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상황에 질문을 받았다. “연인과 왜 헤어졌나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면접 상황에서 구직자들의 상식부터 인성까지 전부 시험대에 오른다. 가지각색의 질문은 사생활을 캐묻는 것부터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안겨주는 것까지 도를 넘고 있는 모습마저 보인다. 도를 넘은 질문에 누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원하는 인재를 위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질문들에 대답해야 하는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책과 특강까지 나타났다.
ⓒ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대체 왜 그렇게 살았니
왜 남들 다 가는 해외 연수를 가지 않았나?
학점이 좋지 않은데, 공부를 열심히 안 한 듯?
학점이 좋은데, 학교 다닐 때 공부만 했나?
대학시절 공백 기간이 있는데, 왜 그런가요?
졸업하고 나서 아직까지 취업을 하지 못한 이유가 있나요?
인턴 경험 같은 게 없는데, 특별히 이유가 있나요?
군 면제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질문 하나하나가 날카롭다. 예리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구직자들의 아픈 곳을 찌르고 있다. 면접 상황이 아니었다면 실례였을 질문들이다. 하지만 면접 상황이기에 구직자들은 실례를 범한 면접관들에게 자신이 왜 그렇게 살았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구직자들의 대답이 아니다. 솔직한 대답도 그럴듯한 변명도 모두 반박 당하게 된다. 그렇다고 답이 없는 질문들은 아니다. 면접관들은 무례한 질문에 의문을 갖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이성적이고 순종적이며 침착하고 진정성이 있는 무결점의 대답을 바란다.
개념은 없고, 편견은 있고
까다롭고 까칠한 20대에게 어떻게 서비스 할 것인가?
외동이신데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메이크업도 여성이 갖춰야 할 자질인데, 오늘은 왜 직접 하지 않았나?
당신은 여성이다. 남자보다 어떤 경쟁력을 가지는가?
여성으로서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가?
사람들은 편견과 차별은 옳지 않다고 배운다. 편견을 수용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며 옳지 않은 편견을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구직자가 되어 편견에 부딪히는 순간 상황은 바뀐다. 떠오르는 의문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반박할 수 없다. 면접 상황에서 구직자에게는 대답만 허용된다. 반박은 곧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까칠함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은 말도 안 되는 편견이 진실임을 가정한 채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변명해야 한다.
ⓒ tvn 'snl 코리아-면접전쟁'
면접=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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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쥐가 몇 마리일까요?
저울을 사용하지 않고, 커다란 비행기의 무게를 잴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보시오.
어떤 마을에 냉장고가 있는 집이 있고, 없는 집이 있습니다. 냉장고가 있는 집을 쉽게 찾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갑자기 달이 2개가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황당 면접 질문들이다. 질문들을 받는 순간 면접장인지 특이한 사람을 뽑는 오디션장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기업은 스펙 평준화 속에서 순발력과 창의력을 보기 위해 질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무와 상관없는 황당 질문들이 과연 순발력과 창의력의 측정 도구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황당 질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답변에 대한 기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구직자는 기준도 근거도 없는 허무맹랑한 질문에 없는 논리를 만들어내 대답해야 한다. 그 대답에 대한 점수는 면접관들의 마음속에만 존재한다.
ⓒ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매년 면접 상황에서 벌어지는 기업의 횡포가 공론화되지만 대응은 미지근하다. 오히려 인재를 찾기 위한 필요성만을 강조할 뿐이다. 그러나 면접 질문들을 보면 기업이 찾는 인재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논리력을 본다고 하지만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않는 사람, 독창적이지만 규칙과 체제를 지킬 줄 아는 사람, 이성적이지만 회사에게만큼은 계산하지 않는 사람. 극단을 오가는 기업의 기준에 갈팡질팡하는 것은 애먼 구직자이다. 구직자는 기업에게 ‘간택’받아야 하는 영원한 슈퍼 을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구직자는 기업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펙과 스토리를 만들고 면접 과정에서의 부당함을 참고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연습한다. 이러한 노력에 걸맞게 기업 또한 구직자들에게 예의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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