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 관광 산업은 활황이다. 엔저, 저가항공사, 유류할증료 폭락까지 일본 관광에 필요한 금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낮은 가격 덕분에 도쿄 여행을 떠나려고 하지만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가슴 한구석에서 불안함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방사능 괜찮을까...?"


2011년 3월 11일,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동일본 대지진 재해와 잇따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약 2만 명이 목숨을 잃고,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광활한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수준을 레벨 7로 발표하였는데, 이 단계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다.


후쿠시마 사고는 인재


2012년 일본 사고조사위원회는 최종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인재(人災)라고 결론 내렸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시작되었지만 예측할 수 있었던 피해 가능성을 무시했고, 중대 사고에 대한 대비나 주민 안전도모 대책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일본 수상관저의 현장 개입이 불필요한 혼란과 상황 악화의 위험을 높였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당시 일본 총리 간 나오토(菅直人)는 사고 대책에 실패했다고 자평하면서도 도쿄전력에서 전달받은 정보가 너무 불충분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는 간 전 총리가 문제의 진짜 원인은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예상하지 못한 정부 관료나 도쿄전력에 있었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원전 사고가 발생한 기저에는 원전마피아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일본 원자력마을 ⓒSBS


일본에선 보통 '원자력마을'이라고 표현되는 원전마피아는 정치가, 관료, 경제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철의 트라이앵글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제계와 정치권의 관계를 예로 들면, 전력회사가 정치권에 자금을 대주고 정치권이 원전 건설 확대와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보답’한다. 전력회사들은 그 ‘보답’으로 다시 정치권에 ‘보답’한다. 기업은 계속 이익을 얻고, 그 이익만큼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원전 운영 시스템은 점점 폐쇄화되며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프로파간다를 생성한다.


원전 마피아는 일본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원전 마피아는 한국에도 있다. 한국의 원전 마피아는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이해관계자를 일컬으며 이들은 학연으로 뭉쳐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에 실시한 원전 부품 비리 검찰수사 과정을 들여다보면 구속된 한국수력원자력 내 전·현직 임원들이 특정 대학의 원자력공학과 출신이다. 한국 원전 마피아의 폐쇄적인 네트워크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원전 마피아 유착 관계도 ⓒ뉴스토마토


이에 더해 현 조석 한수원 사장의 이력을 보면 한국 원전마피아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조석 사장은 원전사업 주무부처인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지냈다. 주무부처의 차관을 지낸 사람이 피감기관이었던 한수원의 사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당시에도 회전문인사라고 비판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감독기관인 지식경제부 차관 시절부터 원자력계 입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했기 때문이다.


“ ‘우리’ 원자력 업계에서 일하는 방식이 있지 않느냐, 앞으로 다른 원전의 수명 연장을 다 해야 할 것 아니냐, 수명 연장이 안 되면 여기 모인 사람 중에 올해 연말부터 집에 가서 애 볼 사람 많다, 그래서 이건 정말 꼭 수명 연장을 해야 한다.”

-2012년 01월 20일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의 신년인사회 강연에서


원전 정책 독점한 원전마피아

원전마피아의 가장 큰 문제는 폐쇄성이다. 원자력 발전 산업의 특성상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인력풀이 작은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원전 정책에 관해서는 산업 관료들도 원전마피아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원자력 문제의 정책 결정권은 원전마피아의 전유물이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구조는 비전문가의 참여를 배제한다. 외부로부터의 감시, 경고를 철저히 무시하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안전을 뒷전으로 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이번 2월 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허가는 이러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원자력안전위의 논의 과정은 공개되지 않는다. 비전문가는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위원회의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제13조 4항)"라고 명시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변칙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실시했다. 

원자력안전법이 명시한 주민의 의견수렴과정을 생략하고, 정보공개법에서 정한 국가안보, 영업 비밀에 대한 조항을 오용하여 정당한 정보공개도 막았다. 심지어는 안전성과 위법사항 문제를 풀지 못한 채 표결할 수 없다는 위원 2명이 퇴장한 상태에서 표결을 강행하는 비상식적인 모습도 보였다.

ⓒnews1


원자력 문제는 민주주의 문제


전문가들은 다음 원전 사고 지역은 한국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원전 밀집도가 높고 원전 주변 인구가 세계 최다 수준(사고 시 직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원전 30km 내 시민이 약 405만 명)이다. 원전 부지 규모가 세계 최대에 원전 비리는 끊기지 않는다. 안전문화는 거의 전무하다. 결정적으로 원전 산업에서 '민주주의가 없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사고 직후 영국의 캄브리아 지방의 사례는 원전 산업에서 민주주의가 부재하면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사고가 발생하고 영국 정부 과학자와 지역 목축업자의 의견은 대치됐다. 과학자들은 기후 패턴(편서풍) 때문에 방사능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목축업자들은 그러한 생각은 위험할 거라고 경고했다. 


정책은 과학자의 의견에 따라 진행되었다. 그런데 6일 후 내린 비에서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검출되었다. 땅에 스며든 빗물 때문에 방사능에 오염된 풀이 자라게 되었고, 그 풀을 먹은 양들이 오염됐다. 지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과학의 절대성만을 신봉했던 정부 과학자들의 예측은 모두 빗나갔고 더 큰 피해를 발생시킨 것이다. 


"원자력산업은 민주주의와 같이 갈 수 없다. 민주주의가 성숙하면 성장하기 힘든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린피스 캐나다 원전전문가 숀 패트릭 스텐실(Shawn-Patrick Stensil)


원자력 산업의 활황은 우리 사회의 낮은 민주주의 정도를 보여주는 거울일 수 있다. 모두가 핵 전문가가 아니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원전 문제에 개입하고 발언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핵발전소와 관련된 사고라도 나면 그 피해를 입는 것은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광범위한 일반 대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핵 문제에 대한 결정권이 주권자인 민주 시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시민의 참여 보장, 엄격한 심사를 위한 법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핵을 이용하는 문명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사 메인 이미지 ⓒ로히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