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 여성대회가 개최됐다. 한국 여성대회는 참정권 확보와 생존권 확보를 위해 일어섰던 미국 여성노동자의 투쟁을 기념하며 한국에서 개최되어 올해로 31회를 맞이한다.


이날 오후 한 시 한국 여성대회 참가자들이 종각역, 을지로입구역, 서대문역에서 모여 광화문 행사장까지 걸어가는 ‘퍼플워킹’ 행사가 있었다. 여성의 날의 상징인 보라색을 드레스코드로 한 퍼플워킹은 노란색 리본도 달아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참가자들은 각각의 평등 메시지가 담긴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종각역에서 참여한 이동윤 씨(22세, 가명)는 “여자친구가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아 덩달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퍼플워킹 행사에서 참가자가 들고 온 피켓 


본격적인 행사는 배우 권해효 씨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행사는 ‘성 평등은 모두를 위한 진보’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시작되었다. 참가자뿐만 아니라 지나가던 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기념식에서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등이 참여했다. 


이 행사는 단순히 여성 차별만이 아니라 차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다. 행사장 주변엔 여성단체뿐 아니라 성 소수자, 가사노동자, 여성단체, 군 인권센터 등 차별을 받는 이를 위한 부스가 가득했다. 여성 민우회 부스에서는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민우회 가입을 권유했다. 군 인권센터 부스에선 젊은 사람들에게 여러분의 친구가 군대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며 ‘아미콜’이라는 제도를 홍보했다.


내빈의 축사 이후 연대발언 시간을 가졌다. 발언자는 자신을 연세대 국제캠퍼스 2 기숙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이종미라고 밝혔다. 그녀는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청소노동자로서 투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1년 미만 청소노동자 23명이 연세대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사실을 알렸다. 그녀는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최희진 활동가는 한국 여성의 전화에서 활동 중이다. 그녀는 작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에게 살해당한 여성 수를 집계해보니 114명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1.7일마다 한 명씩 살해되거나 당할 위험해 처해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 때문에 투쟁하시는 여성들을 지지할 것을 여기서 약속드립니다”라고 외쳤다.


여성의 날 행사를 위해 모인 참가자들


이어서 시상식이 있었다. 이날 시상식은 걸림돌, 디딤돌, 올해의 여성 활동가 상으로 이루어졌다. 걸림돌 시상은 ‘노 소령’, ‘중소기업 중앙회’, ‘서울고등법원 제1 형사부 판사 세명’,  ‘레이테크코리아’, ‘대법원’, ‘렛미인 프로그램’이 선정되었다. 각 수상자가 호명될 때마다 참가자들은 야유로 반응했다. 사회자는 무대로 올라온 수상자 역할 모델을 향하여 “꺼져”라고 힘차게 외쳐달라고 했다.


디딤돌 상 수상에 앞서 사회자는 여기 계신 모든 분이 평등을 향한 발걸음의 디딤돌이라고 말했다. 디딤돌 상은 ‘르노삼성자동차 공동대책위원회’, ‘무지개 농성단’, ‘카트 제작진’, ‘김 선생님’,  ‘부산 합동양조 여성노동자 5인’, ‘미생의 윤태호, 정윤정’이 수상했다. 각 수상자가 호명될 때마다 참가자들은 크게 환호했다. 


르노삼성자동차 공동대책위원회는 수상소감에서 아직도 직장 내 성희롱 고발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이어진다며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귀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무지개 농성단은 지난 12월에 있었던 시청 점거농성을 언급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성정책에 성 소수자도 포함할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올해의 여성 활동가 상은 전국 가정 관리사 협회가 수상했다. 전국 가정 관리사 협회는 파출부나 가정부가 가정 관리사라는 호칭이 붙게 노력했다. 또 가사노동자가 노동자의 지위를 확보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여 정부 대책을 이끌어 내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윤영미 전국 가정 관리사 협회장은 수상소감에서 여러 사람이 협력해 가사노동 매뉴얼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가사 서비스 이용약관과 이용 계약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사노동자의 권익 향상에 노력할 것이며 여러분도 가사노동자의 권익 향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행사는 뮤지컬 배우 박해미 씨의 노래와 함께 행사 참가자들이 무대 앞에서 다 함께 춤을 추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되었다. 박은순 수원 여성회 대표는 “이 여성의 날 행사는 여성뿐만 아니라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는 모든 사람을 위한 행사입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런 활동으로 인해 호주제 폐지 등 법적인 제도는 변화했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인식이 부족합니다”라며 아쉬워했다. 그녀는 “앞으로 더욱 평등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