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에게는 꿀맛 같은 방학이 시작됐다. 아무래도 학기 중에는 할 수 없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소위 말하는 ‘스펙’이란 것을 쌓기 위해 독특한 아르바이트나 회사 인턴, 영어 공부 등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며, ‘방학은 공부를 쉬는 것’이라며 말 그대로 집에서 쉬기만 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학생들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이 아마 여행일 것이다. 실제로 여행을 가고 안 가고, 갈 수 있고 없고는 중요치 않다. 이미 대학생들은 방학에만 갈 수 있는 특별한 여행과 같은 것을 대부분 꿈꾸고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인터넷 심층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한 자료를 통해, 먼저 타지로 발걸음을 옮겼던 이들의 경험을 지면으로 옮겨보고자 한다.

 대학생들이 가장 꿈꾸는 여행은 아마 해외 배낭여행이 아닐까. 두 달여간 유럽 각지를 돌며 서양의 문명을 경험하는 여행이나 인도나 아프리카와 같이 말 그대로 ‘사서 고생하는’ 여행을 꿈꾸기도 할 것이다. 우선 ‘사서 고생류’의 여행부터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은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가장 많이 여행한 것으로 밝혔다. 또한 이들이 여행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험. 인도를 여행했다는 27세 남성은 “나라 자체에서 풍기는 ‘고행’의 기운이 색달랐다”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였다. 같은 인도를 여행한 25세의 남성 역시 ‘슬럼으로 유명하다는 지역을 가 보았는데, 그들 나름의 행복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를 ‘사서 고생’하기 위해 간 경우는 대부분 해외 봉사의 경우가 많았다. 23세의 한 남성은 동티모르로 봉사활동을 갔었는데, 이 역시 어려운 환경과 고생이라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22세의 여성 역시 ‘봉사를 가기 전부터 함께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만들고, 계획을 짜고, 또 가서 땀 흘렸던 모든 과정이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값진 순간이었다’며 일 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동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이와는 달리 ‘유럽 · 미국 · 호주 · 홍콩 등’을 여행하는 것도 있다. 물론 이 곳이라고 고생을 하지 않겠냐마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곳에는 그래도 여유롭게 다니고, 쇼핑도 좀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런 곳에는 넉넉히 예산을 준비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러한 이유로 이와 같은 테마로 여행한 학생들은 조금 다른 경험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빈을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로 꼽은 23세 여성은 ‘도시 전체에 걸쳐서 문화가 가득하다는 느낌을 받아 정말 좋았다’며 ‘도시 광장 어디에서나 연주와 퍼포먼스가 행해지고 시 차원의 공연이 이루어지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하였다. 이런 류의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럽과 홍콩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고, 브라질이나 멕시코 등지의 여행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랜드 캐년, 미국. URL = www1.modetour.co.kr/package/Sub5...6sel%3D6)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상 또는 금전상 허락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행을 가지 않을쏘냐. 국내에도 훌륭한 여행지가 많다. 국내 여행지를 꼽은 이들의 대부분은 제주도를 꼽았다. 그 이유로는 훌륭한 관광 인프라와 많은 볼거리를 이야기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외국 해변과 견주어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해변들과 한라산, 성산 일출봉과 같은 산지의 조화가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22세의 남성은 ‘접근성이 높아 함께 갈 친구들을 찾기 쉬웠다’며 좋은 친구와 큰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인 것 같아 더욱 좋았다고 하였다.

 제주도 외에도 여수와 낙산을 꼽은 사람들도 많았다. 이 두 여행지는 각각 남해안과 동해안 여행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곳이다. 여수와 낙산 모두 아름다운 절경으로 유명한데, 특히 낙산의 경우 낙산사에서 보는 동해안의 모습이 매우 훌륭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제주도 수준의 관광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아 조금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여행지에 대해 아쉬운 점이 존재하기도 한다. 설문 조사를 받으면서 최악의 여행지를 함께 조사하였는데, 많은 경우에 우리나라 여행지가 있었다. 특히 경포대, 해운대, 경주와 같이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많아 더욱 아쉬웠다. 그 이유는 바로 바가지요금. 높은 가격과 그에 걸맞지 않은 낮은 수준의 서비스로 관광객들의 원성이 잦았던 것이다. 물론 해외 여행지는 ‘외국이니까 이렇겠지’라는 막연한 합리화를 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 여행에 비해 덜 지적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분명 개선해야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해외여행이든 국내 여행이든 여행은 ‘반드시 해 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20대들이 여행에서 얻었으면 하는 것에 대해 역시 설문을 받아보았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의견은 ‘자기에 대한 성찰’과 ‘나중에는 해 볼 수 없는 경험 해보기’가 가장 많았다. 20대는 방황의 시기이다.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데에 있어 과도기와 같은 시기이며, ‘정체성 확립’의 끝자락에 있는 시기이다.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기도 하고, 불안한 현실에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런 20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확신일 것이다. 여행 선배들은 여행이 ‘자기 성찰과 정체성 확립’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20대는 도전의 시기이다. 20대는 그 자체로 열정이며, 그 자체로 모험이고, 그 자체로 패기이다. 20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직장을 가지고 가정을 가진 후에 티베트로 고행을 떠나는 일이 쉬울까. 30대, 40대가 되어서 자전거와 비상금만 챙겨서 전국 일주를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20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여행’역시 꼭 해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