고 있는 고민이 있으신가요?
A. (앞으로) 어떤 길이 있는지 아직 못 찾았어요.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은 퓨전 플라멩코였어요. 유튜브에서 플라멩코를 현대적으로 바꿔서 기타로 연주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저런 걸 한국에 도입을 시키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그런 (퓨전) 류를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대학에서는 주 커리큘럼이 이론적으로 많이 다가가는 편이고, 실기 같은 경우에도 (제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시대 쪽 곡들도 공부하듯이 해야 되는 면이 있어요. 음악의 뿌리는 다 같으니까 음악적 흐름을 파악하거나 곡을 해석하는데 도움은 많이 되고 있는데, (수업 방식이) 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죠. (음악을 전공하게 되면) 자기가 좋아하는 곡들을 하면서 서로 자유롭게 교류하는 그런 걸 상상했었는데...

Q.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기타리스트는 없나요? 이병우 씨라든지.
A. 이병우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전공에만 국한되지 않고 클래식 음악과 영화음악 감독으로도 유명하시잖아요. 그런 도전정신이 존경스럽죠. 또 박주원 씨 같은 경우는 클래식 기타리스트는 아니지만, 집시 기타라는 우리나라에 생소했던 장르를 들여와서 기타의 저변을 넓혔다는 게 대단했고, 본받고 싶었어요. 장대건 선생님 같은 경우도 (클래식 기타를) 이른 나이에 시작한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우물을 집중적으로 파서 성공하신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어느 누구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게,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계실 뿐 아니라, 현재 저희가 음악가로서 이름을 알고 있고, 알려져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본받을만한 노력을 하신 분들이니까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음악은 순수한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연주자 역시) 대중 가수나 연예인들처럼 남들 앞에 서는 직업이긴 하지만, 무대 위에서의 모습을 부러워하거나 돈을 엄청 많이 번다거나 하는 화려한 결과들만 보고서 시작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어릴 때) 그걸 보면서 꿈을 꿀 수는 있지만, 그 사람들도 거기까지 이르게 될 때까지 노력과 고통이 있었을 거거든요.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가듯이 노력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데, 어린 마음에 저 사람처럼 저렇게 돼야겠다, 저렇게 해야지, 하고 쉽게 다가가려는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분야도 그렇겠지만,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고 사랑해서 해야 되지, 이걸 이용해서 어떻게든 대단해져야겠다, 라는 욕심이 생기면 하기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