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학생이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대학을 꿈꾸며 고함20이 고함대학교를 설립했다. 고함대학교는 기존 대학에서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에 대해 철저하게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성적, 취업률, 등록금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넘어서 학생들의 생활과 직접 연관된 문제들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 고함대학교는 우리의 이러한 계획을 학칙으로 구체화해 대학생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러한 우리의 학칙이 현실의 대학에도 반영되기를 바란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지는 환절기에는 감기가 크게 유행한다. 감기 바이러스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희생자들을 만들어 낸다. 학교에서 갑자기 몸이 안 좋아졌을 때, 여학생들은 대부분의 학교에 마련된 ‘여자휴게실’로 향한다. 그들은 따뜻한 방에서 한 숨 자고 나면 몸이 한층 개운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남학생의 경우 갈 곳이 마뜩치 않다. 냉골 같은 동아리방? 길바닥에 드러누워도 이보단 덜 추울 것 같은 과방? 갈 곳 없어 서러운 남학생들은 외친다. “우리에게도 휴게실을 달라.”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생리, 생물학적으로 남자보다 연약한 신체 등의 이유 때문인지 여자휴게실의 마련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아프고 피곤한 남학생들이 갈 수 있는 남자휴게실은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이에 몇몇 대학에서는 남자휴게실을 만들어 달라며 학생들이 직접 요구하여 노력의 성과를 얻기도 하였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이전부터 문과대학 홍보관 건물에 남자휴게실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이불 한 장만 달랑 가져다 놓은 휴게실은 시설도 부족했고 관리도 되지 않았다. 한 장 밖에 없는 이불을 훔쳐가는 일도 잦았고 방구석에 토사물이 굳어있는 일도 있었다. 같이 붙어있는 여자휴게실은 학생증을 통해 여학생만 출입을 허용하는데 비해 남자휴게실은 문만 열 힘만 있다면 출입이 가능했다. 이외에도 여러 불만들이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갔고, 학생들은 새로운 남자휴게실을 요구했다. 결국 2013년 11월 고려대학교에는 이공계 캠퍼스에 새로운 남자휴게실이 세워졌으며 남학생들은 침대와 수면등이 구비된 깔끔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고려대학교 이외에도 경희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이 2014년 새로 남자휴게실을 만들었다.


고려대학교 남자휴게실 ⓒ 동아일보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대학교에서는 남학생 휴게실이 없거나, 있어도 이름만 휴게실인 경우가 많다. 성공회대학교의 경우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에 남자휴게실이란 이름을 붙였다. 여자휴게실에 비교해 심하게 열악한 시설에 남학생들은 남자휴게실이 학교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남자휴게실의 상황이 지나치게 안 좋으니 실제 이용하는 일도 적을 수밖에 없다. 현재 성공회 대학교의 남자휴게실은 막차를 놓쳤을 때 첫차를 기다리는 장소 정도로 밖에 쓰이지 않는다. 


국민대학교에는 남자휴게실이 아예 없다. 남자휴게실의 필요를 주장하는 의견이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학생 사이에서도 갈리는 의견과 학교 측의 반대에 부딪혀 여전히 남자휴게실의 신설은 불투명해 보인다. 충남대학교의 경우도 남자휴게실이 없다. 학교 측에서는 남자휴게실에서 학생들이 음주, 흡연 등을 하고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남자휴게실의 신설을 반대한다. 이외에도 한양대, 중앙대 등의 학교에는 남자 휴게실이 없으며 대학 측은 여러 이유를 들어 남자휴게실의 설치를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는 남자휴게실의 설치가 학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남자휴게실의 설치는 많은 남학생들이 주목하는 이슈이기에 여러 대학의 총학생회 공약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학교 측과의 마찰과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공약이 이행되는 일은 드문 것 같다. 이에 고함대학교에서는 아프고 피곤한 남학생들이 다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힘을 보충할 수 있도록 남자휴게실의 확충 및 관리를 학칙으로 제정한다.


제 0 장 남자휴게실의 설치 및 관리

제 1 조 남자휴게실을 최소 각 캠퍼스에 하나 이상 설치한다.

제 2 조 남자휴게실의 시설은 각 대학의 합리적인 수준에 맞게 관리하되 여자휴게실과 큰 차이가 없도록 한다.

제 3 조 남자휴게실을 꾸준히 관리·감독하여 학생들의 불편 사항이 즉각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