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바로 <한국일보> 사태다. 경영진의 횡령과 불법 인사를 지적한 기자들이 편집국에서 쫓겨나 길거리에 나앉고, 기자의 이름도 적히지 않은 정체불명의 기사로 <한국일보>가 누더기가 된 것이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당시 시사IN은 이 사태를 저널리즘이 아닌 ‘너절리즘’이라 이름붙이기도 했다.



지난해 6월 15일 용역에 의해 강제로 폐쇄됐던 편집국은 25일 만에 기자들에게 개방되었고 신문 역시 온전하게 돌아왔다. 하지만 ‘너절리즘’이라는 단어는 계절이 돌아 다시 여름이 왔어도 여전히 유효하다. 세월호 참사 직후의 몰상식한 보도 행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불과 100일, 언론은 유대균, 박수경과 관련한 황당한 보도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특히 채널A의 <유대균, 소심한 목소리로 뼈 없는 치킨 주문> 보도와 TV조선의 <호위무사 박수경은 사실 겁쟁이> 보도는 SNS 상에서 누리꾼들로부터 조롱받을 뿐 아니라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이 언론을 ‘너절리즘’의 구렁텅이로 강하게 잡아끄는 와중에, TV조선은 오히려 “유대균이 실은 치킨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제 대중은 언론의 황당 보도에 체념하는 수순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유대균의 치킨 보도와 박수경의 겁쟁이 보도를 비웃는 것처럼 얼토당토않은 보도를 그저 ‘기레기’라 욕하며 웃어넘기고 있다. 하지만 나는 대중의 이러한 반응이 너절리즘이 저널리즘이 되는 것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언론이 황당한 보도를 쏟아내는 것은 언론인들이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하는 바보라서가 아니다. 그 편이 언론사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인터넷, 그 가운데서도 포털사이트가 뉴스 유통의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된 상황에서 대중을 자극하는 황당한 보도는 ‘클릭’을 유도하는 좋은 촉매제다. 그리고 언론사에게 클릭은 언제나 옳은 존재다. 하나의 황당한 보도를 두고 수없이 많은 어뷰징(abusing,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특정 키워드를 포함한 대동소이한 기사들을 쏟아내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므로 단순히 언론을 비난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황당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비난이 아닌 ‘무반응’이다. ‘나쁜 어그로’를 끄는 언론이 있다면 속으로 비웃고 지나쳐주면 된다. 황당 보도를 패러디할 시간은 착한 보도를 하는 언론에 집중하는 것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다.

지난여름 <한국일보>가 수모를 겪었던 것 역시 언론사의 ‘경영’ 문제 때문이었다. 세상이 도덕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듯, 언론사 역시 대중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항상 정의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언론의 보도 행태 개선을 위해선 대중들의 좋은 보도에 대한 관심과, 나쁜 보도에 대한 무관심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