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근거로 모든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 성경이 무기가 되어 성소수자들을 차별하는 이 사회에 이의를 제기하는 기독인들이 있다. 예배가 끝난 일요일 오후, 고함20이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의 아이몽, 레송, A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독인과 성소수자라는 두 가지의 정체성 


기독교인과 성소수자, 그 사이에서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A: 저는 모태신앙이고 사춘기 때 제 정체성을 깨달았어요. 어릴 적에는 제 정체성과 관련해 크게 고민하지 않다가 크면서 여러 가지 힘든 문제를 겪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동성애자라고 신의 저주를 받았나?' '내가 억지로 이성애자가 된다면 내 인생이 좀 나아질까?' 그런 고민 때문에 생긴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도 있고요.


레송: 저도 모태신앙이고 교회 안에서 커왔어요. 그러다가 중학생 때 저를 좋아했던 친구가 저에게 고백하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죠. 동성애가 죄라는 인식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저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너무 혼란스러워서 동성애에 관련된 책을 모두 찾아보고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겪고 많은 고민 끝에  교회를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저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몇 번이나 거절당했어요. 하나님을 믿는데도 교회를 마음 놓고 다니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괴로웠어요. 힘들었지만 저는 여러 교회를 찾아다녔었고 지금 다니는 교회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 교회 목사님은 저를 이해해주셨고 저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렇게 마음을 열어가면서 지금은 잘 다니는 중이에요.


아이몽: 저는 모태신앙은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 교회가 매우 보수적인 교회였어요. 그래서 저도 보수적인 신앙을 갖게 되었고요. 그렇게 쭉 살아오다가 중학생 때 제 정체성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동성애가 성경에 나와 있는 수많은 죄 중에 하나니까 이렇게 안 살면 되지’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저 자신을 속이면서 살아온 거죠.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게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저는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하나님 앞에서 당당할 수 없었는데 오히려 신에게 그건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신 앞에서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중요하다고 알게 되었고, 그걸 계기로 제가 저를 인정하게 되었고 제 신앙도 변하게 되었어요.


많은 고민과 혼란 속에서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요?

아이몽: 교회가 저희에게 많은 아픔을 주기도 했지만 저는 신의 존재를 놓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끝까지 남아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레송: 몇 번의 자살시도를 겪으면서 신이 제 삶을 주관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많은 고민 끝에 동성애 자체가 죄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난 후에는 더 놓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신은 나의 동성애자인 모습을 보는 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 그 자체를 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저는 충분해요.

A: 우리가 믿는 예수님은 우리와 닮은 부분이 많이 있어요. 예수도 사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다시 말해서 금지된 사랑으로 다른 사람에게 핍박받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죠. 이보다 더 우리를 닮은 신은 없고, 이보다 더 우리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신은 없다고 생각해요.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 페이스북


 

#같은 사회 속에 사는 다른 우리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성소수자의 모습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방송에서 비치는 성소수자의 대다수는 게이에요. 레즈비언은 없어요. 방송에서 다루는 건 퀴어문화가 아니라 그냥 게이문화에요. 그리고 미디어에서는 항상 퀴어문화를 문화적 아이콘으로만 다뤄왔어요. 커피프린스나 성균관스캔들 등 여러 드라마가 동성애 코드를 가장한 남장여자를 다뤘지 실제 동성애 이야기를 다루진 않았잖아요. 많은 드라마의 결론이 그 남장여자가 여자였기 때문에 그들이 사랑이 이루어졌고 또 결국엔 이성애 옹호적인 메시지를 남겼다고 봐요.

아이몽: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 뮤지컬에서도 실제 동성애자들의 삶을 그린 것보다는 단순히 동성애 코드만 빌려온 것들이 정말 많아요. 저희는 그런 뮤지컬이나 연극을 봤을 때 정말 슬프고 울기까지 하는데 다른 관객들은 웃고 있어요. 그 이유는 배우들이 정말 그 슬픔을 표현한 게 아니라 희화화해서 표현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는 웃음코드로 전달된 것이죠.

레송: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동성애 코드가 미디어에서 많이 비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내가 본 드라마, 영화 이런 것들이거든요. 그걸로 인해 대화할 거리가 하나라도 생기는 거니까 저는 단순히 코드를 빌려오는 거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성결혼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도 궁금해요.

A: 먼저, 동성결혼이 아니라 그냥 ‘결혼’이라고 생각해요. 똑같은 결혼이니까요. 그리고 성소수자의 결혼은 이성커플의 결혼보다 덜 중요하고, 부차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요. 같은 결혼인데 왜 차별을 하고 마치 베푸는 듯이 허용해준다는 태도를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더군다나 동성애 부부의 이혼에 대한 생각도 잘못되었다고 봐요. 사실 이성커플이 결혼했다 이혼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동성커플이 이혼하면 동성애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공격하기 일쑤에요. 이성커플이 이혼한다고 해서 이성애가 잘못된 것이고 거짓인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마찬가지로 동성커플도 살다 보면 이혼할 수 있는 건데 마치 동성애가 잘못이라는 반응을 이해할 수 없어요.

레송: 결혼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모님과 친구들을 설득할 때 동성결혼제도가 있고 없고는 매우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라죠. 저도 인정받는 결혼하고 싶어요.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를 들여다보다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이하 차세기연)은 어떤 곳인가요?

아이몽: 차세기연은 말 그대로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모임이에요. 차세기연은 기독인이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에요.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요.

아이몽: 2007년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동성애차별반대를 두고 보수 기독교 진영의 엄청난 반대가 있었어요. 이런 사태를 보면서 기독인들 가운데 저렇게 보수적인 기독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기독인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처음에 연대체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러고 나서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몇 번 토론회를 열었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연대체가 해체되는 게 아쉬워서 구체적인 단체를 만들어보자고 논의했었고 그 결과 끝에 차세기연이 만들어졌어요.


차세기연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아이몽: 차세기연은 서울퀴어문화축제와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또 성소수자 기독인이 자유롭게 예배드릴 수 있는 행사인 ‘이도저도 무지개축제’라는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어요. 2010년에는 ‘하나님을 만난 동성애’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물꼬기’라는 웹진을 발행하기 시작했어요. 차세기연은 매주 정기모임을 갖고 있고 일정 기간마다 총회를 열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보수 기독교 단체와 갈등도 많았을 것 같아요.

A: 항상 겪는 일이에요.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일반 동성애 단체보다 기독인 동성애 단체를 더 공격하고 이단처럼 생각해요. 퀴어퍼레이드에서 보수 단체들과 충돌이 숱하게 있었어요. 저희 부스에 찾아와서 “여기 교주가 누구냐?”고 비꼬는 사람도 있었고, 예배를 드리는 와중에 불쑥 찾아와서 “너희가 드리는 건 예배가 아니야”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죠. 

아이몽: 이런 축제 말고도 저희 메일 계정으로 호모포비아들이 비난을 하기도 하구요. 페이스북 페이지에 댓글로 공격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A: 저희를 포함한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기독교단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동성애 단체에서는 기독교를 굉장히 싫어하고 기독교 단체는 성소수자를 싫어하죠. 그런데 저희는 이 두 가지 정체성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 양쪽에서 공격받는 상황이에요.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모순이 있을까요? 

A: 이건 성소수자 문제뿐만 아니라 기독교는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쪽을 두둔함으로써 그 지위를 유지해왔다고 생각해요. 여성에서 흑인으로 지금은 성소수자로 그 대상만 바뀌었을 뿐 기독교는 계속해서 누군가를 차별하고 소외시켜왔어요. 그걸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면서요.

레송: 지금 기독교는 생명책을 가지고 많은 생명을 죽이고 있어요.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정죄함이 자기혐오를 낳고 있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끔찍한 일까지 저지르기도 해요. 기독교가, 한국교회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이고 있는지 직시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