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쌤 다이어리에서는 2회를 할애하여 중, 고등학교의 영어 내신 시험에서 나타나는 ‘시원하게 까고 싶은’ 현상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시험 관련 얘기를 해서 그런지 ‘김쌤’도 지난 주 시험이어서 본의 아니게 한 주 쉬었는데요. 어쨌든 이번 주에는 내신 시험 문제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김쌤 다이어리 3회였던 것 같아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대부분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했었죠. 초등학교 때까지 배웠던 영어에 비해 중학교 1학년 수준의 영어가 쉬워서요. 하지만 이러한 성적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이야기했습니다. 관계대명사 등이 포함된 긴 문장을 해석하는 일조차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문제가 오직 아이들이 놓쳐버린 진도, 그것 때문이기만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학생이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들만 열심히 따라간다고 해도 그 학생이 오늘의 영어시험에서 10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상위권에 속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쉬운 일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이건 뭐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왜냐고요? 바로 가르쳐주지도 않은 문제가 시험에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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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지도 않은 시험문제를 어떻게 풀죠

수학과 마찬가지로, 영어라는 과목도 원래 기초가 중요한 과목이다 보니 이번 시험 범위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도 직, 간접적으로 문제에 반영될 수 있는 건 분명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말이죠.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도 않은 ‘작문’ 같은 문제를 보았을 때 정말 애초에 학교 영어 정도는 껌인 아이들이 아니고서야 손대기가 참 난감하게 됩니다. 교육청 등에서 서술형 문제 출제 등을 유도하면서 학교 내신시험의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졌는데요. 많은 학생들이 객관식에서는 상위권 학생들과 별 차이가 없으나, 시험에서 적게는 30%, 많게는 50%를 차지하는 서술형 문제에서 비를 맞고 저 아래로 으스러집니다.

구체적으로 문장 작문 문제는 이런 식으로 출제됩니다. 문장에 들어갈 단어 하나하나를 늘어놓고 단어의 순서를 바로잡아 문장을 완성하는 문제도 있고요. 이건 그나마 좀 쉬운 편이죠. 아예 한글로 된 문장을 영어로 통째로 바꾸어야 하는 문제도 있고요. 가장 어려운 수준으로는 영어로 된 질문에 완전한 영어문장으로 답하게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시험 범위에 현재완료수동태 문법이 나왔다면, 현재완료수동태를 이용한 문장을 써야 하거나 이런 식이죠. 물론 진짜 영어 실력을 측정하는 데에는 괄호 넣기 문제, 문법적으로 틀린 단어 고쳐 쓰기 문제와 같은 과거형의 주관식 문제보다는 옳은 방식인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작문을 학교 수업을 통해서 학습할 수 있느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쌤 다이어리 2회를 통해서 영어의 Listening 능력에 관해서는 30여명의 학생과 한 명의 교사라는 환경에서는 도저히 해결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했는데요. 작문도 사실상 마찬가지입니다. 애초에 영어문장을 쓴다는 것은 관사가 하나 들어가느냐 마느냐, 시제가 일치되느냐, 수가 일치되느냐, 어순이 올바르냐 등에 대해서 머리에 익힌 감각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독해를 하면서 틀린 문법을 찾는 건 그나마 쉽지만, 저런 간단한 수, 시제 일치마저도 문장을 쓸 때는 매우 어려워지죠. 문장에 필요한 단어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거나 아예 들은 기억이 없는 경우에도 당황하게 되고요. 생각해 봅시다. 우리나라 말로 쓰는 논술을 공부할 때도 선생님이 1:1로 붙지 않습니까. 하물며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만 해도 그런데 디테일한 Writing용 문법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는 학교 수업을 통해 완벽한 문장을 쓰는 게 가능하긴 하겠습니까? 학교 수업 이전에 영어 실력이 월등한 아이들이나 혹은 외국어에 대한 감각이 애초에 뛰어난 아이가 아니라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서술형의 특성상 단어 하나만 잘못 써도 좍좍 그어지는 빨간 줄 앞에 아이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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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과 2등을 갈라야만 하나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걸까요? 바로 전반적인 영어 실력 상승이나 영어 교과서 수준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 레벨을 뛰어넘어 성인 수준의 영어 구사력을 가진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에요. 일반 학생들의 수준만을 생각해서 내신 시험을 출제했다간, 선생님들은 변별력 없는 문제를 냈다는 학부모들의 뒷말에 시달리게 되기 십상이죠. 그래서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친 적도 없는 문제가 시험에 나가고, 영어 시험 평균은 쭈욱 떨어지고 아이들 성적의 분포는 매우 다양하게 나오게 됩니다. 이런 시험에서도 100점을 맞는 아이들은 있으니까 변별력은 있긴 있었죠. 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이 와중에 50점, 60점짜리 영어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되어 좌절하게 됩니다. 오죽하면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사들이 공부 잘 하는 아이 기 살려주려고 일부러 어렵게 문제를 낸다’는 식의 비아냥이 나돌게 되었을까요.

결국 궁극적으로 이렇게 어려운 영어 시험문제가 출제되는 까닭을 파고 들어가 보면, 학생 한 명 한 명이 절대적으로 얼만큼 성취했느냐 보다는 그 학생이 몇 명 중의 몇 등인가에 초점이 놓여져 있는 대한민국 학교의 평가 방식을 마주하게 됩니다. 100점을 받은 아이가 수십 명이어서 1등이 여러 명인 건 참을 수 없죠. 1등과 2등은 갈려야 하고, 상위권과 중위권은 구분되어야만 해요. 상위권 아이들에게만 자존감을 끊임없이 심어주는 이런 체계 속에서 결국 웃을 수 있는 건 한 번의 실패 없이 1등만 한 아이 뿐입니다.

애초에 내신 시험에서 서술형 위주의 평가를 시작한 이유는 아이들을 더욱 더 구분지어 갈라놓으라는 목적은 아니었을 겁니다. 적어도 명목적으로는 말이죠. 객관식, 단답형 시험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단편적이고 정량적이기만 한 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고자한다는 취지 같은 건 있었을 겁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과연 지금의 서술형 시험 옳게 가고 있는 걸까요?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 김쌤 다이어리는 지금까지 영어교과서의 문제, 영어내신시험의 문제를 살펴봤어요. 이제는 눈을 잠시 돌려볼까 해요. 영어를 단과만으로 가르치는 학원에서 일한 것이었지만, 거기서 확인한 것은 영어 과목에 대한 문제 뿐만은 아니었거든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결국 그것이 어떤 문제로 이어지게 될 것인지와 같은 고민들도 심하게 들었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에 대해서 다음 3주간 풀어낼 예정입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