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학생회장 선거철이 돌아왔다. 총학생회장부터 과 학생회장까지 한 학교 내에서만 수십 개의 선거가 치러진다. 각 학생회장 후보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길거리에 홍보 현수막을 걸거나 사람들에게 팸플릿과 같은 홍보 유인물을 돌린다. 



한 대학의 총학생회선거 일정공고문.


홍보 유인물 안에는 일반적으로 후보자의 공약이나 이력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력사항에는 어김없이 ‘OO 고등학교 졸업’ 등과 같은 출신고교가 적혀있다. 선거에 필요한 정보인 후보자 자질이나 공약과는 상관없는 내용이다. 오히려 출신고교는 후보자 개인의 능력이 아닌 학연에 기댄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후보자 포스터에 출신고교가 적혀있다.


실제로 서울 시내 대학 10곳 중 8곳의 총학생회장 후보자 홍보 포스터에는 출신고교가 적혀있다. 김민선(홍익대·가명·22) “대학선거에 별로 관심이 없다. 공약은 서로 엇비슷하다. 그런 상황에서 같은 학교 출신이 나오면 되게 반갑다. 사실 이번 선거에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 나온 걸 홍보 포스터를 보고 알았다. 고등학교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손은 알게 모르게 같은 고등학교 동문을 뽑았다”고 말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출신고교를 적는 후보자들도 문제다. 이번에 A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온 한대웅(가명·25) 씨는 “이력사항에 출신고교를 누구나 적는다. 그래서 이번 우리 선거운동본부도 적었다. 크게 문제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일반적으로 선거 관련 홍보유인물은 사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후보자 간의 규칙 미팅에서 사전협의를 통해 정해진다. 주로 협의가 이뤄지는 사항은 게시위치, 배포 시간 등으로 홍보유인물 내용은 구체적으로 협의하지 않는다. 


이번 A대 총학생회장 부선관위원장인 김재일(가명·27)씨는 “선관위는 홍보 포스터 내용에 대해 게시 전 다른 후보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 정도만 한다. 구체적인 지침은 없다”고 대답했다. 출신고교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후보자가 이력으로 쓴 것인데 선관위가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리고 출신고교 들어가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서경대 총학생회장 후보자 포스터 ⓒ고함  


이에 반해 학생들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장민준(서경대·가명·25)씨는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궁금하지도 않은 내용인데 왜 저걸 써두었는지 모르겠다. 출신 학교 셋 중에 하나라도 걸리면 뽑아달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그중에 하나도 포함되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번 서경대 총학생회장 후보자는 출신고교뿐만 출신 중학교·초등학교까지 명시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