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 악플을 기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승무원 규탄 발언이 적절한가?(Was Park Right to Condemn Ferry Crew?') 4월 21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의문을 제기했다. 세월호 여객선 사고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선장은 살인마” 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사에 덧붙여 박대통령의 발언이 적절하였는지에 관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결과 영문판과 한국판 홈페이지의 응답자 각각 63.7%, 87% 가량이 ‘no(부적절하다)’ 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왔다.

▲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담화문에서 형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선장은 살인마”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한 바와 같이,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치 않다. 박대통령은 그저 한 시민이 아닌 국가의 수장이다. 그렇기에 그의 언행은 막대한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다. “선장은 살인마”라는 발언은 언론을 통해 전국의 국민들의 귀에 들어갔다. 이 발언이 부적절한 가장 큰 이유는, 선장과 선원들에게 내려질 법적 판결에 대한 영향이다. 대통령이 선장을 ‘살인마’라고 한 발언은 엄연히 무죄추정의 원칙을 벗어났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객관적 시선으로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매우 경솔한 것이다.

물론 책임을 회피하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의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며 누구나 분노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선장과 선원에 대한 비판에 어느 정도의 이성적인 성찰이 있는가이다. 범국민적인 애도와 분노의 상황에서 선장과 선원들의 인권보호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박대통령의 발언은 국민 정서와는 부합할지 몰라도 선장과 선원 또한 국민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듯하다.

흉악범에게도 인권이 있을까?

2008년 일어난 ‘나영이 사건’과 같은 성범죄사건에서 성범죄자들에게 분노한 여론에 비해 적은 죄형이 선고되었다. 국민들은 어린아이에게 일어난 끔찍한 사건에 슬퍼했고 사건의 재판결과에 분노했다. 그 분노는 법이나 재판집행자, 사법부가 아닌 범죄자를 향했다. 그러면서 범죄자에게 물리적 거세, 화학적 거세, 사형 등을 선고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았고, 인터넷에는 범죄자를 향한 온갖 욕들이 난무했다. 또한 다른 대부분의 성범죄자가 여론보다 적은 형을 선고 받으면서, 범죄자의 인권을 말하는 것과 그들의 입장에 서는 것이 비인간적인 행동으로 간주되었다. 그런 과거의 상황들이 쌓이면서 범죄자의 인권을 말하는 것이 범죄자의 형을 감하게 하는 일처럼 인식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참사에서도, 선장과 선원들의 재판을 맡은 변호사에게 ‘왜 범죄자의 편을 들고, 그들을 옹호하려고 하느냐’ 같은 비난과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은 대체로 범죄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그의 범죄를 옹호하고 용서해 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범죄자의 인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죄와 벌을 감정의 문제가 아닌 이성의 문제로 다루자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는 죄와 벌을 감정의 문제로 다루어,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혔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다.

선장과 선원들에 대해 아무리 악감정을 느끼더라도 법의 집행에 있어서는 인권원칙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해도, 비인간적인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써 보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과연 선장의 인권은 올바르게 보장 받았는가? 또한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하였는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