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장애인 임시거주 시설에서 화재로 전신 화상을 입었던 장애인 송국현씨가 사망했다. 3급 장애인 이모씨가 휴대용 가스버너로 한약을 데우다가 발생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후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송씨와 이씨는 3급 장애인이란 이유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사고 당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장애 등급제’가 또 다시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장애 등급제 폐지는 장애인 및 시민단체의 꾸준한 요구사항이었다. 실제 장애인이 일상에서 겪는 고통과는 상관없이 일정 기준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고, 이는 실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은 장애 등급 심사 때마다 혹시나 낮은 등급이 나올까 봐 마음 졸여 하기 일쑤였다. 시민단체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장애 등급제의 폐해에 대해 목소리 높이는 이유다.

정부는 2012년 1급 장애인이었던 김모씨의 죽음 이후 1급에만 주어지던 활동지원 서비스를 2급까지 확대한 바 있다. 또 12일, 송씨의 화재 사고 이후 ‘3급 장애인에게도 활동 보조인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해결책을 제시해 사건의 본질을 빗겨간 논의를 반복하게 만들었다. 문제의 본질이 ‘장애 등급 범위’가 아닌, 장애 등급을 매겨 지원 한다는 발상 그 자체임을 외면한 셈이다.

정부는 송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장애등급제를 폐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2년 장애등급을 폐지할 것이라 말했다가 번복한 전례가 있는 정부가 약속을 지킬지 미지수다.

ⓒ 고함20 기자 '킴쏘'


4월 20일은 나라에서 장애인의 날을 제정하고 관련 행사를 진행한 지 34년째 되는 날이었다. 장애인들은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고속버스 승차권을 구입해 자신들의 제한된 이동권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은 불법 집회로 규정하며 해산을 요구했고, 직접 승차권을 구입한 장애인들의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이동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거리로 나선 장애인들은 자신들에게 쏘아지는 ‘최루액’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의 이 야만적인 풍경이 장애 등급제 폐지를 비롯한 장애인의 권리 요구의 험난함을 예고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 '무늬만 장애인의 날'이라는 오명을 벗을 날이 아득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