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세에 대한 국민과 복지부의 온도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현재는 복지부의 농담이라는 발언에 논란이 일축된 듯 보인다. 그러나 이미 상해버린 싱글들의 마음을 누가 위로해줄까. 혼자 살기도 팍팍한 시대에 세금까지 부과한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차별당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한창 열을 내고 있는데 농담이라는 복지부의 발언은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든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 Enter-6 Style Magazine
싱글세의 출발점은 저출산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는 심각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저출산으로 인한 지속적인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나라의 존재 여부마저 위협한다. 저출산의 배경에는 복지부가 생각한 것처럼 낮은 혼인율이 존재한다. 아마 복지부는 단편적인 사고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자녀 가구에게 혜택을 주는 것으로는 효과가 미미해보이니 1인 가구와 자녀가 없는 가구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는 형식으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페널티는 규칙을 위반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벌칙이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페널티를 기쁘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다면 계산 착오다. 사람들이 싱글세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고 비판을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싱글세는 선택의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에 있는 결혼 여부와 출산 여부를 지켜야할 규칙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감의 근원에는 싱글세가 내포하고 있는 엄청난 폭력과 차별이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결혼과 출산을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해야만 하는 일종의 규범과 생애 단계로 여겼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하면서 결혼과 출산은 선택 가능한 지점에 가까워졌다. 최근에는 신념에 따라 독신주의와 비혼주의, 출산 여부를 선택하거나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복지부의 싱글세 언급은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고 사람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모양새로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에서 싱글세는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좌절을 느끼게 하는 폭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도 존재한다. 결혼의 경우 성소수자들이 그러하고, 출산의 경우 불임・난임이 그러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결혼 제도가 이성 간의 결혼만을 허용하는 점을 볼 때, 동성애의 경우 선택의 여지없이 싱글세를 납부해야 하는 위치다. 불임과 난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출산을 선택할 수 없다.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싱글세는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싱글세가 갖는 문제점의 줄기는 간단하다. 싱글세가 전제하는 기본 공식은 ‘이성애와 남녀 결혼 하의 자녀’이다. 사회 전체에서 이성애와 결혼, 출산을 ‘정상’으로 규범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싱글세를 내게 되는 독신주의자, 비혼주의자, 불임・난임, 성소수자들은 자연스럽게 ‘비정상’의 영역으로 편입된다.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이 유발하는 차별과 폭력에 국가가 앞장서게 되는 셈이다.
복지부는 농담의 와전을 운운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농담이 아니라 간보기로 느낄 뿐이다. 2005년에 이미 언급되었던 독신세가 탈만 바꿔 쓴 채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싱글세에 대한 거부반응을 농담이란 말로 세금에 대한 알러지 반응과 예민함으로 치부하는 복지부의 태도는 상당히 불쾌하다. 국민들이 싱글세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돈 문제만은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택권이 없는 양계장의 닭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농담으로 무마하는 복지부의 간보는 것과 같은 태도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뒷목 잡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부의 발언이 농담으로 들릴 리가 만무하며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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