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청년들이 모여 있는 단체 메신저 채팅방에는 오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날 청와대 앞에서 ‘가만히 있으라’ 기습집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6·10 민주항쟁을 기념하고 다시 한 번 세월호 참사를 알리기 위해 계획된 것이었다. ‘가만히 있으라’ 행진이 두 달 가까이 진행되며 인원과 관심이 적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특별했다.
그러나 청와대 앞 기습집회는 실행 자체가 어려웠다. 10일 경찰들은 청와대 일대 집회를 일체 허가하지 않았다. 또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6천 400여명의 경찰 병력을 광화문과 청와대 일대에 투입했다. 행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세 명 이상이 있어도 검문을 하기 때문에 시위대는 둘, 둘 짝을 지어 청와대로 향했다.
ⓒ참세상
이 날 기습집회에 참가한 양다혜씨(성공회대 2학년)는 “유월 십일의 삼청동은 말로만 들었던 계엄령이 떨어진 서울을 복원한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찰이 시민들을 막아서서 불심검문을 해댔고 심지어 버스비도 안 내고 버스에 올라타 있었다. 사방에서 지직 거리는 무전기를 든 사복 경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어디든 형광색이 번쩍이고 있어서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8시 30분 경 예정되어 있던 ‘가만히 있으라’ 청와대 앞 기습집회는 결국 9시 쯤 삼청동 총리공관 건너편에서 시작됐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집회를 기획한 용혜인씨(경희대 3학년)를 포함한 40명 가량의 학생들이 경찰들에게 둘러쌓인 상태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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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의 “세월호를 기억합시다”, “청와대로 향합시다”, “폭력경찰은 물러나라”라는 외침만 확성기로 주위에 울릴 뿐 용혜인씨와 학생들은 경찰 병력 속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았다. 사이사이 경찰의 무전기를 통해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하라는 명령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찰 병력은 늘어났다. 청와대 앞 기습집회가 시작 된지 한 시간이 지난 10시 경에는 경찰 병력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났고 집회참가자들을 연행해 가기 위한 4대 이상의 경찰 버스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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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 성공회대학교 분회장 이장원씨는 집회가 시작 된 9시 경 해산명령과 함께 미란다 고지도 받지 못하고 1분도 안 돼 연행 당했다. 집회 참가자 중 대학생 1명은 머리를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처음 기획한 용혜인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6월 10일, 관악경찰서 유치장에서 핸드폰 단말기 압수수색 및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유치장안에서 영장집행이 되었네요. 제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데이터 말고도 카카오톡 본사의 서버까지 압수수색대상이어서 이미 다 털렸네요. 집회하다가 현행범으로 그자리에서 잡혀간건데 카카오톡 대화내역이 왜 필요한건지...'라며 경찰의 인권침해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 날 집회에서는 69명이 해산명령에 불응하거나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 등으로 연행됐다. 고교생 2명과 기자 1명도 연행됐지만 현장에서 훈방 조치됐다. 기습집회에는 총 100명 가량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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