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수원, 분당과 같은 여러 수도권 지역들은 서울권 대학을 기준으로 통학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 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집이 대중교통 이용권역에 든다는 이유로 학교 기숙사 입사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려고 해도 교통비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방값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수도권 학생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통학을 하고 있다.

학교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학생들까지 신경써주지 않자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버스 노선을 만들었다. 바로 ‘눈뜨면 도착’이라는 커뮤니티버스이다. 커뮤니티 버스란 지역주민이 직접 만든 노선으로 운행하는 버스를 말한다.

'눈뜨면 도착'의 시작은 '눈뜨면 신촌'이었다. 서강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주혁(21)씨는 분당에서 신촌까지 통학하는데 불편함을 느껴 페이스북에 통학버스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러자 분당지역의 많은 학생들이 통학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통학버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 때부터 박주혁 씨는 '눈뜨면 신촌' 기획에 들어갔다. 먼저 SNS를 통해 참여할 학생들을 모으고, 각자 원하는 노선을 조사했다.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노선을 만들고 학생들의 신청을 받았다. 신청자가 손익분기점을 넘을 정도로 모이자 버스업체와 계약을 한 후 운행을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눈뜨면 신촌'버스는 학생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고, 이후 추가 노선을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가 밀려들었다.

혼자서 많은 학생들의 요구를 감당할 수 없었던 박주혁 씨는 같이 사업을 진행할 학생들을 구했다. 그렇게 해서 총 4명의 학생들이 모였고 현재는 각자 역할을 나누어 '눈뜨면 도착'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컴퓨터 공학과 전공인 박지수(24)씨는 '눈뜨면 도착'홈페이지 운영과 출석시스템,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기술적인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서강대 수학과 박지미(25)씨는 회계를 담당하고 있고, 같은 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 이나윤(21)씨는 운행총괄과 신청관리를 맡고 있다. 현재 '눈뜨면 도착'은 분당-신촌, 분당-고려대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눈뜨면 도착


광역버스를 타고 분당에서 신촌까지 가려면 보통 1시간 50분이 걸리는데 '눈뜨면 신촌' 직통버스를 타면 환승 없이 1시간 만에 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 또한 개인 스케줄에 따라 원하는 요일과 시간을 선택해 버스를 탈 수 있다. 그리고 ‘눈뜨면 도착’의 가장 좋은 점은 학교까지 앉아서 가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끈적거리고 답답한 광역버스가 아니라 개인 좌석이 보장된 쾌적한 버스이기 때문에 편안한 통학 길을 보장해준다. 박주혁 씨는 '눈뜨면 도착'의 현재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유지된다면 인천, 수원, 부천 등 다른 지역으로 운영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눈뜨면 도착'의 목표는 분명하다. 통학 사각지대에 사는 대학생들이 서울까지 편하게 통학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