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늦은 밤 무렵, 수원 팔달산 인근에서 '장기 없는 시체'의 토막이 검은 비닐봉지에 든 채로 발견되었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속보를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은 공포와 충격 그 자체였다. 온갖 추측들이 그날 밤 인터넷에 난무했다. 장기가 없이 발견되었다는 점은 자연히 장기 밀매를 연상시켰고, 장기 밀매라는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는 자연히 ‘조선족’이라는 이름이 더욱 익숙한 재중 동포로 연결됐다.


수사가 진행되고, 시신의 신원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른 시신의 일부가 발견되었고 사람들은 계속 공포에 떨었다. 아직 해결된 사건도 아니건만 언론은 장기 매매의 가능성을 의식한 것처럼 보이는 기사를 쏟아냈고, 자연스럽게 사람들도 장기 매매에 관련된 괴담을 퍼나르기 시작했다.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통해서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공유하는 조선족의 인신매매 수법’등이 떠돌았다. 사람들은 흉악한 범죄를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이에 대한 ‘혐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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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밤, 마침내 용의자가 검거됐다. 사람들이 쏟아내던 혐오의 대상이었던 재중 동포 박춘봉이었다. ‘그럼 그렇지’식의 덧글이 인터넷 뉴스 창을 가득 덮었다. 이들을 한국에서 전부 추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사건 발생지가 2년 전의 ‘오원춘 사건’과 가깝고, 범행 방식과 피의자가 같은 재중 동포라는 점에서 ‘제 2의 오원춘 사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잔혹한 범죄가 아니라 피의자가 외국인, 그것도 재중 동포라는 사실처럼 보였다.


대학생들이 연합하여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고 연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글 교실 ‘레인보우 스쿨’에서 활동 중인 한 활동가는 이러한 경향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물론 범죄는 언제나 처벌받아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이주민, 특히 조선족이라고 불리는 재중동포라는 점에서 모든 재중동포들을 범죄자로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또한 그 경향은 일시적이지 않고 한국 사회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주노조 활동가를 거쳐, 지금은 사회진보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영섭 씨도 이러한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지적했다. 정씨에 따르면, 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 동포들이 입국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한국의 3D 직종을 맡아 일해왔다고 한다. 그들은 허드렛일을 하고 연변 말투를 쓴다는 이유로 자주 차별과 무시를 당해왔다. 이들에 대한 혐오는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주류 언론에 의해 확고해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내국인보다도 범죄율이 낮다. 또한 백인계보다 아시아계 외국인의 범죄율이 낮다고 한다.


그는 특정한 외국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 전체 집단을 매도하는 행위가 비이성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유영철이 경기도 출신이라고, 강호순이 충청도 출신이라고 해서 경기도와 충청도 사람들을 추방하자고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죽어가는 이주 여성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들이 공론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약자를 향하지 않으며, 혐오와 편견을 재생산하는 현재 한국의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모순이 있음을 밝혔다.


얼마 전 호주 시드니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카페 인질극이 일어났다. 이에 따른 후폭풍으로 호주에 사는 무슬림들이 길을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자, 호주인들은 ‘대중교통 같이 타기 운동’을 벌였다. 인질극은 물론 끔찍한 사건이고 처벌받아야 할 범죄다. 하지만 호주인들은 그 전체 집단을 혐오하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물론 범죄에 대한 공포는 떨쳐내기 힘들다. 내 삶, 내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죄보다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편견과 혐오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