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학기가 끝나고 기말고사 성적도 발표된 지 오래지만, 대학생 진선 씨(국어국문학과, 22)는 오늘도 학교 홈페이지의 학사 공지란에 접속한다. 언제 뜰지 모르는 교직 이수 선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교직 이수과정이 설치된 학과에 재학 중인 진선 씨의 동기들도 마찬가지다. 14학년도 가을학기까지의 성적을 포함하여 교직 이수예정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결과 발표는 겨울방학에 이루어진다.


ⓒ 교육전문 신문 <베리타스 알파>


“어릴 적부터 교사를 꿈꾼 건 아니에요. 문학을 유달리 좋아해서 국어국문과에 진학했는데, 대학 와서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국어 선생님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애들 가르치는 게 즐거웠거든요.”


교직 이수는 사범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이 교사가 되는 길이다. 학사졸업 후 교육대학원에 진학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학부 때 교직을 이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충족하면 졸업과 동시에 중등 2급 교원자격증이 발급되어 교사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범대를 다니진 않지만 교사를 꿈꾸고 있는 진선 씨 같은 이들에게는 교직 이수가 간절하다.


그렇다면 교직 이수자 선발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질까. 서울 소재 19개의 대학을 대상으로 교직 이수 선발과정을 조사했다.



리나라 대학이 교직 이수의 적격성을 고려하는 방법


대부분 대학은 교직 이수 모집공고에 “학업성적과 인성, 적성을 고려하여 교직이수 예정자를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9개의 대학 중 11곳이 별도의 면접이나 시험을 진행하지 않고 있었고, 교직 이수 희망자들은 정해진 기한 내에 신청서만 제출하면 된다. 별도의 교직 이수 계획서나 교직 목적 기술서를 요구하는 학교는 동국대와 서울시립대, 두 곳뿐이다. 학교 측은 학생의 인‧적성을 고려하겠다고 말하지만, 기본적인 정보만 기재된 단출한 신청서 한 장으로 교직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경희대·동국대 등 8개 대학에서는 신청자들의 인·적성을 판단하기 위해 면접을 시행했다. 지도교수나 학과장과의 면접에서 학생이 교직에 대한 사명감이 있는지, 교직 이수 동기가 적절한지, 교직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지 등의 기준에 따라 학생의 인·적성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면접이 적절한 평가 지표가 되는지에 대해 불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교직 이수 면접을 치른 대학생 ㅈ 씨(22)는 “교수님이 왜 교직 이수를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지원서에 이미 나와 있는 내용이었다. 딱히 다른 질문이 많지는 않았고 5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세종대와 가톨릭대는 별도의 인·적성 검사를 진행한다. 세종대의 경우, 교직 이수를 신청한 학생들은 정해진 기간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적성검사를 해야 한다. 시험 시간은 120분이고, 총 180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두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의 경우, 학생이 교직에 적합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추가적인 검사 과정이 전혀 없었다.


교직 이수, 결국은 성적순


대다수 학교는 신청서 제출만으로, 일부 학교는 면접이나 별도의 시험을 실시하여 교직 이수자를 선발한다. 세부적인 선발과정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교직 이수 선발의 절대적인 기준은 성적이다. 거의 모든 학교가 ‘성적순으로’ 대상자를 선발할 것을 명시하고 있었다.


면접이나 시험으로 진행되는 인·적성 검사는 선발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교직에 심각하게 부적격인 학생들을 거르는 용도로 사용되는 셈이다. 현재 교직 이수를 하고 있는 대학생 ㅇ 씨(국어국문학과, 23)는 “공고에 적힌 면접기준을 보고 긴장한 상태로 면접장에 갔다. 그런데 교수님이 다른 질문은 하나도 하지 않고 성적이 얼마인지만 물었다”며 “내 성적을 들은 교수님이 이번 학기는 지원자가 많아서 기말고사까지 잘 마무리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면접이 끝났는데 허무했다”고 말했다.


제로 면접에서 교직을 이수하기 위한 인성이나 적성이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면접을 잘 봤다고 해서 선발 과정에 특별한 가산점이 부여되는 것도 아니므로 대부분의 경우 성적이 높은 학생이 교직 이수자로 선발된다. 면접을 아예 보지 않는 대다수 학교는 신청서를 제출한 학생들을 무조건 성적순으로 자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출나게 뛰어난 성적을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이번 학기까지 해서 (평점 평균) 4가 안 돼요. 우리 과는 경쟁이 치열해서 이 정도 성적이면 어림도 없는 걸 알지만, 혹시나 해서 일단 넣어보는 거죠.”

이번 달에 발표되는 선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진선 씨는 “교사에 특별한 뜻이 없던 친구들이 성적이 좋아서 보험으로 교직을 하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며 “별다른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이 무조건 성적순이라는 식의 선발 과정은 아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