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은 슬프게도 대학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매년 약 200여 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스스로 인생을 마감하기 때문. 자살 행동 아래에는 청년 정신건강 문제라는 원인이 숨어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정신질환 유병률 조사 결과, 자살시도자의 약 75% 이상이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했다고 한다.

지난 2011년,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조기 입학한 한 여대생은 학교 부적응 문제로 투신자살했다. 같은 해, 당시 5개월 동안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학생 4명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 해, 카이스트에서는 4명이 우울증, 성적 비관 등의 문제로 목숨을 끊으면서 대한민국 사회에 충격을 안겨줬다. 2013년에는 2년 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아오던 건국대학교 한 학생이 수업 중 갑자기 뛰쳐나가 투신했다. 서울대 보건진료소는 서울대 학생 8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하거나 실제로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경성대학교 학생상담센터


자살을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가장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은 캠퍼스 내에 있는 상담센터다. 1회에 10만 원 하는 비싼 사설상담소에 비해서 무료 혹은 훨씬 낮은 가격으로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상담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상담사와 학생의 1:1 대면상담△성격유형검사(MBTI), 다면적인성검사(MMPI-2), 문장완성검사(SCT)등 심리 검사 실시 및 분석△진로 탐색, 대인관계 향상 등을 위한 집단상담 등이 있다. 서울의 S대학교의 상담센터에서 개인상담을 받았던 박씨(22)는 “친구들에게 말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상담센터를 찾았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앞으로도 자주 이용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담센터의 존재 자체도 인지하지 못한 학생들도 많다. 대학생 김씨(22)는 “경력개발센터와 달리 학교 내 상담센터가 따로 홍보하지 않은 편이라서 그런지 2학년 때나 되어서야 알았다. 주위에서도 상담센터를 이용한 친구들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정신보건센터에서 실시한 2011년도 대학생 정신건강 조사 결과, 5개 대학 전체 응답자 중 자살시도자(50명)의 상담기관을 이용한 비율은 36%(18명)에 불과했으며 정신과 상담을 받은 비율은 22%(11명)로 이보다 낮았다. 자살을 시도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있는 학생들조차 대학 내 상담기관 이용률이 낮은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대학 내 상담센터는 적극적인 홍보를 하기보다는 직접 방문하는 학생들의 개인상담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따로 홍보를 통해 학생들의 신청을 받지 않아도, 전문 상담 인력이 부족해서 예약이 밀려있거나 꽉 차있기 때문이다.

몸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병원을 가는 것과 달리, 정신적인 문제는 학생 개인이 스스로 상담센터를 찾기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전문가와 상담을 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나는 정신질환이 없다고 생각했다’라는 답변이 1위였다. 일반적으로 본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편이라서 상담을 잘 받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상담센터를 운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상담을 받겠다는 학생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대학 내 상담센터에 대한 적극적 홍보와 투자가 선행되어야 청년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