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은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되길 기대한다.

스물일곱 번째 주제는 장학금이다. 일 년에 천만 원 가까이하는 학비는 대학생들에게 비현실적이다 못해 초현실적이기까지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생은 대출을 받거나 방학을 아르바이트에 올인 해야만 한다. 장학금은 바로 이렇게 학비가 학업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 존재한다. 조금이라도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장학금이 있는 이유다.

울산과학기술대/ B+: 평점 3.3점 이상 전액 장학금

울산과학기술대(UNIST)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닌다. 타 대학에서는 수석을 해야만 받을 수 있는 전액 장학금의 경우 평점 4.3점 만점에 3.3점 이상이면 누구나 받는다. 또 2.7 이상인 학생들에게는 반액 장학금이 주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이 장학금제도의 수혜자가 됨에도 불구하고 한 학기 등록금이 국공립대 최고 수준인 617만원인 사실은, 애초에 등록금의 절대가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남기며 감점의 요인이 됐다.

고려대/ B-: '일타이피'의 명예장학생, 좋은 게 좋은 거다?

고려대에는 명예장학생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2011년도부터 시행되고 있는 명예장학제도는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형편이 어려운 다른 학생에게 장학금을 양보하는 제도이다. 장학금을 양보한 학생에게는 학적부에 ‘명예장학생’으로 등재되고 성적우수명예장학생 표창장이 수여된다.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더 절실한 다른 친구를 위해 양보하는 학생의 모습은 분명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학생이 혜택을 포기하면서까지 남을 도우려는 동안 학교는 편하게 두 명의 장학생을 만들 수 있다. 학생에게 되돌려 받은 장학금은 면학장학금 예산으로 환입해서 일타이피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명예장학제도는 예산이 한정된 학교의 입장에서도 좋고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기에도 좋은 보기 좋은 포장지 역할도 하고 있다.

성신여대/ C: 예체능이라도 토익점수는 필수

대학생에게 모든 공부의 근본은 토익인지도 모른다. 아니, 최소한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꼭 일정 점수를 넘겨야한다. 성신여대에서는 2012년도부터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으려면 공인인증 영어성적이 학교에서 제시하는 점수를 넘어야한다. 인문사회 계열뿐만 아닌 이공계 학생들도 토익점수가 기준을 넘어야한다. 학교에서 요구하고 있는 점수는 2학년 600점, 3학년 700점, 4학년 800점 이상이다.

예체능 계열의 학생들도 장학금을 받으려면 토익점수가 필수다. 2학년부터 학년별로 400점, 3학년 500점, 4학년 600점 이상의 점수가 있어야한다. 점수만 놓고 본다면 지나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예체능이라는 전공에서 과연 토익점수가 그토록 중요한지는 의문이다.

한국산업기술대/ D: “1학년 때 평점 4.5를 맞고도 전액 장학금은 못 받았다”


한국산업기술대(이하 한국산기대)의 성적우수 장학금은 한 마디로 짜다. 과 탑을 하고도 전액장학금은 받기 어렵다. 전액 장학금인 총장 장학금은 1학년에서 4학년을 통틀어서 한 명에게만 주어지고 저학년은 수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성적에 따라서 가장 높은 A장학금(350만원)에서 가장 낮은 E장학금(40만원)까지 있다. 하지만 가장 높은 성적의 학생에게 주는 A장학금을 받더라도 보통 400을 훌쩍 넘기는 학비를 보충하기에는 부족하다.

작년에 학교를 졸업한 김동식(가명, 27)씨는 “과 탑을 해서 장학금을 받아도 학비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자금대출을 이용해야 했다”며 지급되는 장학금도 학과마다 정책이 달라서 지급금액이 홈페이지에 나온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또 “한 학기 등록금이 460만원인데 과 탑을 해서 받은 금액은 200만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중앙대/ F : 장학금 블랙리스트, 학생 길들이기?

중앙대에는 학생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 학교를 비판하다가 징계를 받은 일이 있다면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게 된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있는 학생은 성적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지난 3월 17일 중앙대에서 학교 당국의 블랙리스트 작성을 규탄하는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는 “성적장학금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수령까지 막는 횡포는 유례가 없는 반 교육적인 횡포”라고 했다.

중앙대의 장학금지급제한 규정에는 징계를 받은 학생들에게 지급을 제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 박탈 기한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징계를 한 번이라도 받은 학생은 졸업까지 장학금 대상에서 제외되고 학생들은 자연히 징계를 받을 지도 모르는 일은 피하게 된다. 학교를 비판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중앙대의 블랙리스트는 장학금의 용도를 학생을 길들이는 도구로 확장한 예가 되겠다.

대부분의 대학생은 장학금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당장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학점을 따기 힘들고,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공부에 전념하려면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을 하기도 한다. 장학금의 문제는 결국 학비의 문제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장학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장학금이 없어도 학교를 다닐만한, 현실적인 등록금에 대해서 생각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