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에 청년 의원이 필요한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문제다. 진보/보수 진영에 관계없이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적극 찬성하는 쪽은 지방의회 개혁과 정치경험의 축적이라는 측면에 집중한다. 회의적인 입장을 갖는 쪽은 정치인의 정체성을 연령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앙정치와는 다른 지역정치만의 특수성을 강조한다. 


지방의회에 청년 정치인이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지방의회의 개혁을 둘러싼 문제다. 지방의회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기초의회는 오랜기간 지역 유지의 친목모임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정당의 낮은 제도화와 유권자의 낮은 관심이 맞물려 그동안 기초의회 의석 대부분은 그 지역의 명망가 출신이 차지했다. 기초의원들은 지역과 정당은 달라도 대부분 비슷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갖고 있었다.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지역 유지 출신이 주를 이루는 기초의회의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여성과 청년 의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세재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전 화성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지역 토호가 장악한 지방의회의 개혁을 위해서 여성과 청년 의원이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방의회는 “소수의 젊은 여성과 문제의식을 가진 진보적인 사람들이 있을 뿐” 여전히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수정당의 의원들은 “대부분 나이 많고 돈이 많은 지역 토호와 유지들”에게 장악당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여성, 청년이 들어가서 의회 문화도 바꾸고 정당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당이 제도 내에서 정치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의 첫 단계로 청년의 지역의회 진출이 의미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이동학 소장은 한국의 정당도 미국이나 유럽의 정당처럼 정치인에게 “지방의회에 진출한 다음 중앙으로 가고 장관도 하다가 총리가 되거나 대통령이 되는 코스”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힐러리 클린턴은 대학교 1학년 때 학내 공화당 청년모임 대표로 정치를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의 30-40대 젊은 정치인이 오히려 한국의 50대 정치인보다 정치경력이 훨씬 길다.

한국의 정당은 선거가 다가오면 언제나 ‘새인물’을 강조한다. 고위관료, 판검사 출신부터 대기업 CEO, 시민단체 대표 등 출신 성분은 다양한 편이다. 다만 이들에게도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정치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동학씨는 삶의 대부분은 다른 분야에 종사하다 뒤늦게 정치에 입문한 정치인의 약점을 지적한다. 그는 “경험이 축적된 사람이 없으면 느닷없이 40-50대가 되었을 때 정치 시스템을 처음 경험한다. 세월호 침몰사고 망언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분들이 있다. 경험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청년들을부터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전문가와 정치인이 청년 후보의 지방의회 진출이 당위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청년 정치인’을 둘러싼 문제는 결국 “당사자 문제를 규정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 특정한 정치인이 단지 그 정치인의 나이라는 속성만으로 대표될 수 있는가는 명쾌하기 답변하기 어려운 주제다. 다양한 특징을 가질 수 있는 지방의회 선거를 세대론이라는 프레임에서 접근할 수 있는가에도 회의적인 의견이 있다. 


정치발전소 최해선 사무국장은 어떤 후보가 단지 “청년이기 때문에 특혜를 받아야 한다거나 장점을 갖는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 후보가 정치인으로서의 능력도 갖춘 동시에 “동세대의 사람의 어려움을 잘 반영해서 주제화 한 경우”는 긍정적이지만 그 후보가 “청년이기 때문에 뽑아야 한다는 말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때 풀빵도 팔아보고, 한 때 학생시위도 참가해보고, 한 때 대기업 사원으로 입사도 해보셨던 이명박 전 대통령


중앙정치와는 다른 지방선거의 특수성도 그가 당위적 차원에서 청년 정치인에 대한 지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다. 최해선씨는 “특히 기초선거는 지역이 풀뿌리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 지역에 청년들만 사는 것이 아닌 이상 특정한 청년세대의 담론으로 선거를 하는 것은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의회 선거에 출마한 28세의 이태영(녹색당)씨도 당위적인 주장에 비판적 입장을 갖는 청년 정치인들 중 한명이다. 그는 청년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경우 “그동안 맺어왔던 관계가 적다”거나 “매여있지 않은 부분들”이 변화를 시작하는 동력이 될 순 있지만 단지 “청년이라는 특징 때문에 의회가 바뀔것이라고 생각해본적은 없다”고 말한다. 


이태영씨가 강조하는 정치 철학은 “소유하지 못하고 정주하지 못하는 사람”의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다.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대학 진학을 계기로 서울로 이주한 자기 자신이 바로 그러한 정체성에 기반하고 있다. 그에게 지금까지의 지역 정치는 주택을 소유하고 한 지역에 머무르는 사람들 중심으로 꾸려져온 정치다. 이 때문에 “지역정치일수록 노골적으로 개발이슈가 들어간다”고 평가한다. 그는 쉽지는 않겠지만 “소유하지 못하고 있고 정주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상의 이슈로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비록 조직화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이 쉽진 않겠지만 계속 도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역과 마을이 키운 정치인 1명, 그 정치인을 키우는 사람들의 모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완벽하고 스스로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 정치인이 되는게 아니라 지역에서 채워줘야 하는, 지역에서 키울 수 있는 파트너가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단지 욕하는 대상으로 하는게 아니라 정치인을 함께 키워낸다는 과정이 지금의 정치과정에서 중요한 것 같다. 정주하지 못하고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꼭 청년이 아닐수도 있다. 청년이 모든 정체성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역과 마을이 함께 키우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정치인이 청년정치인이 갖는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청년 정치인이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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