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시즌이 절정을 향해가고 있다.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 중 몇몇은 서류에서 고배를 마시고, 또 다른 몇몇은 면접장을 향한다. 일반적으로 서류와 시험 그리고 면접으로 진행되는 채용과정 속에 취준생들은 ‘괜찮다’는 말을 속으로 외친다. 필기에서 떨어지면 ‘서류라도 붙여주었으니 괜찮다’, ‘면접에서 떨어지면 면접이라도 보게 해줬으니 괜찮다’는 식이다.


ⓒ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활용



KOTRA, 필기시험 보려면 본사 방문해 도장 받아야

그러나 채용과정은 괜찮지 않다. 이번 하반기 채용에서 KOTRA 서류 합격자들은 양재동 KOTRA 본사를 방문해야만 했다. 서류합격자가 필기시험을 보려면 수험표에 KOTRA 도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KOTRA 관계자는 지난번 채용 때 서류합격자 중에 필기시험을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 효율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KOTRA 필기시험에 필요한 도장


200명이 넘는 KOTRA 서류합격생은 취업 준비할 시간을 쪼개가며 양재동 본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류 합격자 이OO(28)씨는 서울 근교에 살아서 오가는 데 3시간이 걸렸다. 다른 곳 자소서 한편을 완성할 수 있는 시간인데 아깝다. 그래도 가고 싶은 공기업이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필기시험 다음 문턱인 면접은 더 큰 문제다. 면접 질문이 부적절한 것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문제 해결 능력을 보겠다는 취지로 "나이가 많네요", "여자가 회사 생활 잘하겠어요?" 등 인신공격을 하거나, 순발력을 보기 위해 "웃겨봐라", "감기를 낫게 해달라" 등 어이없는 질문을 던진다. 취준생들은 당혹감을 겨우 감추고, "그래도 붙으면 괜찮을 거야" 라는 생각에 면접장을 나선다.

 

어이없는 면접을 본 취준생들은 일반적으로 '면접비'를 받는다. 면접비란 기업들이 면접대상자에게 교통비나 하라는 취지에서 2~3만원 주는 것이다. 올해 CJ 그룹의 한 계열사 공채 면접을 본 박OO(25)씨는 면접에서 토익이 왜 이 정도죠? 경험이 이게 전부입니까?’ 등의 질문에 대답하고 나서, 면접비를 받았다. 마치 맷값을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CJ, ‘면접비CJ 포인트로 지급해

 

ⓒ CJ가 면접비로 지급한 CJ 포인트


하지만 제대로 된 맷값이 아니었다. OO(25)씨가 받은 면접비 봉투에는 돈이 들어있지 않았다. CJ 포인트 2만원이 들어있었다. 박씨는 어이가 없다. 취업해서 돈을 벌려고 면접을 봤는데, 결국 소비자로 만든다. 사실 나는 CJ 관련 대외활동을 했었다. 그때도 활동비가 CJ포인트였다. 설마 했는데 면접비도 포인트일 줄은 몰랐다. CJ는 나를 소비자로만 보고 있다. 문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소비자만 만든다. 그런데 서글픈 것은 포인트만 받는 대외활동을 묵묵히 할 정도로 CJ는 가고 싶은 기업이다. 맷값으로 포인트를 받기만 한 지금도 붙여주기만 하면 괜찮다라고 대답했다.

 

ⓒ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활용


괜찮지 않은 채용과정에서 취준생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어려우니까', '다른 사람은 떨어졌으니까', '붙어주기만 하면 괜찮아서'다. 하지만 기업이라고 그냥 넘어가기엔 채용 과정상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 험난한 채용과정을 뚫으면 취준생에게 주어진 종이는 의 입장에서 쓰는 계약서이다. 아직은 괜찮지 않은 걸 괜찮다라고 되뇌일 필요는 없다. 떨어져도 붙어도 의 입장에서 바라보지 말자. 더구나 기업은 지원자에게 질을 해서는 안 된다. 채용과정 속 취준생은 괜찮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