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색 카메라를 구한지도 벌써 100일이 다 되어 갑니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기껏 장만해놓고도 초반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들고 다니지도 않고, 모셔만 두던 놈입니다. 그러다 한두번씩 들고 나가서 사진도 찍고 찍은 사진을 보기도 하니 점점 사진 찍는 것에 더 재미가 붙어 이제는 외출할 때면 자주 이 놈을 모시고 같이 나가곤 합니다.

특별히 무엇을 찍기 위해서 들고 나가는건 아닙니다. 사진을 배우는 사람도 아니고, 사진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며, 오로지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찍는 사람은 더더더욱 아닙니다. 단지 지나가다가 어떤 장면, 혹은 사물에 영감이 떠오르면 즉석에서 찍고 그 사진에 저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서 찍습니다. 그래서인지 막상 들고 나갔어도 셔터 한 번 안누르고 다시 돌아올 때도 많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하나 좋은 점은 제가 바라보는 시각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더군요.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듯, 같은 사물을 찍더라도 개개인이 그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보니 사진을 찍는 방식이 제각각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의 차이가 사진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있고, 긴 설명 필요 없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 관점, 성격이 고스란히 사진에 남고, 카메라를 통해 비춰집니다. 일반 거울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죠. 사진을 찍으면 비록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찍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셀카’ 가 있긴 하지만, 이건 뭐랄까 예외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자신 안의 ‘자신’ 을 찍을 수는 있습니다. 지금 카메라를 들고 사진 안에 사회를 담아보고, 그 사회 안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는건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