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과거연재/시시콜콜 (12)

창문 사이 ‘틈’ 이 보이시나요?? 무심코 지나가면 그저 열려있는 창문 밖에 안보이지만, 조금 천천히 관심을 가지면 열려있는 창문이 아닌, 창문 사이 ‘틈’ 을 볼 수 있습니다. 창문 밖에 창문 사이 작은 틈으로 무엇이 보일까요?? 겉으로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이 보이지만, 틈 사이로는 어떤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질까요?? 틈 사이로 보이는 저 의자에 앉아있는 아이와 엄마가 도란도란 얘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연인이 다정하게 마주앉아 사랑 이야기를 피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아직 의자 혼자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지 궁금해 하며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작은 ‘틈’ 을 바라보는 여유. 잠시나마 다른 것에 관심을 갖고 바라보며 빡빡한 일상으로부터의 도피. 그 자그마한 기쁨..

아메리카노에 대한 짧은 생각

그 어떠한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고 커피 자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커피 중 하나가 아메리카노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그 특유의 커피 쓴 ‘맛’ 덕분에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분들이 싫어하는 커피로 꼽는가 하면, 그 맛을 즐기는 수많은 매니아 층도 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이 고민 고민 끝에 택한 선택. 같은 선택에 각자가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선택이 가진 양면성에 쌉쌀한 향이 피어오르는 아메리카노가 떠오릅니다.

지난 일요일은 어떤 날이었나요??

지난 일요일이 어떤 날이었는지 기억나시나요?? 네, 맞습니다. 8월 15일, 제 65 주년 광복절이었죠. 5년. 시간이 많이 흘렀나요?? 요즘은 ‘광복절’ 보다는 ‘휴일’ 이라는데 의미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어느새 바쁘다는 핑계로 태극기도 걸어본지가 꽤 되었네요. 평소 태극기를 달지 않더라도, 광복절이 그저 빨간날 일지라도, 광복절, 이 날 하루만큼은 마음속에는 항상 태극기를 달고, 휴일이 아닌, 광복절로 기억합시다.

눈이 미치도록 그리운 여름

‘입추’가 무색하도록 더운 여름날입니다. 절기상으로는 벌써 가을이지만, 가을의 고독함을 말하기에는 아직은 이른듯 합니다. 오히려 가을보다는 눈이 내리는 겨울이 더 생각이 납니다. 참 이상하지요?? 겨울에는 하얀 백사장에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날이 그리운 반면, 요즘 같은 여름에는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리는 눈이 그리우니 말이죠. 여름이 가고 다시 여름을 그리워하기 전에 여름을 즐겨보는건 어떨까요??

모든걸 잠시 접어두고

지난 짧은 4일 동안 기차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출발하기 직전 주말에는 비가 정말 억수같이 오더니, 출발하는 당일에는 햇빛이 정말 얄밉도록 쨍쨍 내리 쪼더군요. 그래도 비에 축축해지는 것보다는 땀에 축축해지는 쪽이 여행하는데는 오히려 더 괜찮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여행은 나름 깜짝 여행이었습니다. 물론, 사전에 계획은 다 짰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간 것이 아닌, 즉흥적으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갔고, 생각보다 빨리 출발하게 되어 주위에 여행한다는 말없이 훌쩍 떠나온 다녀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느정도 작정하고 이 여행 4일 동안을 '자유 시간' 으로 만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덕분에 갔다와서의 후유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여행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에서 여..

아무도 없는 혼자 있는 시간

AM 09:00 4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 아담한 집에서 나옴 09:10 760여명의 지하철 승객들과 함께 학교로 출발. 남과 함께 있지만 유일하게 혼자 있는 시간. 09:45 하루 76,000명 이상이 이용하는 건대입구역 도착 09:50 재학생 15,000여명이 다니는 학교로.. 10:00 수십명의 학우들을 마주치며 도서관으로.. PM 13:00 친구 3~4명과 같이 점심, 이야기 거리는 그 때 그 때 다름. 16:30 다른 지원자 2명과 함께 알바 면접. 17:00 다시 760여명의 승객들과 신촌으로.. 18:30 친구 2명과 저녁. 메뉴는 닭갈비. 22:00 4명의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도착. 딱히 할 일 없이 이것저것. 숨 가쁘게 살아가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나날들. 열차가 출발하고, 열차가 도..

도심 속 보물찾기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보았을 ‘보물찾기’ 입니다. 선생님들이 꽁꽁 숨겨둔 종이쪽지들을 찾아서 펼쳐 보물을 확인할 때 만큼 떨렸던 적은 없었습니다. 공책 한 권, 연필 몇 자루 등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보잘 것 없는 것들이지만, 당시만 해도 보물을 찾으면 마치 상장을 받은 마냥 집으로 의기양양해져서 돌아가곤 했었지요. 20살 성인이 된 이후로 (아니, 어쩌면 이미 초등학교를 입학한 이후로) 어디서 이런 식의 보물찾기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보물이란 것도 공책이나 연필 몇 자루로 만족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이제는 그런 것들을 보물로 받기에는 나이를 너무 먹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보물찾기를 그만둔 것은 아닙니다. 서울 시내 곳곳을 잘 뒤져보면 아기자기한 보물들이 숨어있습니다. 네, 바..

딱히 할 말이 있어서 이걸 만든건 아냐

지난 학교 축제 때 걸려있던 현수막입니다. 그리 크지도 않고 달랑 한 구절에 그나마 잘 눈에 띄지도 않는 그야말로 평범한 현수막입니다. 그런데도 그 한 구절에 저의 시선이 확 끌렸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해봤었습니다. “왜 이런 것을 걸어놨을까? 남는 현수막이었나? 그래도 그렇지, 저런 것도 하려면 몇 만 원일텐데..”. 축제가 끝나고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끝내 ‘왜?’ 에는 답을 내리지 는 못했습니다. 그동안 어디를 돌아다니지 못해서 찍은 사진들도 없고, 글을 쓸 소재거리도 떨어진 차에 오랜만에 사진을 정리하면서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다시 이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딱히 할 말이 있어서 이걸 만든건 아냐’. 저 또한 딱히 할 말이 있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건 아니기 때문인지, 지금 너무나도 공..

거울 그리고 카메라

이 은색 카메라를 구한지도 벌써 100일이 다 되어 갑니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기껏 장만해놓고도 초반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들고 다니지도 않고, 모셔만 두던 놈입니다. 그러다 한두번씩 들고 나가서 사진도 찍고 찍은 사진을 보기도 하니 점점 사진 찍는 것에 더 재미가 붙어 이제는 외출할 때면 자주 이 놈을 모시고 같이 나가곤 합니다. 특별히 무엇을 찍기 위해서 들고 나가는건 아닙니다. 사진을 배우는 사람도 아니고, 사진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며, 오로지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찍는 사람은 더더더욱 아닙니다. 단지 지나가다가 어떤 장면, 혹은 사물에 영감이 떠오르면 즉석에서 찍고 그 사진에 저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서 찍습니다. 그래서인지 막상 들고 나갔어도 셔터 한 번 안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