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합니다. 공부합시다!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 호모 아카데미쿠스>의 여정을 함께한 청년연구소는, 한국 대학 교육에서 나타나는 공부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다큐멘터리가 제시하는 교류와 협력의 공부가 한국 교육 현장에서 가능할지 살펴본다. 그리고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 대학 교육은 지금 어떤 모습인지 듣는다.

 

한국의 교육에서 교류와 협력의 공부는 가능한가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로 유학을 온 양준혁 씨는 “한국에서는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것에 대해서 반갑게 여기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수업 시간에 질문하면 (그 질문이)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도록 하기 때문에 굉장히 감사해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 질문하기란 왠지 눈치가 보이는 일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공부하고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현재 MIT 미디어랩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진하 씨 역시 MIT에 온 후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꼽았다.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의 수업 모습.  ⓒ KBS

 

다큐멘터리는 세계 각국의 교류와 협력의 공부를 소개했지만, 한국 교육에서는 함께 공부한다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주로 대학 입시에 대비한 공부이다. 시험에 대비한 공부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개인화된 암기식 학습에 익숙해져 있다.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든 수업에 참여하고, 수업 시간에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풍경이다.

 

입시를 치르고 대학에 와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연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수빈 씨는 혼자서 공부하는 한국의 공부 문화에 대해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암기가 중요한데, 그러다 보니 혼자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이런 습관이 남아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혹독한 재수생활 끝에 서강대에 진학한 허선화 씨 역시 “그룹 스터디를 하면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전에 외워서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에 같이 공부하는 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 대학의 공부, 대학생에게 직접 묻다

 

청년연구소는 다큐멘터리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한국 대학의 공부가 입시 위주의 고등학교까지의 공부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나아가 한국 대학에서 교류와 협력의 공부가 가능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다큐멘터리는 한국 대학 공부의 모습으로 여전히 ‘개인화된 암기’라는 전반적 모습을 제시했다. 하지만 2015년 현재 대학의 모습이 정말 그러할까. 청년연구소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대학생 박종민 씨와 허승모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다큐멘터리에 나온 세계 각국의 공부법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승모 : 저는 유대인 공부법이요. 선생님들이 계속 학생들한테 “네 생각은 뭐니?”라고 물어보는데, 얼마나 좋아요! ‘선생님의 권위를 무너뜨려도 된다’, ‘싸울 듯이 토론해도 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종민 : 저도 유대인들이 인상 깊었는데, 특히 유대인의 도서관인 ‘예시바’요. 도서관이 무슨 시장바닥처럼 시끄럽다는 게 신기하고, 구조도 독특했어요. 인도랑 중국도 인상 깊었어요.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아요. 특히 인도는 계층 상승의 방법이 공부하는 것밖에 없으니까 공부에만 매달리는 모습이 우리나라 70~80년대를 보는 것 같았어요.


유태인의 도서관인 예시바의 모습.   ⓒ KBS


Q. 전반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어떻게 보았나요?

승모 : 저는 강의 기획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도 그런 관점에서 봤던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를 접하고 우리가 서양의 학습 방식을 우리 교육 현실에 쓸 수 있을지 생각했어요. 제가 영문과라서 서양 친구들을 많이 보는데, 그 친구들은 이미 토론을 활발하게 해요. 제 생각에는 그 친구들은 동양식의 혼자 하는 공부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런데 동양 아이들은 혼자 하는 건 충분한데 토론하는 환경이 안 되어 있으니까... ‘서양은 동양을 따라 할 수 있는데, 동양은 서양을 따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Q. 그럼 우리가 서양식 교육의 장점을 취해야 한다면, 지금 대학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이루어지고 있는 토론식 수업이나 조별 과제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종민 : 나름대로요. 토론이나 발표는 '해봤는데 아무렇지도 않구나'라는 느낌이 중요해요.

승모 : 맞아요. 경험이 있어야죠. 수업 시간에도 보면 거의 하는 사람만 해요. 할 기회가 어떤 식으로든 늘어나면 도움이 되겠죠.

 

Q.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대학에 들어온 친구 중에 “우리나라 애들은 토론을 하면 싸우자는 줄 알아”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저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의견이 다를 때 그걸 명확하게 말하는 법이나, 또 그걸 삐딱하게 듣지 않는 법 같은 게 좀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승모 : 우리의 문제가 자기 생각을 곧게 말하는 거, 그러니까 곁가지를 붙이지 않고 그대로 말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에요. 한국인들은 상대한테 약간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 건 계속 연습해야 하는데, 문화적인 요소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가정에서도 순응하도록 교육하기도 하고.

종민 : 저는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군대 제대하고 선임이랑 같이 자취를 하게 됐는데, 어떤 주제에 대해서 의견이 달랐지만 서로 이기려고 하지 않고 토론이 잘 됐던 것 같아요. 저는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이 은근히 많다고 생각해요. 주말에 프리마켓에 가서 장사하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 보면 다들 자기표현을 잘해요. 요즘은 꼭 대학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면서 자기표현하는 걸 배우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공부하는 한국의 대학생 김수빈 씨.   ⓒ KBS

 

Q. 고등학교 때까지는 주로 암기하는 공부를 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 방법이 본인에게 맞았는지 궁금해요.

승모 : 그때는 그거밖에 없는 줄 알았으니까 그게 나한테 잘 맞는지 아닌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종민 : 저는 암기하는 것도 나름 괜찮았던 것 같아요. 시험을 위한 공부에서는 암기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 게, 한 만큼 나오잖아요. 만약에 시험이 그렇지 않고, 생각하도록 하는 문제를 던져놨으면 그것도 그때는 엄청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요. 시험이라는 제도하에서는 암기도 필요한 것 같아요.

 

Q. 대학에 오면서 공부 방법이나 공부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나요?

승모 : 저는 좀 변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공부하는 이유를 잘 몰랐는데, 대학에 오니 이유가 없으면 공부 자체가 안 되더라고요. (공부하려면) 어쩔 수 없이 바뀌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편에 속하는 것 같아요.

종민 : 저는 1년 넘게 휴학했는데, 학교가 재미없어서 휴학했어요. 제가 중․고등학교 때까지 운동을 했었는데, 운동하다가 공부를 처음 했을 때 정말 재미없었어요. 그 때와 군대 중에 다시 돌아가면 군대로 갈 정도로.

 

Q. 지금은 극복했나요?

종민 :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아요. 요즘도 여러 가지 새로 배우고 있고, 좌담 끝나면 디자인 수업 들으러 가요. 계속 하고 싶은 거 찾아서 다니는 것 같아요. 대학에 와서는 전공 공부랑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반반씩 섞어서 하는 느낌으로 해요. 그런데 이게 제가 나중에 필요할 것 같아서 하는 공부는 아니에요. 다들 취업이나 직업을 위해서 공부를 하는데, 저는 확실히 그건 아니에요. 고등학교 때랑은 공부의 의미 자체가 바뀌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나중에 성공하기 위해서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아니고.

 

Q. 그럼 대학에 와서 새로 해보게 된 공부법이 있나요?

승모 : 저는 영문 입문 수업을 들으면서, 고등학교 때까지와 다른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수업은 외운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무조건 많이 느끼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생각했고,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절실했어요. 단순히 외우는 게 아니라, 많이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그런 공부요.

종민 : 저도 비슷해요. 시행착오를 조금 겪어도 관심 있는 분야에 직접 가보고 경험하는 거요. 이런 공부를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뭐 배우러 갈 때도 ‘못하면 어떡하지. 부끄러운데’라는 생각이 많았다면, 이제는 ‘못하니까 배우러 왔지’라고 생각해요.


 

ⓒ KBS

 

Q. 두 분은 수업시간에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승모 :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요.

종민 : 질문을 요구하는 수업도 있고, 질문을 하지 않길 원하는 교수님도 있으니까 때에 따라 다르죠. 교수님이 설명하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진행되는 수업에서는 질문을 해봤자 의미가 없잖아요. 그냥 수업만 늦게 끝날 뿐.

 

Q. 이 다큐의 3편 제목이 ‘질문과 암기’예요. 서양 쪽이나 특히 유대인들은 질문을 많이 하고, 동양은 주로 암기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어떻게 보았나요?

종민 : 고등학교 때 질문했다가 혼났던 거 생각나요. 그래서 선생님들이랑 많이 싸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들도 그렇게 어른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벌써 제 나이에 선생님이 된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런 거 보면 당시의 선생님들도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어른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불완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조금 공격적으로 질문하는 아이들에게도 대답을 해주거나 자기가 실수했던 부분에 대해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죠.

승모 : 대학생 때는 그런 것들이 미덕일 수 있는데... 저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아이들을 더 클 수 있게 열어주는 직업이니까요.

 

Q. 대학에서의 시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수업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고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과 별개로, 어차피 평가는 많이 외우는 순서대로 잘 받잖아요. 학점에 대한 회의감 같은 건 없어요?

종민 :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었어요. 어머니와 이 문제로 얘기했었는데, 어머니도 대학 때 비슷하게 느끼셨나 봐요. 그런데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본인이 사회에서 20년 이상 현업에 종사하면서 느낀 것들이 학문에 그대로 정립되어 있다는 걸 느끼고 충격을 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실전에서 쓰이는 것들과 상호작용되는 부분이 있으니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승모 : 신기하네요.

종민 : 제가 가려고 하는 분야도 그렇고, 요즘은 다 그렇잖아요. 학점이 안 좋아도 다른 부분으로 메꿀 수 있는 부분이 많으니까. 자기가 주관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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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변에 취업 준비하면서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공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종민 : 원래 저는 취업 스펙 n종 세트가 왜 존재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어요. 그런데 주변을 보면서 취준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불안하니까 공부의 목적과 의미가 달라지는 거죠.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인 맥락을 파악해야 공부의 의미와 목적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 ‘잃어버린 20년, 30년’이라고 하는 일본의 상황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아마 그게 심해질수록 토론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먹고 사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면 저도 가끔 남들이 하면 혹하는 게 있긴 해요. 제 방식대로 하면서도 '나도 남들이 하는 공부법을 따라가야 하는 건 아닌가?'란 고민은 계속 하게 돼요.

승모 : 저는 요즘에는 더욱더 반항(?)하고 있어요. 반항한다는 건 제 방식대로 공부한다는 의미로요.

 

Q.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오는 표현인데, 공부가 자기표현이라는 데에 동의하시나요?

종민 : 맞는 것 같아요. 공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자기 자신이니까, 표현하려면 알아야 되잖아요.

승모 : 저도 동의해요. 똑같은 지식을 배워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받아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