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결정이 내려졌지만 유가족의 아픔은 치유되지 않았다. 2013년 7월 공군 내 가혹행위로 자살한 고 김지훈 일병(당시 22세) 사건 관련자들의 처벌이 지난 5일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됐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적절한 처벌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건의 직접 가해자인 한 모 중위에게는 감봉 2개월, 사건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방관했던 책임자 허 모 준장에게는 서면 경고가 내려졌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가혹행위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공군”)


이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했던 <투데이신문>의 14일자 보도에 의하면 공군은 지난 5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감봉 2개월과 서면 경고라는 결정을 내렸다. 공군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회의록을 자세히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형사사건은 징계를 내리게 되어 있어 규정대로 했다”고 밝혔다. 공군은 8월 14일 일반사망에서 순직으로 결정을 뒤집었다. 이후 진행된 재수사에서 한 중위에게는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기소유예는 객관적 혐의가 있더라도 정황을 고려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이다. 이번 결정은 이러한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공군의 후속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이 공군의 결정에 반발하는 것은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가 바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일병의 아버지 김경준 교수는 “군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 예상했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공군은 일반사망 결정을 내릴 당시에도 전문가의 소견 대신 한 중위와 허 단장과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던 남 모 예비역의 진술을 반영하고 한 중위와 김지훈 일병의 관계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관련 병사의 면담은 자세히 진행하지 않는 등 철저한 조사를 하지 않아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김 일병 아버지 김경준 교수 제공. <중앙일보> 기자와의 카카오톡 대화.


한편 공군의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 <중앙일보>에서는 김 일병의 죽음이 가혹행위가 아닌 김 일병 개인의 정신 문제 때문이라는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내용의 인터넷 기사가 발행됐다. 해당 기사에는 김 일병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겼던 메모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언제부턴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같은 내용이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보기엔 김 일병이 원래부터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자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메모를 분석한 자살예방전문가는 “김 일병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해리성 기억상실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는 소견을 보였다.


해당 기사는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3일 전인 2일 새벽에 인터넷을 통해 공개됐다. 이 기사는 김 교수가 SNS를 통해 기사에 대한 반박글을 올리자 삭제되었다가, 징계 결정이 내려진 후인 11일에 비슷한 내용으로 다시 게재됐다. 김 교수는 SNS에서 “김 일병의 마지막 메모는 정신과 의사나 수사관, 유가족만 볼 수 있는 자료임에도 공개적으로 기사화했다”고 말했다. 기사를 쓴 기자는 가해자인 한 중위 측 변호사로부터 자료를 받았으며 변호사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자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가해자의 잘못은 없고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 돌리려는 기사의 방향이 초기 공군의 ‘순직요청서’의 내용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 가해자 한 중위 측은 김 일병의 유가족에게 신문기자를 통해 사과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다분히 의도된” 의사전달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징계위원회의 결과에 대해서 김 교수는 “국방부 재정신청 과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한 중위와 허 준장을 용서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