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대학교(2015년 1월 21일)에서는 비싼 데다가 제대로 반환되지도 않는 대입 전형료를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전형료 문제는 입시생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과전형이 한창 진행 중인 겨울방학의 캠퍼스에서 전과전형료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전부, 전과 제도는 각 대학에서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들이 소속된 학부 또는 학과를 옮기는 제도를 말한다. 일부 대학은 전과제도를 시행하는 데 있어서 전형료를 부과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2014학년도 2학기 혹은 2015학년도 1학기 전과·전부 모집공고를 통해 확인한 결과, 19개 대학 중 9개 대학이 전과 전형료를 받고 있었다. 이들 대학은 △전과에 필요한 서류에 ‘전형료 납부 확인증’을 포함하는 방식 △전형료를 내지 않으면 전과 신청이 완료되지 않는 방식 등을 통해 전형료를 요구했다.



취재 결과 경희대, 덕성여대, 동국대, 세종대, 숙명여대, 중앙대, 연세대, 한국외대, 홍익대는 전과 전형료를 내도록 하고 있었다. 연세대는 ‘소속변경’이라는 이름으로 전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연세대는 ‘캠퍼스 내 소속변경’은 전형료를 요구하지 않지만, ‘캠퍼스 간 소속변경’에는 전형료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연세대 캠퍼스 간 소속변경의 전형료는 10만 원으로 조사 대상 학교 중 가장 비쌌다. 연세대학교 대학언론사인 ‘연세춘추’는 2009년 보도를 통해 캠퍼스 간 소속변경 전형료 문제를 보도한 바 있다.


연세대 다음으로 전형료가 비싼 곳은 한국외대이다. 한국외대의 전과 전형료는 5만 원으로 캠퍼스 이동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경희대는 계열에 따라 전과 전형료가 다른데, 예체능 계열의 경우는 5만 원이고 나머지는 3만 원이다. 동국대와 홍익대는 2만 원, 덕성여대는 1만 원으로 계열과 상관없이 같은 금액을 낸다. 덕성여대는 조사 대상 학교 중 전과 전형료가 가장 낮았다.

 

어디 쓰는지도 모르고, 왜 받는지도 모르는 '전과 전형료'

 

전과 전형료는 어디에 쓰이는 걸까. 전형료의 정확한 사용처를 알기 위해 경희대학교에 직접 물어봤다. 경희대학교 측은 “면접 등의 전형을 진행하는 데 있어 진행비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용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했으며, “면접을 진행하는 교수님에게 전달되는 비용이냐”고 묻자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과를 위한 면접이 ‘전형료 값’을 하는지는 의문이다. 해당 학교에서 전과한 경험이 있는 전서은(25세, 가명)씨는 “면접을 볼 때는 5분 정도 학업 계획을 물어봤다. 그런데 과 마다 달라서 질문 하나 하고 끝내는 경우도 있고, 심도 있는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과 전형료가 제값을 하는지보다는, 전과 전형료가 왜 존재하는지에 궁금증이 더 쏠린다. 전과 전형료를 내도록 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사이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전과 전형료가 없는 건국대는 “별도의 사정 기준이 없는 한 무시험 성적순 선발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면접 등 별도의 전형이 없으므로 비용이 들지 않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으나, 이것이 차이점이 될 수 없다. 성신여대, 숭실대, 한양대 등과 같이 전과 전형료를 받지 않지만, 면접을 전과 전형의 필수 요소로 지정하는 학교도 있기 때문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전공하고자 하는 학문이 어떤 학문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전공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돼도 전과를 선택하기는 많은 심적 부담이 따른다. 적지 않는 시간 동안 자신과 맞지 않는 학문을 끌어안고서도, 이 학문이 자신과 정말 맞지 않는 것인지 자신의 노력이 부족한 것인지 고민한다. 이제껏 형성한 학과에서의 인간관계를 등지고 다른 터전으로 가서 뿌리내려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여기에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는 전과 전형료는 전과 지망생의 부담을 더할 뿐이다. 대학은 전과 전형료의 사용 내용을 공개하고, 남은 금액은 학생에게 돌려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