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은 ‘담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존재한다. 대기를 공유하는 세상의 특성 상 누군가는 담배연기를 계속 뿜어대고, 누군가는 그것을 마시고 싶지 않아도 마셔야 하는 불쾌한 공존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공존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나가고자 하는 노력은 꾸준히 있어 왔다.

2012년 12월 정부는 면적 150㎡ 이상의 식당과, 카페 등에서의 실내 흡연을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을 시행했다. 이 법에 따라 흡연자를 위한 흡연구역 설치가 의무화되었고 이에 따라 실내 공간에는 흡연실, 공원 등 외부 공간에는 흡연 부스 설치 등이 이루어졌다. 대학가에서도 이러한 해결책에 따라 학교 건물 내 흡연을 금지시키고, 캠퍼스 밖에 흡연이 가능한 공간을 지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공간이 충분한지, 잘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는지, 이용 수칙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부족하다. 이번 고함20 대학평가에서 그 실태를 조사해보기로 하였다.

중앙대학교 – 적절한 지정, 효율적인 운영 /A


중앙대학교는 지난 2012년 흡연구역을 처음으로 설치하였다. 이는 당시 총학생회의 공약에 따른 것으로 고려대와 더불어 서울 소재 대학 중 흡연구역을 설치한 최초의 사례였다. 중앙대 곳곳의 흡연구역에는 재떨이, 비흡연자들의 양해를 구하는 현수막이 있다. 구역을 획정하는 라인이 바닥 위에 표시되어 있어서 구역 침범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또 중앙도서관 옆 구역의 경우 비와 눈을 막을 수 있는 지붕이 있기도 하다. 또한 홍보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담배소비자협회로부터 흡연 부스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중앙대학교에 설치된 흡연부스 © 중대신문

 

경희대학교 – 지나치게 개방적인 구역, 그러나 노력 중 /B+


경희대학교는 캠퍼스 내 곳곳에 흡연구역을 마련해 두고 흡연자를 위한 쓰레기통을 설치하여 운영 중이다. 그러나 캠퍼스 내 흡연구역의 문제점은 그것이 종종 길 근처에 있는 등 지나치게 개방적인 지점에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경희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중인 흡연자 A씨에 따르면 대부분 흡연구역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만, 외국인 학생들의 경우 걸어다니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흡연구역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경희대는 인근의 한국외대와 동대문구청과 함께 역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을 금연 거리로 지정하여 캠퍼스 밖에서의 흡연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때문에 캠퍼스 밖에서 흡연자들은 대부분 큰 길을 벗어난 골목에서 흡연을 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 역시 지적할 수 있겠다.

 

가천대학교 – 표지판만 설치하면 다 되는 건가요? /B


가천대학교의 경우 캠퍼스 내 총 25곳에 흡연구역이 지정되어 있다. 흡연구역 표지판이 설치되지 않은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연구역이다. 하지만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는 흡연구역에는 쓰레기통, 바람막이 등의 시설이 부재하거나, 표지판 근처 넓은 범위가 암묵적으로 흡연구역이 되어버렸다. 또한 지하철 입구와 학생식당 옆 등 왕래가 많아서 다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곳이 흡연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했다.

 

고려대학교 – 시설은 있어도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B


고려대학교는 앞서 밝힌 것처럼 중앙대학교와 더불어 흡연구역 설정, 흡연부스 설치 등이 제대로 이루어진 학교 중 하나다. 그러나 고려대학교 중앙광장, 과학도서관 뒤에 각각 1대씩 설치된 흡연부스는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흡연부스 내의 청소 미진, 이용하지 않더라도 딱히 제제가 없는 상황, 흡연자들의 단순한 귀찮음 등 이유는 다양한 것으로 보였다. 효율적인 공간 분리와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배려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제대로 된 이용과 이를 위한 의식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국어대학교 – 건물 안 흡연부터 해결하라 /D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는 좁은 캠퍼스 부지로 인해 흡연구역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흡연 구역과 그렇지 않은 구역 간의 거리 차이가 크지 않아 이를 이용하는 흡연자와 비흡연자들의 갈등이 심하다. 지정된 구역 외에서의 암묵적인 흡연구역이 많아 비흡연자들의 불만이 많다. 또한 이미 지정된 실외 흡연구역이 아니라 교사 내 옥상으로 향하는 맨 위 층에서 실내흡연을 하는 흡연자들 때문에 문제가 많다. 교사 내에 금연을 안내하는 표지판과 스티커 등이 설치되어 있지만 흡연자들은 수업 시간 중간에 1층까지 내려가서 건물 외부에서 흡연을 하라는 것은 힘든 요구라며 눈치를 보며 흡연중이다. 기본적인 공간 분리와 상호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다.

 

여전히 흡연자와 비흡연자는 공존을 위해 캠퍼스 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그 이면에는 단순히 흡연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아니라 학교와 총학생회 측의 홍보 부족, 흡연구역임을 알리는 표지와 재떨이 등 흡연자를 유인할 장치 부족 등의 실질적인 문제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생각되는 흡연부스의 경우에도 설치 이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음이 지적되기도 했다.

 

실질적인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과 함께 의식의 변화, 자발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각자의 권리가 상호 보호되고 공존할 수 있도록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