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방영된 KBS <1박 2일>에서는 출연진들이 바캉스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두 팀으로 나뉜 멤버들은 <1박 2일> 특유의 복불복 게임을 통해 각각 최고, 최악의 휴가 시나리오를 경험했다. 여기서 제작진은 게임에서 이긴 팀이 ‘비키니 미녀들’과, 진 팀은 개그우먼들과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이날 프로그램에 등장한 개그우먼은 오나미와 김혜선 두 사람이었다. 역시 이날도 그들은 ‘못생긴 여자’로 소비되었다. 


시청자들은 가족 예능에 '비키니 미녀들'의 과한 노출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또한 여자를 게임의 ‘전리품’으로 전락시킨 것, ‘못생긴 여자’를 ‘벌칙’로 규정한 것에 대한 지적을 쏟아냈다. 이에 <1박 2일> 유호진 PD는 “방송 콘셉트는 휴가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을 가정해 진행된 것인데, 시청자들께서 불편하셨다니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비키니 논란에 대해선 “미녀를 등장시켜 자극적인 요소로 시청자들을 현혹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7월 27일 자 <1박 2일>을 비판하는 초점은 비키니 노출이나 선정성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이 ‘못생긴 여자’을 대하는 방식에 맞춰져야 한다. 예능 제작진들에게 못생긴 외모를 웃음 포인트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올바름’에 대한 고민을 해보길 권하고 싶다. 이에 혹자는 “예능은 그저 예능에 불과하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예능이기 때문에 더더욱 올바름을 요구하고 싶다. 어린이 프로그램 다음으로 어린 시청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예능이다. 특히 ‘가족 예능’이라고 불리는 KBS <1박 2일>, <개그콘서트> 그리고 SBS <런닝맨> 등은 어린이들도 많이 보는 예능으로 분류된다. 어린 시청자들은 TV 프로그램에서 사회를 본다. 이 경험은 그들의 사회적 통념과 감수성을 형성에 기여한다. 어린이들이 ‘올바름’에 대해 가르쳐주는 도덕 교과서를 더 많이 접할지 예능 프로그램을 더 많이 접할지를 고려해보면, 예능의 영향력은 더욱 극대화된다. 그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회를 알아가고, 그것을 보며 성장과정을 겪는다.



ⓒKBS2 <1박 2일>



그렇다면 이날 <1박 2일>이 보여준 사회는 어떠했는가? 제작진은 오나미가 등장하자 한 멤버가 오나미에게 발차기를 날리는 모습과 내 안에 숨어있던 공격성 폭발”이라는 자막을 함께 내보냈다. 이같은 행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못생겼다’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막 대하는 태도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의 이상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외모는 쉽게 놀림의 대상이 되고 시청자들의 웃음 포인트가 된다. 외모는 누군가를 ‘존중’하는 데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와 같은 정답에서 역주행하며 어린 시청자들에게 외모지상주의 씨앗을 뿌리고 있으며, 몇 차례 지적에도 외모 비하를 예능 요소에 큰 부분을 차지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외모지상주의’라는 단어가 이제는 너무 진부하게 들리지만 그렇다고 한국 사회가 ‘외모’를 대하는 태도가 나아지거나 이와 관련된 감수성이 제대로 형성된 것은 아니다. 외모지상주의 조장 문제가 꽤오래전부터 지적됐음에도 여전히 외모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이상적이지 않은 외모는 박탈·결핍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감수성’, 그러니까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최상의 가치가 아니다’라는 생각은 하루아침에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한 교육과 성찰이 필요하다. 예능 제작진은 어린 시청자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미치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인지하는 동시에 ‘올바른’ 예능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