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과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2012년 8월 16일 처음 국회에 제출되어 오랜 시간 계류하다가 929일째 상정되어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의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고 통과됐다.


본회의장 스크린 떠있는 김영란법 표결결과 ⓒ연합뉴스


하지만 김영란법이 통과하자마자 헌법소원 논란이 일어났다. 법 적용대상에 애초에 없던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포함되어 언론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사안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언론은 찬반양론으로 나눠졌다. 심지어 각 언론사 안의 소속원인 기자 개개인의 의견도 갈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사는 자기 입장에서 김영란법을 평가했다. 취재 현장에서 주로 맞닥뜨릴 수 있는, 김영란법과 관련된 상황을 문답형식 기사를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문답 기사를 읽어보아도 '고함20'에 해당하는 내용은 잘 찾을 수 없었다. 어느 순간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것은 그들의 리그에서 일어나는 싸움이라고. 그곳엔 고함20을 포함한 인터넷신문사, 대안언론, 1인 미디어 등 군소 언론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고무룩...


무관심의 흔적


현재 언론에서 군소 언론사의 입장에서 김영란법을 논의하는 기사는 쉽게 찾기 어렵다. 당장 기성언론이 김영란법의 이해당사자라 주변을 신경 쓸 여지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리어 군소언론사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조선일보는 언론사 숫자, 기자 숫자가 너무 많아 오히려 사회문제 등의 부작용을 일으켰고, 언론을 규제하는 김영란법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돼 애꿎은 본지 기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양상훈 칼럼] 광범위한 對 언론 反感을 목도하고(3월 12일)).


법안 제정 과정에서도 군소언론사에 대한 무관심을 찾을 수 있다. 통과된 김영란법의 큰 줄기를 잡았던 19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원의 속기록에서는 언론이 어떻게 김영란법의 대상이 됐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 역시 졸속처리라는 평가를 받는데, 더욱이 기성언론 이외에 군소 언론사를 고려하는 장면은 찾을 수 없다. 규제 대상으로 언론 전체를 뭉뚱그려 설정해 놓고 나머지 사안을 시행령이나 법 해석의 방법으로 정하면 된다는 발언도 있었다. 


각각 다른 운영 구조인 군소 언론들은 자신들이 대상이 되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이며, 김영란법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찾을 수 없었다.


안정적 착지를 위한 참여


사실 논란이 있는 사안에 섣불리 참여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고 간다는 말처럼 괜히 나섰다가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득, 피해 볼 것을 차치하더라도 선택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이번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군소언론이 기성언론이 김영란법을 논의하는 데로만 따라간다면, 법이 잘못된 방향으로 시행될 때 비판할 수 있는 명분은 줄어들 것이다. 더욱이 규모가 크지 않은 언론일수록 법을 악용한 기관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군소언론이 비판할 책임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김영란법은 헌법소원부터 1년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여러 번 시행될 공청회까지, 시행하기 전 계속해서 심사를 거친다. 총 300만 명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유례없는 포괄입법으로 그 과정마다 큰 사회적 파문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위헌심판과 구체적인 시행령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법의 완성을 논하기 어렵지만, 현재 김영란법에 관한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대의는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비록 지금까지논의는 기성언론만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남은 논의과정에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 노력한다면 김영란법은 보다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5월에 실시될 공청회 이후를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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