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보름 후에 한 학우 제보로 알려져


지난달 25일 진행된 서강대 경영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하 OT)에서 선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문구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은 한 학우가 서강대 페이스북 페이지 ‘sogang univ’에 네 장의 사진을 게시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단과대학 학생회는 OT에 참석한 학생들을 조별로 나누고 방을 배정했다. 각 조원은 방의 이름을 짓고 방의 규칙, 일명 방칙을 정해 방문에 써 붙였다. 조원 중에는 재학생과 신입생이 섞여 있었고, 방장은 2학년 재학생이 맡았다. 방을 찾아오는 다른 조원을 상대로 방칙에 따른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한 것이다.


아이러브 유방 

1.방 입장 시 위아래 춤 3명 이상 추기 (단 방장, 15학번 여학우 필수)


3. 선배가 지목한 후배가 선배가 만족할 때까지 칭찬하기 (진위여부 평가, 논술형)

4. 제일 어린 후배가 한 선배 지목한 후 그윽한 눈빛으로 “나랑 라면 먹고 갈래?”하기

5. 입장 시 위글위글 추기 (합격 시 착석 가능)


작아도 만져방


제일 어린 후배가 이성선배(같은 방)랑 노래 한 곡


사진출처 / 서강 유니브



15학번 여학우가 ‘아이러브 유’방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때 문제가 된 부분은 일부 조가 방의 이름으로 ‘아이러브 유방’, ‘작아도 만져방’ 등 성희롱성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신입 여학생을 필수로 포함해 걸그룹 섹시 댄스를 추게 하거나, 제일 어린 후배에게 “나랑 라면 먹고 갈래?”와 같은 멘트를 시키는 등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또한 ‘선배가 지목한 후배가 선배가 만족할 때까지 칭찬하기’ 등과 같이 권위주의적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10일 오전 경영대 학생회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학생회장은 “신입생 OT 이전 각 섹션 회장단이 성평등 교양을 이수하고, 교외 OT 교양에도 참석했으나 체계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며 “빠른 시일 내에 학내 구성원들을 상대로 한 사과문을 대자보 형식으로 붙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학에 스며든 일상적인 폭력에 대한 공론화 필요해


국민대 단톡방 언어 성폭력 사건에서부터 서강대 OT 성희롱 논란에 이르기까지 학내의 일상적인 폭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서강대에 재학 중인 15학번 신입생 김모씨는 “공식 행사마다 성 평등 교양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부당한 성희롱이 발생한 것이 충격적”이라며 “학과 생활을 함께 해야 하는 선후배, 동기 관계이기 때문에 선뜻 나서서 문제제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말했다.


해당 사건을 지켜보던 이슬기 씨 역시 댓글을 통해 “‘서강대’ 자체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야만적인 대학 문화는 서강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상 속의 폭력, 선-후배 간의 권력 문제에 대한 공론화, 이슈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