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건물에 있는 학생자치공간에 비해 첨단영상설비에 쾌적한 공간을 자랑하는 강의실.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학생들은 이런 좋은 공간을 교수를 위한 수업공간으로만 활용하는지 불만을 품을만하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도 그 공간을 자치공간으로 사용할 기회는 남아있다. 강의실 대여제도가 그것이다. 학생회의 행사를 하거나 각종 팀플, 동아리 세미나 등을 할 공간으로 강의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대학평가에서는 학생들이 얼마나 자율적이고 편리하게 강의실을 대여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하고자 한다.
고려대학교/C - 강의실에도 색깔 검증이 필요한 고려대
고려대학교 같은 경우 학교 중앙 처에서 강의실 대관을 관리하는 대신 단과대별로 따로 관리한다. 그런 면에서 대관의 편리성은 각 단과대마다 다른 편이나, 대개 큰 절차상의 불편함은 없다. 하지만 고려대는 작년 9월 ‘국정원 사건을 통해 진실과 정의를 말하다’라는 학생회 주최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강연을 ‘정치적 편향성’이라는 이유로 해당 강의실 대관을 취소한 사례가 있다. 또 작년 11월 김조광수 감독의 동성애 영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학생안전’이라는 핑계로 막으며 ‘강의실 문을 열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예정된 행사를 학생자치공간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최근 큰 논란들은 학생 자율권의 측면에서 큰 감점항목이다.
서울시립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C+ –불편한 절차와 대관 기한설정
서울시립대학교는 행정정보시스템에서 기간별로 빈 강의실을 조회할 수 있다. 조회한 뒤 웹사이트상의 서류를 작성한 뒤 해당 학생의 소속 과/학부 사무실에서 결재를 받아야 한다. 이후에 결재된 서류를 다시 학생서비스센터에 제출하고, 해당 대여일 이틀 전에 처리된 서류를 수령해 해당 건물 경비실에 제출하면 대여절차가 끝난다. 이처럼 복잡한 대관 절차답게 강의실 대관을 하려면 최소 5일 전에는 신청을 해야 한다.
숙명여자대학교는 강의실 대관 3일 전까지 신청완료 해야 한다. 온라인신청시스템이 있지만, 신청서를 따로 인쇄해서 출력해 학부/과 사무실로 가져가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절차를 복잡하게 만든다. 게다가 결재된 신청서를 다시 사설지원팀에 제출해야 하기도 하다.
명지대학교 /B - 편리한 강의실 대여, 그러나 학생 자율 침해
명지대학교의 강의실 대여는 학생지원부에 직접 가서 서류를 결재받아야 한다. 강의실 대여 가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해당 시간대에 강의실이 비기만 하면 대관이 가능하다. 하루 전이나 대관 당일 날도 대관할 수 있다. 강의실을 빌릴 때는 열쇠를 직접 수령 받고 학생증을 맡겨야 한다. 이처럼 당장 필요할 때 대관 가능하고 편리한 절차를 가지고 있지만, 대관 절차가 학생자율권을 완전 보장하진 못한다. 실제로 2009년 명지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학생 간의 간담회가 열렸을 때 명지대는 ‘학업 외 목적’이라며 ‘불법점거’라는 경고장을 보내 논란을 샀다.
성공회대학교/ A - 온라인 신청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대여할 수 있는 강의실 대여절차.
다른 대학교는 그 절차에 상관없이 반드시 학교부처의 결재와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공회대학교는 학교 종합정보처리시스템에서 빈 강의실을 온라인으로 신청하기만 하면 즉시 그 날짜와 시간에 사용이 가능하다. 자율적인 공간활용을 상당 부분 허용해주는 것이다. 해당 강의실에 급한 일정이 생겼을 때 신청학생의 핸드폰 번호로 알림 전화를 하는 것 외에는 교직원의 별다른 간섭이 전혀 없다고 한다. 강의실이 비기만 하면 얼마든지 대여 가능한 점, 온라인 시스템으로 편리하게 신청 가능한 점, 특히 공간활용에 대해 학생이 많은 자율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A를 수여한다.
번쩍번쩍한 건물이 지어지는 대학교의 모습은 대학생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그 건물이 학생자치공간으로 주어지는 것까지 바라지 않겠다. 적어도 좋은 강의실이 지어졌으면, 그 공간은 교수와 학교만의 공간이 아닌 학생들에게도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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