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얼마 전 OECD는 우리나라가 OECD 가입 국가 중 가계통신비 부담률이 2위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위인 멕시코는 실소득 중 4.6%를 가계통신비에 사용하였고, 우리나라는 그 뒤를 이어 4.4%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가계당 평균 통신비 지출은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했던 2008년 1분기 134,086원에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2012년 3분기 155,300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불과 4년 사이 13.5%의 인상률을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통신비 상승의 효과가 있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우리나라의 높은 가계통신비 부담률에 이바지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메신저 어플에 ‘문자만 가능’이라는 대화명을 설정해놓은 친구가 있었다. 나중에 그 친구를 만나게 되었을 때 왜 문자만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나 표준요금제 써서 와이파이 될 때만 카톡을 볼 수 있어”라는 대답을 들었고,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스마트폰은 스마트폰 요금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더 조사해보니 통신사에 따라 일정 조건을 만족하게 하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몇 가지 한정적인 다른 요금제를 쓸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非 스마트폰 요금 사용하기

SKT : 의무요금제 사용기간 이후에는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LTE약정을 맺고 계약을 했다면, LTE요금을 내면서 할인받은 금액은 위약금으로 청구된다.

KT : 의무요금기간 이후에는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SKT와는 다르게 위약금이 발생하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LTE단말기의 경우 LTE요금 혹은 표준요금제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3G요금제 등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

LG U-plus : 3G폰의 경우는 의무요금기간만 지나면 제한이 없다. 하지만 LTE요금의 경우에는 일반표준요금으로 변경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LTE표준요금이라고해서 LTE폰에서 표준요금제를 쓸 수 있는데, 이것은 114에 전화해야만 변경 할 수 있다. 아마도 고객들이 이 정보를 안다고 해도 도움이 될 것이 없으므로 광고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위 정보들은 114혹은 현재 사용자들에게서 모은 정보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단, 조사가 필요했다. 필자는 할부원금0원으로 '베가 R3' 제품을 6개월 정도 사용한 상태였는데,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보니 의무요금제 사용기간(3개월)이 지나 자유롭게 요금제 변경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곧바로 11,000원짜리 기본요금을 바탕으로 쓰는 만큼 요금을 내는 표준요금제로 변경하였다.

하지만, 좀 더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했기에 각 통신사에 문의를 해서 정리를 해봤다. 조사결과 요금제 변경에 있어서 가장 자유로운 곳은 KT였다. 하지만 그나마도 LTE단말기는 LTE요금 혹은 표준요금제만 사용할 수 있었다. 표준요금제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되면 조금만 써도 엄청난 요금이 나와서 보통 데이터차단 서비스를 고객센터에서 먼저 추천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외에는 다른 요금제로 변경 시에는 위약금이 발생하는 등 많은 제약이 발생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Uplus는 제약이 많았는데, LTE폰은 기본적으로 LTE요금만 쓸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도 고객들의 불만이 거셌는지 ‘LTE표준요금제’라는 요금제를 만들긴 했지만, 인터넷에서는 해당 요금제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 전화상으로만 물어보면 안내해주는 형태였다. 무제한요금제같이 돈이 되는 요금제는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며 홍보를 하는 통신사들의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표준요금제, 한 달 체험기 

평소 사용량 : 음성150분, 데이터500MB, 문자 50통 -> 월 요금 : 38,500+2,160=40,660

표준요금제 변경 후 사용량 : 음성 140분, 데이터0, 문자 100통 -> 월 요금 : 12,100+16,632+1,100=29,832

표준요금제로 바꾸는 목적 중 가장 큰 부분은 금전적 측면이었다. 표준요금제로 변경 전에는 ‘모두다 올레35(LTE)’요금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음성서비스 빼고는 제공되는 기본량보다 적게 쓰고 있었다. 표준요금제로 변경 후에는 문자사용량이 조금 늘었지만, 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고, 결과적으로 통신비용을 1만 원 정도 절약할 수 있었다.

불편한 점도 있었다. 일단 대학교 팀 프로젝트 때문에 만들어진 단체 카톡방 등에서 나의 반응이 늦으니 다른 팀원들이 불편해하는 것들도 있었고, 친한 친구들도 나에게 문자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으니 왜 잠수를 타냐는 타박을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덜 스마트하게 사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버스를 타면서 창밖을 보는 잠시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스마트폰에 뺏기는 시간들을 좀 더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스마트폰의 노예생활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는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급한 일이 있으면 버스대신 지하철을 이용하며 카톡을 확인하고 기타 밀렸던 스마트폰 활동을 했다.

표준요금제에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낀 이후, 지인들이 추천할만하냐고 계속 묻기에 골똘히 고민하다가 표준요금제를 사용하여도 괜찮은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해보기에 이르렀다. 4개의 체크리스트 중 3개 정도가 해당된다면 표준요금제를 쓴다면 만족도가 어느 정도 있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실제로 이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표준요금제로 바꾼 지인들은 대부분 요금제에 만족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Check List
1. 집에 무선공유기가 있다.
2. 외출시간 중 무선인터넷을 사용가능한 시간이 70%이상이다.
3. 나 때문에 불편해할 사람(ex. 애인)이 많지 않다.
4. 데이터를 700MB이하로 쓴다.

고객중심의 요금제가 필요한 시점

몇 년 전부터 DIY(Do It Yourself)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DIY는 처음에는 가구에서 출발했지만 그 이후에 뉴발란스는 신발디자인을 고객이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였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많아지면서 튜닝카시장이 성장 중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는 내 마음대로 가구를 조립하고, 신발을 디자인하고, 자동차 색깔을 정하는 등의 여러 가지 서비스가 제공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핸드폰, 특히 스마트폰으로 통신업계가 재편된 이후에는 고객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요금제에 있어서 이런 획일화 현상은 더욱 더 심해지고 있다. 새로운 핸드폰을 사게 되면 일단 24개월(혹은 26개월)노예가 되는 것은 기본, 3개월 동안 정해진 요금을 써야하는 것도 기본, 거기에 심하면 기타 옵션들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3개월 동안의 의무요금제기간이 지난 후에도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물론, 통신업계의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SKT는 13년 5월경 통신3사 중 최초로 데이터와 음성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맞춤요금제’를 출시하였고, 현재는 KT와 Uplus모두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맞춤요금제’를 출시한 형국이다. 하지만 여전히 라이트유저(데이터사용량이 많지 않은)들을 위한 요금제는 부족한 상태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홍보가 전혀 되고 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서비스업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 중에 ‘고객은 왕’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고객은 모든 고객을 뜻하는 것이겠지만, 가끔은 헤비유저와 라이트유저로 나눠지기도 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라이트유저는 표면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평판 하나하나가 모여 그 기업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