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둘은 우연적인 첫 만남을 시작으로 우연의 고리를 만들어 나간다. 우연은 필연이 되고 결국 둘은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 둘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혹은 좌충우돌 사랑싸움을 보여주거나. 대개 로맨틱코미디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둘의 만남을 우연적인 만남으로 성사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그들이 있다. 이름 하여 시라노 연애 조작단. 영화는 처음부터 시라노 연애 조작단의 정체를 밝힌다. 화장실 한 구석에서 그녀 생각에 끙끙대는 현곤(송새벽)에게 철빈(박철민)은 명함을 내민다. 영화의 전반부에서는 본격적인 로맨스가 시작되지 않지만 조작단의 행동 하나 하나가 시종일관 유쾌함을 창조해 낸다. 배우 송새벽의 어리숙한 표정연기와 특유의 말투는 전반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용(최다니엘)의 의뢰가 들어오면서 과거의 로맨스와 현재의 로맨스가 중첩되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과거의 로맨스란 병훈(엄태웅)과 희중(이민정)간의 사랑을 말하고 현재의 로맨스란 상용(최다니엘)이 희중(이민정)을 짝사랑하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병훈(엄태웅)은 옛날 생각에 시라노 일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희중(이민정)의 곁을 맴돌게 된다. 시라노 일원 중 이들의 묘한 관계를 눈치 챈 이는 민영(박신혜)뿐. 중첩된 로맨스가 후반부에 이르러 각기 제 방향을 찾아가는 데에는 민영(박신혜)의 역할이 크다. 로맨스의 가장자리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랑은 조작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진심과 조작 사이.


당신의 사랑을 이루어준다고 호언장담하는 시라노 연애조작단. 정말 이들에게 의뢰하면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영화는 아니라고 말한다. 상용(최다니엘)의 짝사랑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라노 연애 조작단의 극본대로 달달 외운 대사가 아닌 진심어린 고백 덕분이었다. 희중(이민정)이 병훈(엄태웅)을 잊지 못하면서도 택하지 않은 것은 병훈에게 받은 상처 때문이다. 희중(이민정)은 진심을 믿어주지 않았던 병훈(엄태웅)과 다시 시작하기 두려웠던 것이다. 상용(최다니엘)이 진심을 의심했을 때 희중(이민정)은 외면하지만 진심으로 다가왔을 때 닫힌 마음을 열게 된다. 영화는 휴게소에서 방방 뛰며 좋아하는 상용(최다니엘)의 모습을 통해 진심은 통하게 되어 있다는 진리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라노 연애 조작단의 각본대로 사귀게 된 현곤(송새벽)과 선아(류현경)는 깨지게 된다. 즉, 조작은 결국 들통 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진심은 조작으로 인해 변질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사랑에 서툴러도 좋으니 진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라는 것이 영화의 요지다.



로맨틱 코미디, 그 이상


시라노 ; 연애 조작단 은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이 완성되는 과정만을 담고 있는 영화가 아니다. 즉, 뻔한 로맨틱코미디가 아닌 것이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연애를 할 때 겪는 사소한 오해까지 세심하게 담아낸다. 멜로드라마처럼 무거운 분위기로 사랑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 웃음을 듬뿍 얹으면서 경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잘 풀리지 않는 당신의 연애고민에 대한 답은 이 영화에 있다. 타로를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읽기 위해 애쓰지 말고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함께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 보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